메뉴 건너뛰기

close

서울시와 서울시의회. 제8대 서울시의회가 13일 임시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의정활동을 시작했다. 1995년 지방자치제 부활 이후 첫 '여소야대(與小野大)'로 꾸려지는 의회를 보는 눈은 집행부와 파행을 거듭할 것이라는 우려 반과 시민의 삶의 질을 높여 줄 것이라는 기대 반으로 명확하게 갈리는 것 같다.

 

여소야대 시험대에 오른 것은 서울시민

 

'여소야대'가 됨으로써 오세훈 시장의 시정운영에 비상이 걸렸다. 지방정부와 의회의 불협화음이 예고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언론의 '우려했던 갈등 확대조짐', '격돌 예고한 한지붕 두가족'이라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오세훈 시장의 시정에 비상이 걸린 것과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는 별개의 문제다. 민주주의는 갈등과 경쟁, 공존을 원칙으로 하는 시끄러운 제도다. 견제만 있고 균형이 작동하지 않는 '대결적 정치문화'를 걱정하는 것이라면 이해된다.

 

집행부와 의회의 갈등이 없다면 매우 위험한 독선적 시정으로 흐른다. 한지붕 두가족은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불편한 것은 오 시장과 서울시의회이지 서울시민이 아닐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세훈 시장과 서울시의회 간의 정치·이념·정책갈등에 따른 논쟁이 심화될 확률은 높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여소야대 갈등', 화합과 소통으로 풀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시의회 통해 시민의 목소리를 전하겠다"고 한다. 갈등하고 경쟁하며, 공존하려는 노력으로서 우선 환영한다. 그러나 정치권 스스로 잘했으면 얼마나 좋으랴. 대결적 정치문화가 재현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은 또 다른 서울시민의 몫인 듯하다. 따라서 여소야대의 시험대에 오른 것은 오세훈 시장도, 서울시의회도 아닌 서울시민인 것 같다.

 

서울시민은 6·2 지방선거를 통해서 서울시와 서울시의회에 대한 일당 독점구도를 허용하지 않고 적절한 견제와 균형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해 주었다. 그러나 최근의 한 여론조사에서 "지금처럼 하려면 차라리 지방의회의 문을 닫아라"는 의견이 68%를 차지했다는 것은 지방의회가 가장 문제다. 집행기관을 감시·견제해야 할 지방의회가 오히려 거수기 역할에 그쳤다는 사실에 대한 분노가 포함된 결과일 것이다. 이에 반해 여소야대가 정쟁만을 앞세운 대결적 정치문화, 싸움에만 몰두하는 서울시의회의 모습을 보인다면 또 다른 시민들의 경고가 뒤따를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민선5기 서울시의원들은 우선 시민에게 지방의원으로서의 사명감과 개혁의지를 보여야 한다. 지방의회의 위상을 바로 세우는 데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 조례의 제·개정, 예산 심의·의결, 행정사무 감사 및 조사 등 의정활동에 충실하여 지방의회의 필요성을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

 

매니페스토 장미 전달, 보다 나은 미래와 더 따뜻한 서울시정 부탁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는 13일 오전 서울시 중구 태평로 서울특별시의회 본관 앞에서 시민을 위한 시정을 당부하는 '민선5기 서울시의회 매니페스토 실천약속캠페인'을 전개했다. 서울시의 보다 나은 미래와 더 따뜻한 의정활동을 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개원 첫날 매니페스토 장미꽃 한 송이를 등원하는 서울시의원들에게 전달했다. 선거 때 약속했던 공약을 임기 동안 잘 지켜줄 것을 당부했다. 지방선거 때 소속 정당의 공천을 받기 위해 제출하였던 '의정활동계획서'를 시민들에게 공개하고 그 계획서를 바탕으로 책임있게 의정활동을 해 줄 것을 제안했다.

 

국회의원과 마찬가지로 의정활동에 확신한 준비가 되어있지 못한 지방의원은 싸움 외에 할 일이 없다. 의정활동에 대한 명확한 준비가 없기에 이전투구에만 열을 올리는 것이다. 그러나 총 106명의 서울시의회 의원 가운데 4년간 어떤 활동을 펼칠지 의정활동계획서를 시민들에게 공개한 의원은 서울시의원 1딱 절반인 53명뿐이었다. 성동 노원 송파 강동 지역 시의원들이 각각 4명씩 활동계획을 공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다. 이에 반해 중구 양천 광진 지역 시의원은 한명도 의정활동계획서를 공개하지 않았다. 교육의원 역시 8명 중 4명만 계획서를 공개했다.

 

민주주의 선진국에서는 의원들의 선거운동은 의정활동계획서가 중심이다. 어떤 법안에 관심이 있고 어느 위원회 활동을 할 것인지, 의정활동에 어떤 전문성이 있는지를 유권자에게 설명하고 그에 따른 선택을 받는다. 그리고 상시적이고 주기적으로 지역주민에게 의정활동 보고서를 통해 의정활동 내용을 보고한다. 이는 어느 언론과 인터뷰를 했으며 자신만의 노력으로 대부분의 지역민원을 해결했다고 주장하는 홍보성 의정활동보고서와는 사뭇 다르다.

 

공천기본서류인 의정활동계획서의 시민공개문제다. 공천을 받기 위해 정당에 줄서려는 노력보다 시민을 위한 의정활동에 더욱 열심히 하겠다는 모습이 필요하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는 스스로 차분하게 생각하고 4년의 의정활동을 꼼꼼히 적어서 시민들에게 공개하길 바라고 있다. 그리고 의정활동계획서 시민공개를 지속적으로 제안할 것이다.

 

자기 돈 관리하듯이 세금 쓰임새 꼼꼼히 확인해 주세요

 

성숙한 민주주의로 나아가려면 예산논쟁이 꼭 필요하다. 자신의 돈이 아니라고 마구 걷어서 물 쓰듯이 써서는 안 된다. 어디에 얼마만큼, 어떤 우선순위로 예산을 집행할 것인지 꼼꼼히 따져보고 그 쓰임새를 결정해야 한다. 서울시 예산은 21조3천억원에 육박한다. 재정수입을 늘려야 하는지 줄여야 하는지에 논쟁하기 이전에 낭비되고 버려지는 예산은 없는지 따져보고 또 따져봐야 한다. 시민의 혈세가 낭비되지 않고 서울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제대로 쓰일 수 있도록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의정활동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자기 돈 관리하듯이 세금의 쓰임새를 꼼꼼히 확인해 주어야 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서울시민의 서울시의회에 대한 관심과 성원도 절실히 필요하다. 지방의회는 민주주의의 핵심적 제도다. 서울시의 최고 의사결정기관이다. 실망스럽다고 해서 포기하거나 외면해서는 안 된다. 지방의회를 서울시민의 손으로 바로 세워야 한다. 매니페스토의 어원은 증거, 증거물이며 6하 원칙으로 쓴 반성문의 뜻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매니페스토운동은 어린아이에게 무엇을 잘못했는지 구체적으로 쓰라하고, 앞으로 어떻게 잘할 계획인지를 묻는 것과 같다. 그리고 그것을 잘 실천해 가는지를 세심하게 살펴보고, 늘 잘못된 길로 갈 수 있는 것을 바로잡아주는 운동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서울시의 주인은 서울시민이다. 서울시민에게 우려보다는 행동으로 실망보다는 끈기로써 서울시의 보다 나은 미래와 더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한다.

덧붙이는 글 |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처장


태그:#여소야대, #매니페스토, #서울시의회, #의정활동계획서, #장미꽃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