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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 기간에 놀자판 해외연수를 떠날 수 있습니까? 이명박 대통령도 슬퍼했는데, 이 대통령의 후보시절 특보까지 맡은 분이 분위기 파악이 안 됩니까?" (주승용 민주당 의원)

"송구스럽습니다. 앞으로 신중하겠습니다." (이장우 한국산업단지공단 부이사장)

 

19일 국회에서 열린 지식경제위원회의 한국산업단지공단(산단공)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산단공 임직원들이 전직 대통령 국장·국민장 기간에 골프를 치고, 해외연수를 떠난 사실이 드러났다. 해외연수 내용을 뜯어보면, 콘서트를 관람하고 맥주공장을 방문하는 등 사실상 관광에 가까운 일정이었다.

 

특히, 산단공은 이사장·부이사장·감사 모두 '낙하산 인사'가 임명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은 더욱 거셀 전망이다.

 

박봉규 이사장은 옛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 관료 출신으로 대표적인 'TK(대구경북)' 인사다. 이장우 부이사장은 17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자문위원을 역임했고, 곽병진 감사는 한반도 대운하추진운동본부 상임집행위원 출신이다.

 

전직 대통령 국민장·국장 기간에 '놀자판 해외여행'

 

주승용 민주당 의원은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민장·국장 기간에 산단공 임직원들이 보란 듯이 외유성 해외연수를 다녀왔다"며 "엄숙한 추모 분위기를 해치는 사례가 없도록 유의하라는 행정안전부의 지침도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주 의원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 국민장 기간인 지난 5월 27일부터 이장우 부이사장을 단장으로 한 임직원 20명이 8박 10일 일정으로 독일·체코·네덜란드 등 유럽 3개국으로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해외연수 명분은 '저탄소 녹색성장 및 선진 노사문화 해외 벤치마킹'이었지만, 연수 일정은 라인 강과 하이네켄 맥주 박물관 견학 등 관광지 관람이나 단순 견학 일정이 대부분이었다. 또한 주류구입비와 콘서트 관람 비용 등 1인당 435만 원, 모두 8700만 원의 예산이 사용됐다.

 

산단공 임직원들은 김대중 전 대통령 국장 기간인 8월 22일에도 6박 7일 일정으로 해외연수를 떠났다. 2009년도 모범직원 해외연수 명목으로 이뤄진 해외연수 명단에는 백아무개 상무이사 등 임직원 13명이 포함됐다. 이번 일정 역시 일본 후쿠오카의 아사히 맥주 공장 견학 등 관광성 일정이 대부분이었다. 모두 3700만 원의 예산이 사용됐다.

 

주 의원은 "공공기관 임직원이 '놀자판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것은 평상시에도 문제인데 국민장·국장 기간에 다녀왔다"며 "또한 처음에는 해외출장 사실을 제출하지 않다가 추궁하니까 담당직원 실수라며 사실관계를 밝혔다, 이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봉규 이사장은 "출장(해외연수) 가기 전에 회의하고 심사숙고 한 후에 애도 하는 마음은 가지되 업무는 계속하는 게 좋겠다고 결정했다"며 "부이사장과 상무이사가 단장으로 갔고 모든 행동에 조심했다. 기본적인 상식이 있다는 점을 믿어 달라"고 답했다.

 

하지만 박봉규 이사장의 말과 달리 산단공 임직원들은 노 전 대통령 국민장 기간에 '놀자판 해외연수'뿐 아니라 골프도 친 것으로 드러났다.

 

김재균 민주당 의원이 산단공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 서거 다음날인 5월 24일 민아무개·백아무개 상무이사 등 임직원 3명은 공단 명의의 골프회원권으로 골프를 쳤다.

 

김 의원은 "온 나라가 슬픔에 빠진 순간에 골프를 치러 나가다니 온전한 판단력으로 한 행동인지 의심스럽다"며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이러한 행동에 대해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당 의원들은 산단공 임직원들의 공금횡령을 두고 산단공을 질책했다. 이종혁 한나라당 의원은 "산단공에서 지난 1년간 내부자 소행에 의해 108억 원이나 되는 공금이 횡령됐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의 임동규 의원은 "매년 대형 횡령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이사장이 물러나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태그:#해외여행, #도덕적 해이, #한국산업단지공단 국정감사, #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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