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는 뉴스가 연일 세상을 뒤덮고 있습니다.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는 사실이 슬픔을 더합니다. 어제 김천 지역 장애인 비장애인 연합 봉사단체 '하나세상'에서 문경 석탄박물관으로 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은 목적지로 향하던 차 안에서 전해 들었습니다. 마음이 내려앉더군요. 하루 종일 기분이 착 가라앉았습니다.

 

개인 블로그와 옥천신문 게시판에 글을 올렸습니다. 그와 직간접적으로 관계했던 인연이 회한(悔恨)으로 바뀌어 파노라마처럼 뇌리를 스쳐지나갔습니다. 노 전 대통령과의 마지막 상면이 작년 8월 하순이니까 채 1년도 안 되었습니다. 영동 와인코리아에 노 대통령 내외가 일행들과 함께 그곳을 방문했을 때 만나 기념사진까지 찍었습니다. 봉하마을 주민들과 관광버스를 타고 온 그는 밀짚모자에 점퍼를 입은 촌부의 차림이었습니다. 대통령을 지낸 분의 차림치고는 너무 수수해서 더 친근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는 낙향해서 농부로 살기를 원했습니다. 오리 농법 등 유기농 쌀 재배 방법까지 익혀 '봉하 쌀'을 생산해서 지인들에게 한 포씩 돌렸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의 서거 후 뉴스를 보니까 청와대에도 한 포 보냈다는 기사가 있더군요. 전 대통령이 농부로 평범하게 살아가고자 한 것까지 용납하지 않은 우리 사회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대통령을 지낸 분들의 퇴임 후 생활은 보장되는 것이 우리의 관례입니다. 군사정권 시대 때 체육관 선거로 대통령을 지낸 사람까지도 여기에 제외되지 않습니다. 대통령이라는 중차대한 직임을 수행한 노고에 대해 그런 보장은 아주 자연스런 것으로 국민들은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은 그것에 의지하기보다 젊은 힘으로 독자 생존하는 길을 모색했습니다.

 

전임 대통령이 농부로 살아가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도회지의 편한 생활을 잠시 피해 농촌의 전원을 찾는 유한 계층은 그들의 잣대로 노 대통령을 재단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사저를 두고 아방궁이니 최고의 시설을 갖춘 호화 별장이니 하는 입방아들은 그들의 고정된 의식구조의 산물입니다. 우리는 이번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서, 가진 계층의 편향된 의식이 선한 사람을 어떻게 멸망시키는가를 똑똑히 보았습니다.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노 대통령을 정신적으로 심하게 압박하며 죽음의 원인을 제공한 검찰의 태도입니다. 대한민국 검찰 정말 이래서는 안 됩니다. 언론과 검찰의 수준을 보면 그 나라의 민주주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고들 합니다. 권력에는 한없이 굽신거리고 약자에게는 무소불위로 군림하는 것이 우리의 언론이고 검찰이었습니다.

 

군사정권 때는 독재자의 주구(走狗)라는 비난을 받은 그들입니다. 특히 대한민국의 검찰은 목숨까지 희생해가면 쟁취한 민주주의에 슬그머니 무임승차한 집단입니다. 아니 그들은 민주주의의 도도한 흐름을 가로 막는 장애물들이었습니다. 그들에게 이런 죄과를 정확하게 물어 민주주의의 혜택을 선별적으로 누리게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습니다. 권력에 아부하는 것은 그들의 속성이라 해도 최소한의 양심은 남아 있어야 한다는 것이 국민들의 바람입니다.

 

내가 아는 노무현 대통령은 의리의 사나이입니다. 옳다고 생각하는 길이면 소득이 없어도 기꺼이 가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성격으로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며 국회의원과 광역 단체장 선거에 출마하여 낙선의 고배를 마셔도 그는 다 받아들였습니다. 농부는 농토를 탓하지 않는다는 말로 그의 생각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낙선 후 그 어렵던 시절에도 따르는 측근들의 생일을 일일이 기억하고 챙겨 작은 선물이라도 전하는 따스한 마음의 소유자였다고 합니다.

 

다음과 같은 사람들은 노무현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들, 편법으로 사회를 지위를 가로채려는 사람들, 사람을 목적이 아니라 자신의 영달을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큰 소리치고 대우받는 사회에서 그의 행보는 수상쩍어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법 앞에는 만인이 평등하다는 것은 진리입니다. 대통령을 지낸 사람이라고 예외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법 적용에도 윤리가 있고 도덕이 있다는 것입니다.

 

대통령은 일국을 대표하는 사람입니다. 또 전임 대통령은 5년 동안 한 나라를 책임졌던 최고 통치자였습니다. 사람의 과거를 샅샅이 뒤져 범죄를 구성하고자 하는 검찰의 의도에 자유로울 사람은 한 명도 없습니다. 이것이 우리 사회입니다. 구조적 모순의 취약점을 원초적으로 안고 있는 우리나라입니다. 대통령을 지낸 사람을 마치 조직폭력배 내지 마약밀매 집단의 두목을 불러 취조하듯 수사를 밀어붙인 것은 검찰의 잘못이자 우리 모두의 부끄러움입니다.

 

작위적인 근거로 각본을 짜놓고 거기에 맞추는 듯한 수사 태도에 대해 전직 대통령이 어떻게 임해야 한다고 검찰은 생각했을까요. 법은 강자보다는 약자를 위해 존재할 때 빛을 발하게 됩니다. 사회가 밝아지게 된다는 말입니다. 질서가 유지되고 조화로운 사회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법이 사람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죽음으로 내몰아서는 안 됩니다. 표적 수사는 정치 발전을 훼방하는 암적 발상입니다. 그런데도 검찰은 이런 방법을 즐거이 활용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해 검찰은 책임을 통감해야 합니다.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간 이 나라의 검찰권이 평범한 국민들에겐 어떻게 다가가겠는가는 말하지 않아도 명약관화(明若觀火)합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한국 검찰, 하이에나의 근성을 하루 빨리 벗어나십시오. 검찰에 종사하는 개개인을 위해서 아니 검찰 조직 전체를 위하여 나아가 우리나라의 장래를 위해서.


태그:#노무현 대통령, #서거 , #검찰, #하이에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포도 향기 그윽한 김천 외곽 봉산면에서 농촌 목회를 하고 있습니다. 세상과 분리된 교회가 아닌 아웃과 아픔 기쁨을 함께 하는 목회를 하려고 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