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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이것은 가능한 일이 아니다.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책을 통해 추체험을 할 수 있는 길이 있다.

그런 책이 나의 손에 들어왔다. 이종옥이 쓴 <몽당연필은 아직 심심해>(글항아리, 2021년 2월 출판)가 그것이다. 이 책은 저자가 1963년부터 군 입대하는 1975년까지 쓴 일기 중 60편을 추려서 정리한 것이다.
 
이종옥의 오랜 전 일기 중 60편을 골라 책으로 출판했다. 반세기 이상 전의 농촌 생활을 아이의 눈으로 기록하고 있다.
▲ 이종옥 지음 <몽당연필은 아직 심심해> 표지 이종옥의 오랜 전 일기 중 60편을 골라 책으로 출판했다. 반세기 이상 전의 농촌 생활을 아이의 눈으로 기록하고 있다.
ⓒ 글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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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50, 60대 농촌 출신이라면 누구나 겪었을 이야기를 정갈스럽게 엮어 놓았다. 개울에서 물고기 잡고, 들판과 야산에서 소 뜯기고, 학교에 가서 강냉이죽을 얻어먹는 생활…. 하지만 그런 속에서 경험한 희로애락(喜怒哀樂)을 아이의 눈으로 한땀 한땀 적어놓은 것이 무척 따스하다.

일기니까 우선 글이 길지 않아서 읽기에 좋다. 5쪽 이내 분량의 글이다. 글마다 운율이 느껴지는 것은 시적 묘미까지 곁들인 글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굳이 장르로 분류해 보자면 콩트(掌篇)라고 해야 할까.

그러니까 읽기에 부담이 없다고 한 것이다. 시간 날 때마다 한두 꼭지씩 읽어나가면 된다. 그런데 솔직히 이 글은 그렇게 하도록 두지 않는다. 손에 잡고 읽었는데 어느새 중간이었고 잠시 후 뒷부분을 읽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후딱 독파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유가 뭘까. 분량이 짧다는 것, 비슷한 경험을 한 세대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 것, 글의 내용과 조응하는 이재연 화가의 그림이 가독성(可讀性)을 높여주니까 그렇다.

아이의 입장에서 쓴 일기이기 때문에 동화의 성격도 띠고 있다. 언어 조합이 되는 것인지 모르겠는데 실존주의 동화라고 해 두자. 이쁜 애(1~5), 서울행(1~3), 서울(1~4) 등은 여러 개의 꼭지로 이루어져 있는데, 인과관계까지 뚜렷해 훌륭한 서사의 맛까지 제공하고 있다.

모든 글이 마찬가지지만 일기에 사랑이 빠질 수 없다. 그것이 에로스이든 스토르게든 아니면 필리아라도 상관없다. 반세기도 더 지난 옛날 자식이 많았을 때, 가난한 부모의 아이 사랑(스토르게)이 어떤 것인지 이 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어 마음이 뭉클하다.

마을 훈장 어른댁에 다니러 온 이쁜 애와의 이야기에선 마치 황순원의 <소나기>에 나오는 소년과 윤초시 손녀의 해맑은 사랑이 오버랩되어 읽는 이의 마음을 졸이게 한다. 참된 사랑은 계산되지 않은 것임을 깨닫게 되는 것도 유익 중 하나다.

정윤영 선생이 쓴 추천의 글도 향기롭다. 추천사 제목이 '산골짝 촌놈의 이야기'로 되어 있다. 이 책의 출판 과정에 많은 도움을 준 것으로 알고 있다. 국어 교사 출신인 그가 말하는 좋은 글은 '진솔하고 쉬워 읽는 사람이 금세 공감할 수 있는 것'이다. 이종옥의 <몽당연필은 아직도 심심해>는 여기에 딱 맞는 글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래서 친구의 추천사도 힘이 넘친다.

마치 지남철에 끌려오는 철 가루처럼 그동안 잊고 있었던 낱말들이 뇌리에 자리 잡았다. 정말 오랜만에 듣는 단어들이다. 가령 다래끼, 동자개, 따개비, 영사(靈砂), 강냉이죽, 검정 고무신, 소꼴비 등의 말들은 지금의 아이들은 이해가 쉽지 않을 것이다.

글, 특히 문학적인 글의 목적은 마음의 정화(catharsis)에 있다. 읽고 감동을 받아 순수함을 선사하며 살아가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인생 그렇게 긴 기간이 아니다. 맑고 밝게 살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일생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을 쓴 이종옥은 삶이 참 포근한 사람 같다.

몽당연필은 아직 심심해 - 맛있게 읽는 57년 전의 일기

이종옥 (지은이), 이재연 (그림), 글항아리(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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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 향기 그윽한 김천 외곽 봉산면에서 농촌 목회를 하고 있습니다. 세상과 분리된 교회가 아닌 아웃과 아픔 기쁨을 함께 하는 목회를 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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