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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 글을 끝까지 못 쓸지도 모르겠다. 가슴이 너무 미어진다. 그렇지만 이 글을 써야만 한다. 아주 사랑한 사람에 대한 기억을 내 가슴에 묻기 위해서, 뒷산에는 아카시아 꽃 향기가 그윽하고 너무나 아름다운 초록의 오월이 한창인데 우리는 그를 보내야 한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멋있었던 한 남자를 보내야 한다.

 

인간 노무현을 사랑하는 일은 좀 특별하다. 나는 그를 한번도 만나본 적이 없다. 누구에게 그의 얘기를 잘 들은 것도 아니다. 기회가 된다면 멋있게 나이든 그 양반과 차나 한잔, 아니 막걸리 한잔 같이 하고싶은 게 전부였다. 이것이 내가 오랫동안 해온 짝사랑의 모습이다.

 

난 그저 맹목적으로 그를 지지하는 사람이다. 노사모도 아니고 촛불집회를 한 적도 없다. 정치적으로 물론 노무현의 생각을 지지한다. 그리고 그의 사소한 잘못들에 대해서도 열심히 챙겼다가 몇마디 적기도 했다. 그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한국 사람인 것이 자랑스러웠고 힘든 상황이 오면 같이 가슴아파했다. 대통령직을 마치고 고향에 돌아갔을 때 축하한다고 홈페이지에 등록했다.

 

어제 그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우연히 광주에 있었다. 전남도청 앞에 갔다. 철거를 앞두고 있는 전남도청 앞에 광주 청소년들의 축제 레드 페스타가 열리고 있었다. 그의 죽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철없는 아이들은 군복과 피묻은 티셔츠를 입고 기념촬영을 하며 즐거워 하고 있었다.

 

지금 나는 흐르는 눈물을 훔치며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기사들을 읽고 있다. 가슴이 아프나. 너무 슬프다. 그런 정도로는 도저히 표현되지 않는 분노가 끓어 오른다. 우리는 왜 그 사람을 살리지 못한 걸까. 정부가 검찰이 그를 살려줄꺼라고 생각했었던 걸까. 그가 온 몸을 던져서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고자 했을 때까지 사랑한다던 나는 뭘하고 있었던 걸까. 그 많은 노사모는, 그의 동지들은..

 

처음부터 검찰이나 이명박정부에게는 기대할 바가 없었다. 그들은 노무현 죽이기의 고삐를 늦출 까닭이 없으니. 반성은 우리가 해야 한다. 그를 사랑한다고, 그를 지지한다고 스스럼 없이 말하면서도 홈페이지가 폐쇄되고 그가 검찰에 불려갈 때 우리는  그를 믿는다고 제대로 말하지 못했다. 아니 노무현 죽이기로 도배가 된 언론 앞에서 나도 모르게 조금씩 세뇌되어 가기까지 했다.

 

오늘 우리는 모두 깊이 반성해야 한다. 노무현을 죽음으로 몰아 넣은 것이 검찰이나 정부가 아니라 우리 자신임을. 노무현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그의 아픔을 같지 하지 않았고 그가 가장 힘들 때 그의 편에서 한목소리 되어주지 못했음을 반성해야 한다. 효순이 미선이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았던 정신으로 인간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던 목소리로 우리가 그를 지켰어야 했다. 그의 아름다운 영혼을 믿었어야 했다.

 

그는 아마 기다렸을 것이다. 그를 믿는다는 우리의 목소리를 귀를 기울여 들으려 했을 것이다. 그의 기대를 우리가 저버렸다. 사람을 견디지 못하게 하는 것은 미워하는 자의 비난이 아니라 사랑하는 이의 버림이 아닌가.

 

아무리 가슴을 쥐어 뜯어고 이제 그는 다시 오지 않는다. 멋있게 나이든 노무현과 막걸리 한잔 해보고 싶었던 내 꿈도 여기서 묻어야 한다. 그가 없는 내일도 우린 다시 일터에 나가 마치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일을 해야 하겠지. 그렇지만 내일의 공기는 이제 어제와 같지 않다. 제밥그릇 챙기기 급급한 삭막한 세상을 살면서 한번쯤 노무현을 떠올리며 빙그레 웃음을 짓고 " 그래 그런 멋진 사람이 있는한 세상은 아직 그래도 살만 하지." 그럴 여유가 우리에게 없어졌다. 대한민국은 이제 더이상 멋진 나라가 아니다.

 

잘 가셔요. 노무현 대통령님. 오월의 나무들이 저렇게 푸르른데 우린 더이상 봄을 즐길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평생 마음에 새기고 깊이 존경할 껍니다. 그리고 정말 사랑합니다.


태그:#노무현,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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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디자인회사를 운영하며 인테리어 디자인과 디자인 컨설팅 분야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전통건축의 현대화와 중국전통건축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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