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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금융사기전화가 화재가 되어 방송은 물론 신문에서 여러 차례 다루어지고 있을 즈음이다. 어떤 사람은 이런 방식으로 당했다느니, 또 어떤 사람은 저런 방식으로 당했다느니 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절대 그렇게는 당하지 않으리라 확신했었다. 한편으로는 당하는 사람들이 바보처럼 느껴지기도 했었다.

 

몇 달 전 일이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얼굴을 뵙는 어머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우체국에서 네가 예전에 통장에 넣어 놓고 아직 찾아가지 않은 돈을 찾아가라고 전화가 왔었다. 편지도 온 것 같고..."

"어머니 그거 사기니까, 그런 말 듣지 마시고 앞으로도 그런 전화는 절대! 절대! 누구말도 듣지 말고 끊어버리셔~."

 

한참 유행하고 있는 '금융사기가 내 옆에서도 진행 되는구나'하는 생각이 떠올라 어머니가 하시던 말씀을 중간에 끊고 짜증을 섞어서 내 말만 하고 전화를 마쳤다. 그 후로 그 일은 몇 달간 잊혀졌다.

 

이틀 전 부모님을 뵈러 집에 들렀을 때, 어머니는 거의 일흔에 가까우신 연세의 어르신들이 그렇듯 집 우편함에 도착한 세금용지며 광고지 등등 모든 종이들을 하나도 버리지않고 고스란히 모아놓고 계셨다. 아내가 그 뭉텅이 속에서 필요한 것들 만을 골라내고 있다가 나에게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이거 찾았어?"

"뭐를 찾아?"

"자기 통장에 6만원 들어있다는데?"

 

아내의 뜬금없는 소리에 종이를 받아들고 읽어보니, 우체국에서 온 '휴면예금 지급 안내서'였다. 기억에서 벌써 지워져버린 10년전 통장 2개에 대한 안내였다.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보았지만, 동전 한 푼도 궁했을 그 당시에 내 통장에 2~3천원도 아니고 6만원 가까이의 돈을 내가 통장에 온전히 남겨둘리가 없었기 때문에 의아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리 호락호락한 곳이 아닌 세계적으로도 IT강국이라는 대~~한~민~국~~(짝짝짝 짝짝)의 금융계가 아닌가? 내가 모르는 사이 빚이 있다고 하면 태도가 달랐겠지만, 아직 덜 준 돈이 있다고 찾아가라니 얼마나 반가웠던지.

 

지급안내서가 작성된 날짜를 보니, 지난해 7월이다. 뜨악~ 한참 금융사기전화에 당하지 않겠다는 당당함으로 섣불리 어머니께 핀잔만 드리고 끊었던 바로 그 전화의 내용은  사기전화가 아닌 우체국으로부터 제대로 온 전화였던 것이다. 어미님께 죄송했다.

 

어찌되었건 이제 내 통장 속의 돈만 찾으면 된다싶었다. 하지만 한눈에 들어오는 내 통장 잔액이 적힌 표에서 눈을 돌려 주변을 글들을 읽어 본 후 나는 실망하고 말았다.

 

"귀하께서 맡기신 아래 예금이 10년 이상 거래가 없는 관계로 아래의 지급기한까지 찾아가지 않으실 경우 우체국 예금·보험에 관한 법률 제24조 규정에 의거 예금지급청구권이 소멸되어 국고에 귀속됨을 알려드리오니 기한 전에 반드시 수령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하단에는 본인 및 대리인이 전국 우체국에서 '휴면예금'을 찾을 수 있는 방법과 통장이 없어도 찾을 수 있다는 친절한 안내가 적혀있었다. 2008년 12월 05일까지가 지급기한이라는 것과 함께.

 

정리해보면 10년 동안 거래가 없던 내 통장의 예금 잔액 6만원 가량을 2008년 12월 05일까지 찾아가지 않으면 법률에 의하여 국고에 귀속한다는 것이었다. 기분 좋다 말았다. 누굴 탓하랴. 다 내탓이지.

 

인터넷으로도 휴면계좌 조회 가능

 

기한지난 통지서를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컴퓨터 앞에 앉아서 나름 억울한 '휴면예금'에 대해 알아봤다. 개념들은 다음과 같았다.

 

휴면계좌, 휴면예금, 휴면보험금

 

휴면계좌 : 은행, 보험사, 우체국이 보유하고 있는 예금, 보험금 등에 대한 채권 중 관련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 되었으나 찾아가지 않은 휴면예금 또는 휴면보험금.

 

휴면예금 : 은행 및 우체국의 요구불예금, 저축성예금 중에서 관련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소멸시효(은행예금 5년, 우체국예금 10년)가 완성된 이후에 찾아가지 않은 예금.

 

휴면보험금 : 보험사 및 우체국의 보험계약 중에서 해지(실효) 또는 만기도래 후 관련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소멸시효(2년)가 완성된 이후에도 찾아가지 않은 환급금, 보험금.(농·수협 공제 포함)

 

뿐만 아니라, 휴면 예금·보험료 모두 거래하는 금융기관까지 직접가지 않아도 인터넷으로 한번에 조회가 가능하다는 것도 알았다. 전국은행연합회, 생명보험협회, 대한손해보험협회의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면 자신의 휴면계좌를 조회할 수 있었다.
 

 

주의할 사항은 자신의 '휴면계좌'를 조회하기 위해 성명, 주민등록번호의 입력으로만 '간편 조회'할 경우 보험회사 및 우체국의 휴면보험금만 확인이 되고, 인증서를 통한 '인증서조회'를 하면 보험회사, 우체국에다 은행도 포함되어 조회됨은 물론, 휴면보험금과 휴면예금이 모두 조회된다는 것이다. 당연히 공인인증서로 조회하는 것이 훨씬 낫다.

 

지급기한 지나도 '휴면계좌' 돈 찾을 수 있다

 

중요한 또 하나! 인터넷으로 '휴면예금' 관련 내용을 찾아봐도 쉽게 찾을 수 없는 사실이 있다. 지급기한이 지났더라도 언제든 해당 금융기관에 요청하면 자신의 권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기사를 작성하다 이 사실을 알고 횡재했다. 본인처럼 '휴면계좌'에 대한 안내를 받았지만, 지급기한이 지났다고 아쉬워하는 경우가 없기를.

 

금융기관들이 '휴면계좌'에 대한 안내를 해주는 것까지는 좋으나, 명시된 지급기한이 지나도 '휴면계좌'를 가진 고객들이 권리를 요구할 수 있다는 것도 안내사항에 반드시 포함되도록 하여 지급기한 때문에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는 고객이 없도록 하는 노력이 조금 아쉽다.

 

큰돈은 아니지만, 10년 전 돈을 찾았다. 생각지도 않았던 돈이 생기니 기분이 좋다. 어머님 덕분이다. 죄송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이 글을 읽는 공돈이 필요하신 분들, 지금 바로 자신의 '휴면계좌'를 조회해보시라. 밑져야 본전이다. 뜻밖의 행운이 기다릴지도 모를 일이다.


태그:#휴면계좌, #휴면예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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