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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12월12일자 1면에 ‘경인운하 내달 착공’ MB 뉴딜정책 시동이라는 기사가 떴다. ‘한반도대운하’를 성찰하며 여러 종교인들과 함께 강따라 100여 일을 걸었던 필자로서는 연이어지는 경제 한파 소식들에 겹쳐 참으로 우울한 뉴스였다. 이 정권은 여전히 경제를 위해  4대 강 정비라는 명목으로 기어코 삽질을 할 기세다.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이 걷고 나니 때마침 운하 얘기는 잦아들었고 대통령도 국민이 반대하면 이라는 토를 달기는 했지만 운하사업을 접겠다고 했던 것인데 이렇게 몇 개월이 지난 작금 또 다시 운하 애기가 망령처럼 또아리를 틀 때에 놀이패 마루의 마당극, 강이 들려주는 미래 ‘강의 노래’가 무대에 올려진 것이다.

 

▲ 강의 노래 공연스케치
ⓒ 이필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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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11일 조계사 내 전통문화예술 공연장에 올려진 ‘강의 노래’ 첫무대는 비록 야외 마당놀이판은 아니었지만 생명의 강을 노래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자유의 충동과 공생, 강변의 사람들, 비루한 욕망, 강의 노래 등 전체 4부로 나뉘어진 공연 첫무대가 올라가기 전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 순례단 10여 명이 무대에 섰고 박남준 시인이 ‘운하 이후’를 낭송했다.

 

새삼스럽게 한강에서 낙동강까지, 영산강에서 다시 한강까지 강을 따라 걸었던 100여 일의 순간들이 점으로 모여져 사진 전시회를 이루었고 순례단들은 오래만에 다시 얽혀모여 ‘강의 노래’를 고마워하며 생명과 공존과 울림으로서의 강을 노래하며 얼쑤 장단을 맞추면서 자연을 파괴한 인간이 욕망에 의해 스스로 무너져 내리는 것을 함께 비웃었다.

 

우리들은 강에 묻혀 살았던 오래 전 기억을 영상에 깃들여진 몽환으로 되살리며 삶의 터전이었던 강변의 사람들, 처녀 뱃사공, 농사꾼, 낚시꾼, 천렵꾼에 얽힌 풍성하고 신명난 이야기들을 풍성하게 즐기면서 ‘나도 흐르는 강물이고 싶다’ ‘노래하는 강물이고 싶다’ ‘푸른 생명을 키워내는 어미의 강물이고 싶다’는 강물의 절규를 들었다.

 

허규빈 어린이를 비롯한 8명 출연진들과  ‘강의 노래’를 연출하며 함께 배우로 뛴 하정미 씨는 ‘이런저런 고민들이 ’강의 노래‘를 하게한 동력들이며 내가 살아온 삶의 흔적들이다. 더욱이 생명의 강을 살리기 위해 많은 분들이 펼쳤던 도보순례의 감동과 기도가 없었다면 ’강의 노래‘는 나오지 않았을 것’ 이라고 하였다.


 

다시금 운하의 망령이 음울한 그림자를 드리우며 도시와 사람들을 꼬드기기 시작했다. 이를 어찌하랴? 그래도 적재 적시에 ‘강의 노래’가 올려지면서 우리는 강을 운하로 만드는 시멘트 제방과 끝없이 파낼 모래톱들과 습지의 죽음을 예상하면서도 울지 않는다. 놀이패 마루의 ‘강의 노래’는 16일까지 매일 오후 4시와 저녁 7시반에 무대에 올려진다.(공연 문의 011-9291-6268, 다음카페 http://cafe.daum.net/marubaram)

 

100여 일 강을 따라 걸었던 경험은 몇몇 순간에 지나지 않았다.

여러 종교인들이 함께 걸음을 모았으나 한 점에 지나지 않았다.

미친 계획, 한반도 대운하는 사라졌지만 아픈 기억은 여전하다.

함께 걸었던 사람들과 함께 환경마당극 '강의 노래'를 기뻐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교회와 사회의 다리 당당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운하, #강의노래, #마당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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