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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학년도 수능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12일(수) 오후 2시에 수험생 예비소집이 있고, 다음날인 13일이면 그동안 모든 것을 참아내며 공부했던 것들을 한꺼번에 쏟아내야 하는 시험이 치러지는 것이다.

수능에 임하는 마음 자세, 챙겨야 할 음식 등 컨디션 조절에 도움이 되는 정보는 물론이고 휴대폰, MP3 등을 가지고 있기만 해도 부정행위에 해당한다는 등 시험 응시에 필요한 주의사항들까지 수능관련 언론 뉴스들을 통해 자세히 소개되고 있다.

수능에 대한 긴장감으로 말하면 이틀 후면 시험에 응시할 수험생들보다 더 할 사람이 없겠지만, 일반인들에게도 여러 뉴스 등을 통해 수능에 대한 긴장감이 충분히 전달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아주 편안한 마음을 가지고, 수능을 기다리고 있는 다소 엉뚱한 학생들이 있다. 바로 1, 2학기 수시전형을 통해 내년에 진학할 대학이 이미 결정된 학생들 중 일부다.

그들에게 수능시험은 자신의 대학진학 여부와 전혀 관계가 없기 때문에, 시험 자체가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수능시험 원서접수를 했다. 수능 이후를 노리기 때문이다. 수능점수보다는 수능응시표가 더 중요한 것이다.

2008년 수능 수험표 - 본 수험표는 본문 기사의 내용과 관계가 없습니다.
▲ 2008년 수능 수험표 2008년 수능 수험표 - 본 수험표는 본문 기사의 내용과 관계가 없습니다.
ⓒ 이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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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그렇듯 수능 이후에 이곳 저곳에서 그동안 고생한 수험생들에게 각종 이벤트성 할인, 무료 행사가 많다는 것을 예측하고 그 혜택을 받기 위해 정작 자신에게 필요없는 수능시험 임에도 불구하고 응시하는 것이다. 염불보다 젯밥에 관심을 두는 것.

물론 수능은 무료가 아니다. 응시 영역의 수에 따라 3만7000원부터 4만7000원까지를 응시원서 비용으로 납부해야 한다. 학생에게는 적지 않은 액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늬만 수험생들은 원서 비용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

각종 인터넷 쇼핑몰과 백화점, 영화관들은 수능수험표를 가진 학생들에게 디지털카메라, 피자, 운동기구, 화장품, 영화표 등을 할인 또는 무료로 제공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수능 응시 수수료보다 훨씬 더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올해 2학기 수시모집을 통해 입학을 희망하던 대학에 합격한 김아무개(고3)군도 할인혜택등을 보기 위해 이번 수능시험에 응시원서를 냈다.

김군은 "(할인혜택 받을 수 있다는 건)선배들하고 인터넷 통해서 알았구요, 따져보니까 배구장, 축구장, 영화 보고 음식점 20~30% 할인 받는거 합쳐보면 제가 원서비로 낸 3만 7000원보다 훨씬 이득이 많더라구요. 제 주변에도 그런 아이들 몇 명 되요"라며 수능에 응시한 이유가 수능점수보다는 할인 혜택에 있다고 인정했다.

할인이나 무료 행사를 준비하는 업체들이야 수능을 이용한 상술이겠지만, 자신이 누릴 수 있는 조금의 혜택이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로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서는 학생들의 모습이 이채롭다.

수능시험을 열심히 준비한 학생들이나, 수능이 필요치 않는 학생들 모두 입시 위주의 대한민국 교육에서 12년 넘게 고통 받았던 학생들이다. 기간은 짧겠지만, 그들이 수험생에게 주어지는 혜택을 충분히 받고 조금이나마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수능 이후가 되었으면 싶다.


태그:#수험생할인, #수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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