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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해란강과 용정시내가 희미하게 눈에 들어오고 ...
▲ 모아산에서 바라본 해란강 멀리 해란강과 용정시내가 희미하게 눈에 들어오고 ...
ⓒ 윤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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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온 뒤라서 일까? 화창한 날씨만큼이나 무더위가 기승이다. 새벽시장에서 먹을거리를 사들고 오늘(7월20일)은 일찍 연길시내를 벗어나기로 했다. 좋아서 날뛰는 아들 녀석을 보고 넌 집에 남아서 집을 지켜야한다고 심통을 건드리자 문 잠그고 가면 된다고 일침이다.

이들 녀석이 제법 컸다고 생각하면서 연길시내 중심가에서 20분 정도 시내버스를 타고 나가자 자그마한 산이 버티고 있다. 모아산이다. 오르는 길목에 연변조선족민속박물관이 있었지만 지인은 실망할 거라며 그냥 지나치기를 권했다. 한국정부의 지원 사업으로 시작되었지만 중국의 동북공정과 맞물리며 사업은 기대만큼 실효를 거두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 중국 연변지역은 소수민족자치구로 1952년에 지정되었지만 56년에 조선족자치주로 강등됐다. 크기도 남한면적의 절반정도인 약 4만2700㎢이다. 하지만 이곳은 우리민족 독립운동의 중심지로 청산리, 일송정, 해란강 등 항일유적지가 가장 많이 분포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0년대에 60%가 넘었던 조선족인구비율이 2008년 인구조사자료에 의하면 36%로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자칫 조선족자치주로서 역할마저도 붕괴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답답한 심정을 뒤로하고 빠른 걸음으로 산을 오른 지 30분. 유치원생인 아들 녀석을 따라 잡기 위해 거친 숨을 몰아쉬며 정상에 오르자 지척의 거리에 유선형의 해란강이 굽이쳐 흐르고 희미하게 용정이 보인다.

모아산에 오르는 입구에 커다란 사자상이 버티고 ...
▲ 모아산 입구 모아산에 오르는 입구에 커다란 사자상이 버티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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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에선 이미 '선구자'(일명 "용정의 노래") 노래가 흥얼거리기 시작한다.

1절 : 일송정 푸른 솔은 늙어 늙어 갔어도
        한줄기 해란강은 천년 두고 흐른다
        지난 날 강가에서 말달리던 선구자
        지금은 어느 곳에 거친 꿈이 깊었나.
2절 : 용두레 우물가에 밤새 소리 들릴 때
        뜻 깊은 용문교에 달빛 고이 비친다
        이역 하늘 바라보며 활을 쏘던 선구자
        지금은 어느 곳에 거친 꿈이 깊었나.
3절 : 용주사 저녁 종이 비암산에 울릴 때
        사나이 굳은 마음 깊이 새겨 두었네
        조국을 찾겠노라 맹세하던 선구자
        지금은 어느 곳에 거친 꿈이 깊었나.

저 멀리 보이는 곳이 바로 우리 민족의 한(恨)이 서린 유적지. 아직 가보지는 못했지만 일송정과 윤동주 시인의 시비가 눈에 보인 듯 아른거린다. 끝없이 펼쳐진 넓은 들판. 한참을 바라보고 있으니 마음 한구석에선 묘한 여운이 생기며 우리 조상들의 말달리던 모습이 영상처럼 스쳐간다. 비록 지금은 이곳이 우리의 땅이라고 외칠 수는 없다. 하지만 한 때 이곳은 우리민족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전략적 요충지였고 일제의 강점기에는 우리민족의 독립운동의 요충지가 아니었던가?

모아산 중턱에서 연길쪽을 바라보며 ...
 모아산 중턱에서 연길쪽을 바라보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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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산을 오르는 길은 비교적 단아하게 잘 가꾸어져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기에 불편함이 없다고 ...
▲ 모아산 모아산을 오르는 길은 비교적 단아하게 잘 가꾸어져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기에 불편함이 없다고 ...
ⓒ 윤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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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산을 오르는 길은 비교적 잘 가꾸어져 있다. 정상까지 오르내리는 길은 인조 목조 계단으로 만들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했다. 오르는 중간 중간에 쉬어갈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 놓아 가족 단위로 둘러 앉아 편하게 휴식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연변에서의 또 하루를 정리하면서 오늘은 답답한 마음이 헝클어진다. 꼭해야할 숙제를 하지 못하고 정전이 되어서 자야하는 것처럼.


태그:#연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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