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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갯장어는 더위를 이기는데 좋다. 자식들에게 보낼 장어를 말리는 중이다.
 여름 갯장어는 더위를 이기는데 좋다. 자식들에게 보낼 장어를 말리는 중이다.
ⓒ 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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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부가 탄 작은 쪽배가 흔들거리며 위태롭다. 상조도 명지와 나배도 사이 500미터도 되지 않는 좁은 길목이다. 상조도와 하조도 사이 잔잔한 바닷물이 급하게 빠져나간다. 그 사이에 나배도가 있다. 섬의 생김새가 나비처럼 생겼다 하여 나비섬, 나부섬, 라배섬, 접등이라 불리다가 1914년 나배도가 되었다.

조도 본섬 연결하는 객선이 없기 때문에 작은 어선(사선)을 이용하고 있다. 한때 초등학생만 100여명이 훨씬 넘었지만 지금은 전체 49호가 거주하고 있다. 다행이 하조도와 연결하는 연도사업이 추진될 예정이다.

장어를 잡기 위해 주낙 채비를 하는 나배도 부부
 장어를 잡기 위해 주낙 채비를 하는 나배도 부부
ⓒ 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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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에서 바다를 본다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도 없고, 대부분 밭들도 '쑥밭'이 되어 있었다. 밭농사를 짓는 것보다 쑥을 뜯어 뭍에서 팔면 훨씬 소득이 좋다. 큰 어장을 하는 집도 없는 나배도 사람들 마당에는 무엇이 있을까. 궁금했다. 살림살이를 엿봤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마당 구석에 솟대마냥 대나무를 세우고 붕장어를 말리는 장면이다. 그러고 보면 조도 연안에서 잡는 붕장어는 힘이 좋기로 소문나 있다. 장죽수도의 빠른 조류를 견디며 먹이활동을 하려면 다른 갯가의 장어보다 근력이 좋아야 함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다른 쪽에 기름통이 놓여 있다. 면소재가 아닌 탓에 기름보일러를 사용하려면 기름을 받아 놓아야 한다. 배를 부릴 때도 마찬가지다. 요즘처럼 기름 값이 비쌀 때는 배도 꽁꽁 선창에 묵어두어야 한다. 나배도는 49호 중 30호가 작은 배를 가지고 있다. 이들에게 배는 생활수단이다. 작은 섬에서 생필품을 구입할 수 없기 때문에 이웃 조도나 객선을 타고 진도로 나가야 한다.

바다가 마당에 닿을 듯하다.
 바다가 마당에 닿을 듯하다.
ⓒ 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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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조도까지는 작은 배를 타고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마당 가운데 떡 하니 자리를 잡은 녀석은 장어주낙이다. 한집에 기껏해야 두서너 틀(바구니)하니 장사보다는 반찬거리요, 자식들에게 보내는 어머님의 정성이다.

봄·여름에 잡아 볕에 잘 말려 두었다 찬바람이 나면 뭍에 나간 자식들에게 보낸다. 장어뿐만 아니다. 온갖 잡어는 모두 말려 추석 때 싸 보낸다. 요즘엔 아예 부모들이 싸들고 명절을 지내기 위해 도시에 정착한 자식들을 찾아 간다.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마당에 널어진 쑥이다. 겨울에도 날씨가 따뜻한 조도는 다른 지역에서 쑥이 나기 시작할 무렵이면 뜯어 팔기 시작한다. 가격이 좋을 수밖에 없다. 남도 섬사람들의 수익원이다.

김 양식 등 해조류 양식으로 손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면 본격적인 봄철 어기가 시작되기 전 돈 벌이를 팽개칠 수 없지 않은가. 한때 나배도, 조도 맹선, 창유리 등은 지주식 김 양식을 많이 했다. 지금은 일부 주민들이 전복양식하고 있다.

조도 사람들의 뛰어난 고기잡이(조기잡이) 기술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조도 닻배놀이는 나배도에서 전승되고 있다.
 조도 사람들의 뛰어난 고기잡이(조기잡이) 기술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조도 닻배놀이는 나배도에서 전승되고 있다.
ⓒ 조도면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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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잡이 가락이 전승되는 섬

조도는 서해바다의 신 조기의 북상을 알리는 섬이었다. 흑산도어장 보다 한 달여 빠른 2월에 조기어장이 형성되어 흑산도, 칠산바다, 충남 녹도어장, 연평도를 거쳐 6월이면 평안도 대화도 어장까지 올라간다.

조도 뱃사람들은 닻배를 타고 연평도까지 올라 다니며 조기를 잡았다. 특히 조도사람들은 배를 짓는 기술이 뛰어나고 그물을 잘 만들어 뱃사람 중에는 최고 대접을 받는 '신지식인'이었다. 이러한 조기잡이 과정에서 그물을 당기고, 고기를 푸고, 만선의 풍장까지 뱃사람의 기쁨과 고달픔을 달래던 놀이가 닻배놀이다.

농사 지을 땅이 적은 조도사람들에게 조기잡이는 일 년 농사였다. 출어를 앞두고 소를 잡아 출어고사를 지내며 풍장을 쳤던 것은 풍어는 물론 가족들의 안전 때문이었다. 바람과 노에 의지해 거친 바다를 헤치며 먼 뱃길을 오가야 했기 때문에 귀신이 되어 돌아오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닻배소리에도 '이제가면은/ 언제 올거나/ 망중살 되면 돌아와' 등의 노래가 전승되고 있다. 기계배의 등장과 안강망 그물이 보급되면서 닻배소리는 사라졌지만 '나배도'를 중심으로 보전회가 만들어져 계승되고 있다.

상조도와 하조도로 둘러쌓인 가운데 섬이 나비가 바다에 내려 앉은 모양이라는 나배도다. 왼쪽 상조도와 오른쪽 하조도가 다리(조도대교)로 연결되어 있다.
 상조도와 하조도로 둘러쌓인 가운데 섬이 나비가 바다에 내려 앉은 모양이라는 나배도다. 왼쪽 상조도와 오른쪽 하조도가 다리(조도대교)로 연결되어 있다.
ⓒ 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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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지난 6월과 7월에 다녀온 이야기입니다. 이기사는 전남새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나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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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동안 섬과 갯벌을 기웃거리다 바다의 시간에 빠졌다. 그는 매일 바다로 가는 꿈을 꾼다. 해양문화 전문가이자 그들의 삶을 기록하는 사진작가이기도 한 그는 갯사람들의 삶을 통해 ‘오래된 미래’와 대안을 찾고 있다. 현재 전남발전연구원 해양관광팀 연구위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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