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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천만갯벌(화포에서)
ⓒ 김준
물 때를 맞추기 위해 6시 30분이 지나는 걸 보고 부지런히 순천으로 향했다. 아침 일찍 물이 빠져 오후 1시 30분이 만조시간이라 마음이 바빴다.

1970년대까지는 30여 호가 넘었던 마을 '구동'은 반으로 줄어 열 댓 집에 불과하다. 행정리로는 인근 노을, 송잠, 농주를 포함해서 농주리라고 부른다.

8시에 도착했지만 만나기로 한 채씨 집 마당에는 손때로 길이 잘 든 낚싯대와 수돗가에 노란 바구니가 주인을 기다릴 뿐이다. 구동에서 유일하게 짱뚱이(정식 명칭은 '짱뚱어'이지만 순천 지역분들은 모두 '짱뚱이'라고 하여 표기를 살립니다) 낚시를 하는 채희문(53)씨는 낚시질 가기 전 벌써 논에 나가 일을 하고 오는 모양이다.

▲ 거미와 매미(대대포 앞)
ⓒ 김준

"요즘 짱뚱이 어떻게 깐삼는지..."

순천만에서 짱뚱이를 잡는 사람은 대략 10여 명에 이른다. 대대포에 사는 주민들과 농주리에 사는 사람들와 벌교 주민 등이다. 특히 벌교 주민들은 노을 마을의 지선어장을 구입해 짱뚱이를 낚고 있다. 어촌이라고 해서 누구나 고기를 낚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촌에는 옛날부터 어업을 해 온 어민들만 어장을 관리하며, 어업 활동을 할 수 있다.

▲ 짱뚱이잡이에 나서는 채희문씨
ⓒ 김준
마을과 마을 간의 갯벌의 경계가 있고, 마을 내에서도 가구별로 갯벌을 나누어 양식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를 지선어장이라고 하는데 어촌계는 국가로부터 양식허가를 얻기도 하고 마을주민들이 공동어업 활동을 하는 것이다.

짱뚱이 잡이도 마찬가지였다. 30여년 전까지만 해도 초봄부터 초가을까지 마을사람들은 모두 짱뚱이를 잡았다. 계당이나 선학 등 일부 마을 사람들은 팔기도 했지만 대부분 가마솥에 짱뚱이를 가득 넣고 끊여서 먹곤 했다.

그때 잡히던 것은 '참짱뚱이'로 요즘 잡히는 '비단짱뚱이'는 먹지도 않았다. 이곳 주민들은 참짱뚱이를 진짜 짱뚱이로 여기고 있다.

▲ 아침 8시 30분에 나가서 오후 1시가 훨씬 넘어서 갯벌에서 나온 채씨의 바구니에는 30여 마리의 짱뚱이가 숨을 헐떡거리고 있다.
ⓒ 김준
채귀봉(79·농주리)씨 예전에 잡혔던 참짱뚱이를 생각하며 이렇게 말했다.

"참짱뚱이는 참 맛있고, 아무 점도 없어, 시방 짱뚱이는 몸에 점이 있고, 잡아 놓으면 그냥 죽어불고. 지금은 종자가 없당께. 보해공장 생기고 없어져 부렀어. 장어 없어지고, 숭어 없어지고, 나백이, 분통 없어지고. 나백이 납작납작 순천장에 납디다. 나백이나 분통은 조개요. 분통은 좀 퉁퉁하고 나백이는 납작납작하고."

5년째 짱뚱이를 잡고 있는 구동 채씨는 많으면 300마리 정도 잡으며, 보통 200마리 정도 잡는다고 한다. 2004년 봄에는 인근 식당에서 한 마리에 600원씩 사서 못해도 10만원 벌이를 했다.

짱뚱이 잡이는 조금(음력 8일, 23일)을 전후해서 며칠을 제외하고, 한시(한사리, 음력 15일) 10일 정도는 낚시를 할 수 있다. 조금 때는 뻘이 말라 널배를 탈 수 없기 때문에 갯벌에 나갈 수 없다.

▲ 널배(뻘스키)를 타고 훌치기 낚시를 하는 채희문씨
ⓒ 김준
채희문(53)씨는 짱뚱이 잡이에 대해 말했다.

"짱뚱이를 한참 잡을 때는 저그 저동네 요동네 모두 다녔제. 대 쪄가지고 대낚시대로. 나꿀나면(낚으려면) 기술도 좀 있어야돼, 눈도 좋아야고.

띵기면 그냥 올라온줄 아요. 특별한 기술은 없어. 낚싯대도 서발 가웃, 줄도 서발 가웃 씩인게. 근디 던져가지고 요리 긁을라고 하면 금방 들어가버려. 요즘 짱뚱이는 어떻게 깐삼는지(까탈스런지). 그래가지고 잡들을 못 하거단 말이요. 요즘은 비단짱뚱이가 되가지고 껍떡이(껍데기가) 얇단 말이요. 잘못하면 올라오다 떨어져부러."

연봉 5천만원의 훌치기 낚시

짱뚱이는 펄이 90% 이상인 갯벌에서 서식하며 환경오염에 매우 민감하다. 또한 이동하지 않고 정착생활을 하기 때문에 해양오염의 지표로 이용되기도 한다. 뺨에 3줄의 흰색이 선명한 참짱뚱이(남방짱뚱이)와 몸에 무늬가 있는 비단짱뚱이로 구분하는데, 순천만에서는 비단짱뚱이만 잡히고 있다.

짱뚱이는 3~4년 정도 자라면 성어가 되는데 크기가 참짱둥이는 18cm, 비단짱뚱이는 15cm 내외에 이른다. 짱뚱이는 1만개의 알을 여러 번 낳는데 6~7월의 산란기가 되면 수컷이 높게 뛰어 올라 암컷을 유인하는 구애 행동을 보인다. 가을철에는 동면을 위해 왕성한 먹이 활동을 통해 몸을 불려 에너지를 축적한다.

▲ 짱뚱이 낚시도구
ⓒ 김준
해남, 영암, 강진, 고흥, 벌교, 순천 등 여러 지역에서 발견되었던 짱뚱이는 영산강개발사업으로 갯벌이 매립되고 간척되면서 해남과 영암에서는 자취를 감추고, 강진 지역도 개체수가 크게 감소하였다. 다만 벌교 동강 일대의 갯벌과 순천만에서 짱뚱이를 발견할 수 있고, 전통적인 짱뚱이 낚시꾼을 볼 수 있다.

널배(뻘스키)를 타고 갯벌에 들어가 잡는 짱뚱이 낚시는 '훌치기' 낚시라고 한다. 초봄에 시작해서 가을까지 짱뚱이를 잡는데, 잘 잡는 사람은 연 5천만원의 소득을 올리지만 보통 3천만원 정도의 소득을 올린다고 한다. 훌치기란 일반 낚시 바늘 4개를 갈고리 모양으로 등을 대고 묶어서 낚시 줄에 매달아 짱뚱이를 잡는 방법을 말한다.

짱뚱이가 갯벌에 나와 있으면 그 5~6미터 앞에 낚시를 던져서 줄을 조심스럽게 당기다가 짱뚱이 몸에 바늘이 걸리면 끌어서 낚아챈다. 짱뚱이들도 이런 낚시 방법에 익숙해졌는지 낚시를 던지려고만 해도 구멍 속으로 숨어버려 훌치기 낚시도 쉽지 않다고 한다.

갯벌을 잃은 주민들

▲ 갯벌 위에 붉은 색을 칠해 놓은 듯한 칠면초. 30년 전까지만 해도 주민들에게 의해 소금을 생산한 염전지역이지만 투기바람으로 대부분 외지인이 소유하고 있다.
ⓒ 김준
순천만에서 소금을 만들었던 곳은 대대포 앞 농지와 농주리 일대이며, 장산, 용두리 새우양식장 등은 최근까지 소금을 만들었다. 이들 지역의 염전은 일부분 새우양식으로 전업을 했지만 전업자금과 운영자금 등 목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주민들이 나서는 경우는 드물고, 외지인들이 들어와 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에 있지 않다. 그 염전들이 대부분 1980년대 후반 외지인의 소유로 넘어갔다. 복부인들에 의해 전국이 투기로 몸살을 앓던 시기에 짱뚱이와 철새들의 고향 순천만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 시기에 순천만 대대포 인근에 공장이 들어오고, 와온에서 시작해 순천만을 끼고 벌교로 이어지는 해안도로가 생길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게다가 이곳은 레이더에 잡히지 않아 비행장이 들어설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있었다.

평당 5천원 하던 땅이 다섯 번 주인이 바뀌면서 3만2000원으로 뛰었다. 언제나 그렇듯 주민들은 초기에 싼값에 땅을 외지인에게 내놓았다. 외지인들은 이곳에 와 보지도 않고 복덕방에서 보여주는 도면을 보고 땅을 사고 팔기를 반복했다.

▲ 그물을 설치하기 위해 갯벌을 가로지른 대나무 말목. 짱뚱이, 은어 등 많은 치어들이 이 그물에 걸려 죽는다
ⓒ 김준
이곳은 오랫동안 염전으로 갯벌이 단단해져 지진개(칠면초)가 자라는 곳으로 90% 이상이 외지인의 소유로 넘어갔다. 1990년대 후반 이곳에 임대를 해 새우양식을 하려고 땅주인을 찾아 팔도를 헤맸다는 농주리 윤아무개(56)씨의 이야기는 이를 잘 나타내준다.

"89~90년 그 무렵에 투기 바람이 부렀제. 5천원짜리가 3만6천원이여. 저그 지진개(칠면초) 있는 곳이 옛날 염전자리인디 개인 땅이여. 마을 앞만 해도 7만평되는데 주인이 48명이여. 전라도 사람은 광주 사람 하나 광양 옥룡 사람 하나 둘이고, 나머지는 외지 사람이여.

높은 자리 있는 사람도 있었는데, 자기 신분을 노출 안 시키려고 임대를 안주는 것이여. 변호사들 판검사들 다 개입이 되어 있어. 한 집에는 일곱 번까지 쫓아갔는데. 마산이여. 절대 본인은 안 나타나고 처하고 엄마만 만났어. 그 쪽 복덕방에 앉아서 넘기고 넘기고 넘겨서, 5번째 3만2천원이여. 이 사람들은 막차 타고 투자를 해 가지고 6개월만 지나면 7만원짜리라고 기다리고. 6개월이 지나도 소식이 없어 복덕방에 가니까 문 닫고 없어져 부렀어.

저 앞에 독담 있는데 염전을 산 사람이 올라가다 교통사고로 죽었대. 나중에 그 부인이 도면만 갖고 온 것이여 땅이 어디 있냐고. 근데 마침 물이 들어오니까 땅(갯벌)이 없잖아. 울면서 나보고 둑을 막아 달래. 자기 대줄테니까. 원하는 대로 사용하라면서."

생존과 보존의 사이에서

▲ 순천만 갈대
ⓒ 김준
높은 언덕에서 순천만 갯벌을 쳐다보면 갯벌을 가로질러 몇 겹으로 대나무 말목이 박아져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것들은 문절구(운저리의 현지명)와 찔럭게(칠게의 현지명)를 잡기 위해 그물을 설치하기 위한 것이다.

여수반도와 고흥반도 사이에 자리한 순천만은 육지에 깊숙이 만입되었으며 수심이 매우 낮고 호수처럼 잔잔하다. 인근에 공장이 없고, 갯벌이 넓고 수십만 평의 갈대가 자라고 있어 고기의 산란과 서식 및 휴식처로 적절한 곳이다. 이런 탓에 이곳은 게, 지렁이, 짱뚱이, 패류 등 다양한 갯벌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다양한 갯벌 생물들은 어민들의 소득원이자, 다양한 보호 철새들이 먹이가 되고 있다. 요즘 주목을 받고 있는 철새로는 흑두루미, 알락꼬리 도요새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환경부는 순천만 흑두루미를 동북아시아두루미네트워크에 가입시키려고 하고 있다.

두루미네트워크는 세계적으로 1만여 마리밖에 남지 않는 두루미를 보호하기 위해 1997년에 결성된 조직으로 순천만은 그동안 조사를 통해 130마리가 월동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호주에서 쉬지 않고 4000~5000Km를 날아온 알락꼬리도요새가 절반으로 줄어든 몸을 회복하여 시베리아로 이동하는 중요한 중간 휴식지이기도 하다.

순천만은 습지보존지역 지정을 강력하게 반대했다. 집중호우 시 상습적인 침수지역인데도 하천정비를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병충해 농약은 물론 방제를 위해 논을 태우는 것도 어렵고, 재산권 행사로 어렵다는 것이다.

가을에 찾아와 봄에 돌아가는 철새들의 경우 가을철 추수를 앞두고 곡식들을 마구 먹어대기 때문에 농민들에게는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갈대밭이 확장되면서 농수로를 메워 물길이 막혀 홍수 시 농작물 침수는 말할 것도 없고, 논에까지 갈대가 들어오고 있는 형편이라고 한다.

고막양식을 하는 와온과 화포의 경우에는 오리들이 양식장에 들어와 통째로 고막을 먹어 치우기도 한다. 그동안 순천만에서 관행적으로 이루어졌던 통발어업, 덤장 등에 대해서도 합리적인 방안이 모색되지 않으면 안 될 형편이다.

순천만은 유일하게 갯벌이 잘 보존되어 있다. 하지만 인근 주민들은 순천만을 생태계 구성원의 하나로 여기고 함께 사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주민들이 아끼고 가꾸면서 생활할 수 있는 순천만. 짱뚱이와 갯벌 생물들의 지속적인 생활이 가능하고, 철새가 찾는 그러한 순천만 갯벌은 어려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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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동안 섬과 갯벌을 기웃거리다 바다의 시간에 빠졌다. 그는 매일 바다로 가는 꿈을 꾼다. 해양문화 전문가이자 그들의 삶을 기록하는 사진작가이기도 한 그는 갯사람들의 삶을 통해 ‘오래된 미래’와 대안을 찾고 있다. 현재 전남발전연구원 해양관광팀 연구위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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