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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봄기운. 하지만 바람은 차갑다. 그래서 일까? 사람들은 여전히 겨울옷을 걸치고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에 옷깃을 세운다. 세 번째로 찾은 연변 거리 모습이다.

서 시장 입구에 쓰여진 현판. 이곳이 연길에서 제일 큰 전통 시장이라고 한다.
▲ 연길 서 시장 서 시장 입구에 쓰여진 현판. 이곳이 연길에서 제일 큰 전통 시장이라고 한다.
ⓒ 윤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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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 이튿날. 새로 온 조카들을 데리고 다시 찾은 서 시장. 이곳은 연길에서 제일 큰 시장이다. 이른 시간 때문인지 사람들이 별로 없다. 오랜만에 보는 한가함이다. 비좁은 문틈을 열고 들어서자 숨이 막혀 온다. 진한 냄새. 쉽게 구별할 수 없는 온갖 것들의 냄새가 속을 메스껍게 한다.

물건을 살 때 무조건 흥정하라

손님을 부르는 호객소리가 조선말(한국어)과 중국말이 섞이면서 혼란스러움까지 가세한다. 하지만 이것은 대수로운 것이 아니다. 주말이면 발 디딜 틈이 없이 꽉 찬 거리임을 이미 알기 때문이다.

이른 아침이라서인지 오랫만에 과일 상가가 있는 1층에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질 않아 조카와 함께 순간 촬영.
▲ 한가한 과일 상가 이른 아침이라서인지 오랫만에 과일 상가가 있는 1층에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질 않아 조카와 함께 순간 촬영.
ⓒ 윤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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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과일들이 판매대에 빈틈없이 들어차 있다. 색깔이 너무 고와 혹시 약품처리한 것이 아니지 물어 보았지만 절대로 아니란다.
▲ 과일 판매대 각종 과일들이 판매대에 빈틈없이 들어차 있다. 색깔이 너무 고와 혹시 약품처리한 것이 아니지 물어 보았지만 절대로 아니란다.
ⓒ 윤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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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에 들어서자 각종 야채와 과일들이 즐비하다. 이미 알고 있는 것도 있었지만 형형색색의 과일들은 이름부터가 낯설다. 빨간 색깔의 자태를 뽐내는 과일과 고슴도치처럼 가시가 있는 과일은 아무리 봐도 낯설다.

한 과일 상 앞에 놓인 고슴도치 모양의 과일. 속은 야자수 속과 비슷한 향과 맛이 났다.
▲ 과일 사진 한 과일 상 앞에 놓인 고슴도치 모양의 과일. 속은 야자수 속과 비슷한 향과 맛이 났다.
ⓒ 윤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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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위안을 주고 방울토마토를, 5위안을 주고 망고를 한참을 망설이다 빨간 색깔의 과일을 8위안을 주고 샀다. 과일과 야채 등을 파는 단위는 모두가 ‘근’이다. 그래서 반드시 저울의 근을 확인해야 한다. 한국사람처럼 보이면 여지없이 ‘근’을 속인다는 것이 이곳 중국의 통설.

여러가지 잡곡들을 쌓아 놓았지만 한국에서도 쉽게 볼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 잡곡상 판매대 여러가지 잡곡들을 쌓아 놓았지만 한국에서도 쉽게 볼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 윤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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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한 가지. 물건을 살 때 먼저 돈을 보여주어서는 안 된다. 돈을 보여주면 이곳 사람들은 돈을 먼저 손으로 잡고 물건을 넣는다. 그리고 억지다. 비싸다고 돈을 돌려달라고 하면 그때부터 흥정이다. 심지어 3분의 1가격까지 내려간다. 그러니 무조건 안 산다고 하는 것이 상책. 가는 척하면 다시 부른다. 그때부터 값은 내려간다. 따라서 성급한 결정은 금물. 기다림의 법칙을 우선 적용하라.

성미급한 한국인은 봉, 150위안이 10위안으로

택시를 타도 마찬가지. 한국인이면 거의 무조건 미터기를 돌리기보다는 흥정이다. 아니 일방적 통보다. 기본요금이 5위안지만 처음에는 어디를 가자고 하면 흥정을 하려 한다. 5위안으로 갈 수 있는 거리면 10위안 정도 부른다. 안 타겠다고 거절하면 5위안이다. 따라서 성미급한 한국인은 봉. 심지어 공항에서 5위안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늦은 밤이면 150위안까지 부르기도 한다. 이것도 조금 기다리면 10위안 정도로 내려간다.

그러나 이곳 모든 곳이 다 그렇지는 않다. 한국의 대형 마트처럼 계산대가 설치된 곳에서는 흥정이 별로 없다. 계산대에 나오는 값만 내면 그만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이곳 연변에서는 한국 물건은 무조건 비싸다. 특히 한국제품의 화장품이나 생활용품 등은 심지어 한국에 비해 두 배 이상 비싼 것도 많다. 다행스러운지는 몰라도 한국제품은 좋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한다.

서 시장 주변에서 서성거리는 고모와 조카들의 이야기 장면 몰카.
▲ 서 시장 앞 거리에서 몰카 장면 서 시장 주변에서 서성거리는 고모와 조카들의 이야기 장면 몰카.
ⓒ 윤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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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시장 주변을 서성거리다 들어선 식당. 아이들에게 메뉴판을 건네며 선택권을 주었다. 그림을 보고 선택한 메뉴는 고작해야 자장면과 만두. 다른 것을 권해보았지만 무슨 맛인지 모른다며 고개를 흔든다.

점심을 먹고 버스를 기다렸다. 오랜만에 거리도 익힐 겸 버스를 타고 돌아오기로 했다. 버스 요금은 1위안이다.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약 160원 정도다. 예년에 비해 한국 돈의 가치가 많이 떨어졌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버스는 만원이다. 오전에 비해 사람들도 많이 보이고 거리도 붐빈다. 차창에 보이는 연길시의 거리는 여전히 혼란스럽다. 버스 앞을 가로막는 차가 있어도 운전기사는 별 반응이 없다. 경적을 울리며 돌아가는 것이 전부다. 조금 지나자 택시 한 대가 중앙선을 가로질러 버스 앞으로 끼어든다. 반응은 마찬가지다. 버스 역시 앞 차를 추월하기 위해 중앙선을 넘지만 교통경찰도 무반응이다.

1인당 500위안의 벌금을 물어야한다니...

하루를 정리하기 위해 집에 들어서자 사고가 발생했다. 이미 한 달 전에 연변에 와 있었던 가족이 파출소에 체류 신고를 하지 않아 1인당 500위안의 벌금을 물어야한다는 이야기를 주인집 아주머니에게 들은 것. 화부터 치밀어 올랐다.

이유인즉, 중국에 들어오는 외국인은 3일 이내에 반드시 해당 파출소에 신고를 해야 한다고 한다. 이전에는 친지 방문만 그랬지만 지금은 모든 외국인이 다 그래야 한다고 했다. 억울했다. 심양에 있는 한국 영사관에 전화를 했더니 하루에 50위안씩 벌금을 내는 것은 맞다고 했다.

한참동안 실랑이를 벌였다. 영사관 직원이라는 최아무개(여)씨는 영사관에서 도와줄 수 있는 건 없다고 했다. "왜"라고 묻기도 싫었다. 그것은 당연히 개인의 문제라는 말투였다. 이것을 기사화 하겠다고 하자 태도는 조금 달라졌다. 그런데 그것이 고작 해당 파출소에 가서 몰랐다고 사정을 해 보라는 것이 전부였다.

본국에 항의하겠다고 했다. 왜 이 사실을 미리 알리지 않았는지를 묻자 입국할 때 공고판에 나와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런 공고판은 연변공항에서 찾아볼 수가 없었다. 외교통상부에서 보낸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어디에도 그런 문구는 나와 있지 않았다. 직무유기다. 영사관 직원들이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중국을 여행하는 모든 한국인에게 미리 알려 주어야하는 것이 당연한 책무가 아니겠는가!

한참을 지나자 영사관에서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우선은 반가웠다. 혹시나 하는 생각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호텔에 투숙한 여행객은 괜찮다는 내용이었다. 쓸데없는 전화였다. 오히려 화가 났다. 비싼 비용을 주고 호텔에서 투숙한 외국인은 괜찮고 민박이나 값싼 숙소를 이용한 여행객은 당해야 한다는 논리나 별반 다를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 마디 더, 본국에 이 사실을 보고 하겠다는 것이 전부였다.

도리가 없었다. 이것도 여행객 본인의 잘못이라는 영사관 직원의 말투가 너무나 속상했지만 내일 도문 지역 방문을 위해 참기로 했다. 내일은 우리의 북녘 하늘을 지척에서 볼 수 있다는 희망을 위안삼아 오늘 일을 잠시 접기로 했다. 내일의 북녘 하늘을 기약하며.


태그:#연변,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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