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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을 살때 미리 가격을 깎아주고 적립된 포인트로 갚아나가는 선할인카드는 결국 소비자가 갚아야 할 빚에 불과하다. 사진은 시중의 신용카드들.
 물건을 살때 미리 가격을 깎아주고 적립된 포인트로 갚아나가는 선할인카드는 결국 소비자가 갚아야 할 빚에 불과하다. 사진은 시중의 신용카드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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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1] 한국에 온 지 7년 된 중국교포 A씨는 그동안 한국 국적을 취득하지 못해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없었다. 드디어 한국 국적을 취득하여 신용카드를 만든 A씨는 요즘 새로운 고민에 빠져있다. 동네의 가전제품 할인마트에 내걸린 선할인 OO만원의 문구를 본 A씨는 이번 기회에 LCD TV를 살까 고민 중이다. "미리 제품을 구입하고 앞으로 천천히 포인트로 갚아 나가면 된다, 포인트도 아주 쉽게 적립할 수 있다"는 판매원의 말에 현혹된 것이다. 그러나 매월 신용카드 사용액이 얼마 안 되는 A씨는 판매원의 말이 진짜인지 헷갈리고 있다

[사례 2] 결혼 8년차 주부인 B씨는 둘째를 낳기 전까지 맞벌이를 했으나 맞벌이 중단 후에도 외식비 지출습관을 고치지 못해 소비통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맞벌이 하는 동안 쌓였던 회사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를 좋은 음식점에서의 외식으로 풀었던 B씨는 부모님이나 지인들을 만나 식사를 해도 본인이 계산을 해야 마음이 편하다. 맞벌이 중단 후 소득이 반으로 감소했으나 외식비는 소득 감소분만큼 줄이지 못한 B씨는 신용카드로 외식비를 결제하고 카드대금 결제 시에는 마이너스 대출통장 등을 사용해서 결제를 하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선할인은 신용카드를 장기간 사용하게 만든다

전자제품의 대리점 입구를 보면 30만원·50만원 등 선할인으로 제품의 가격을 깎아 준다는 광고문을 쉽게 볼 수 있다. 사례의 A씨도 무이자 할부는 물론 선할인의 혜택을 받고 가전제품을 싸게 사고 싶어 한다. 그러나 선할인을 받는 순간 짧게는 2년 이상 매월 일정금액 이상의 신용카드를 반드시 써야 하는 의무를 지게 된다.

선할인은 물건을 살 때 미리 가격을 깎아주고 신용카드를 사용해 나가면서 적립된 포인트로 갚아나가는 구조이다. 또한 적립된 포인트가 부족하면 현금으로 결제를 해야 하는 '부'채의 개념이다. 예를 들어 A사의 선할인 신용카드로 50만원을 선할인 받았다면 5년 동안 매월 83만원씩의 신용카드를 사용해야 포인트를 쌓을 수 있다(신용카드 사용금액의 1%를 포인트로 적립 받는다는 기준으로 계산).

선할인 금액에 할부수수료 있는지 챙겨야

신용카드사마다 선할인을 제공하는 기준이 다르다. 각 회사마다 선할인해주는 금액도 20만원·30만원·50만원·70만원 등 종류가 제각각 이다. 또한 선할인받은 금액에 할부수수료가 있는 경우도 있고 없는 경우도 있다.

할부수수료가 있는 경우에는 정해진 할부수수료율만큼 포인트나 현금결제시 고객이 추가로 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 예를 들어 50만원을 선할인받았다면 수수료가 없는 경우 매월 8330원을 포인트나 현금으로 5년간 결제하면 되나, 5%의 할부수수료가 있다면 매월 8747원을, 7%의 할부수수료가 있다면 매월 8913원을 포인트나 현금으로 결제해야 된다.

따라서 선할인을 받기 전에 수수료 부담이 있는지 상환조건을 꼼꼼하게 따져보는 것이 좋다.

선할인 유혹에 넘어간 순간, 당신은 신용카드의 노예

신용카드 회사에서는 '포인트를 적립하기가 쉽다'는 광고로 소비자를 유혹한다. 하지만 사용자는 포인트를 적립하기 위해 몇년 동안 신용카드를 쓰게 되고, 자신도 모르게 신용카드 사용에 중독돼 신용카드를 쓰지 않으면 불편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결국 이는 포인트와 상관없이 지속적인 카드 이용으로 이어진다. 아울러 부족한 포인트를 적립하기 위해 계획된 것보다 많은 지출을 하게 되기도 한다.

자신도 모르게 신용카드 사용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지고 과소비를 하게 되는 것이다. 선할인은 조건 없이 물건값을 깎아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자신의 정상적인 신용카드 지출금액을 먼저 계산을 해본 후 무리 없는 금액에서 선택해야 한다.

또 신용카드 사용 시 적립되는 포인트 적립 비율이 자신의 지출항목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계산해 봐야 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가 없는 사람에게는 주유시 포인트 적립이 아무리 많이 되도 의미가 없다.

지출통제가 어려운 사람은 신용카드를 잘라 버려라

마트에서 물건값을 계산하려는데 돈이 모자라 애써 골랐던 물건을 다 사지 못하고 몇 개를 빼고 결제를 했던 일은 신용카드를 없애고 체크카드만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이나 현금만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한 번 경험했을 것이다.

사례2의 B씨는 맞벌이 중단으로 소비의 지불능력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신용카드라는 편리한 결제도구를 이용해 쉽게 외식비를 결제하고 있다. 본인의 의지대로 소비를 통제할 수 없다면 시스템을 만들어 자연스럽게 통제를 해야 한다.

신용카드가 없어 자신의 지불능력을 벗어난 소비를 못할까 하는 두려움보다, 계획된 금액 내에서 지출을 하는 즐거움을 느껴야 한다. 신용카드를 없앰으로써 소비가능금액을 자신이 계획한 범위 내로 만들어 놓는 것이다. 신용카드를 비상시에만 쓰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아예 잘라버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신용카드 본연의 기능에 충실해서 사용하자

신용카드를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은 식비·교통비·외식비 등 월별 지출계획을 세우고 지출항목 중에서 신용카드로 사용할 항목을 정하는 것이다. 유류비 등 어차피 써야 할 계획된 지출이라면 신용카드 결제시 주유할인 혜택을 받도록 하고, 쇼핑 등 소비통제가 잘 안 되는 지출항목에는 신용카드 대신에 체크카드를 사용하도록 한다.

신용카드 사용의 가장 기본은 현금을 갖고 다니지 않아도 구매를 할 수 있는 것이고, 부가적으로 포인트 적립이나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신용카드 사용 시 부가기능에 너무 매달리다 보면 자신이 계획하지 않는 소비가 발생할 수 있으니 현금을 갖고 다니는 불편함을 없애는 신용카드 본연의 기능에 충실해서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

"혜택으로 물들다. 혜택받은 쇼핑 전자제품 최대 OO만원까지 혜택"

이것은 모 신용카드회사의 광고문구다. 수많은 이들이 혜택을 아주 쉽게 받는 것은 진정한 혜택이 아니다. 신용카드회사도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인데 아무한테나 좋은 혜택을 준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신용카드회사는 다수에게 주는 혜택으로 인해 손해 보는 것을 만회할 장치를 만들어 놓을 것이다. 내가 그들의 그물에 걸리지 않도록 현명한 소비자가 되야 한다. 선할인카드는 갚아야 할 부채이다.


태그:#재무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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