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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담보대출 홍보가 한창인 판교 신도시 견본주택 전시장 앞.(자료사진)
 부동산담보대출 홍보가 한창인 판교 신도시 견본주택 전시장 앞.(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안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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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1]
맞벌이 회사원 A씨 부부는 5년 전부터 재테크를 해오고 있다. 그는 나름대로 여러 서적을 구입해 공부하기도 하고 부동산 족집게 강의도 수차례 다녀왔다. 알뜰히 살고 저축해봐야 만기 시 챙길 수 있는 이자가 몇 푼 안된다는 실망감에 돈을 불려야 한다는 생각을 일찌감치 한 것이다. 그 덕에 그는 3년 전부터 시작한 펀드투자로 250%의 수익을 챙길 수 있었고 아파트도 두 채나 소유하게 되었다.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총액은 4억이 넘는다.

[사례2] 학원 강사 부부인 B씨는 재테크에는 큰 관심이 없다. 그들은 아껴쓰는 것이 최고의 부자되는 비법이라고 믿는다. 그렇지만 이왕이면 저축을 효율적으로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부지런 떨며 여러 금융상품을 활용하고 있다. 비과세 상품은 빼놓지 않고 가입하고 은행의 특판 예적금은 찾아서 가입한다. 2년 전부터는 소액이지만 간접투자도 시작해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부부의 원칙은 그 어떤 경우든 빚으로 투자하지 말자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아직까지 자기 집도 없고 전세를 살고 있다. 자산의 총액은 2억이 조금 넘는다.

부동산 170%, 펀드 250% 수익률...그래도 불안하다

A씨 부부는 자산이 크게 늘어 뿌듯한 마음이 있다. 그러나 한쪽 마음은 늘 불안하다. 부채가 1억 넘기 때문이다.

처음 아파트를 살 때 지방에 있는 25평 아파트를 매입했는데 그간 유지했던 예적금을 몽땅 깨고도 돈이 모자라 분양가 8000만원의 70%인 6500만원을 부채로 샀다. 2년간 그 부채를 갚기 위해 허리띠 졸라매는 생활을 유지했다. 생활은 불편했으나 부채를 갚는 동안 아파트 가격은 1억5000만원까지 뛰어올라 후회는 없었다.

그는 다시 그 아파트를 담보로 계약금을 마련해 다른 아파트를 매입했다. 중도금과 잔금까지 부채로 해결하고 다시 빚 갚는 생활을 반복했다. 5년간 열심히 아파트 두 채에 딸린 빚을 갚기 위해 고생했지만 지금은 그 두 채의 아파트 자산가치가 4억이 넘는다. 매입가에 비해 거의 170%의 수익률로 1억의 부채로 인한 불안함을 지우기 충분하다.

그러다 최근 주가가 크게 뛰어오르는 것을 보고 부채상환 방식을 이자만 갚는 것으로 바꿨다. 원금상환만큼을 3년 전부터 펀드투자에 붓기 시작했다. 그 펀드가 250%의 수익을 내고 있으니 자신의 선택에 대단한 만족을 느낀다. 역시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오를 것이라는 믿음, 성장에 대한 확신이 자신을 부자로 만들어 주고 있다고 여긴다.

집값 상승에 허탈하지만 새로운 돈벌 방법 찾았다

B씨 부부는 주위에서 내 집을 사서 집값이 크게 올라 들떠있는 사람들을 보며 다소 허탈해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집을 사라는 권유도 많이 받았다.

평소 집은 거주하기 위한 곳이지 투자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믿음을 가졌지만 막상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니 화가 나고 불안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남들이 이야기하듯 무조건 아껴 저축만 한 것보다 집 한 채 잘 사서 집값 오른 사람과 비교하면 자신들이 바보가 된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들은 한동안 빚을 끼고 집을 살까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집값 상승에 자기들까지 보태서는 안 된다며 그렇게 투자가치가 있는 집을 알아보는 시간에 학원 운영을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쏟자고 결론지었다. 좀더 미래를 길게 펼쳐 놓고 새로운 돈 벌 방안을 찾는 것이 가진 자산의 가치를 늘리는 것보다 지혜롭다고 생각한 것이다.

지금도 나름대로 빚 없이 체계적으로 돈을 운용하고 있으니 큰 불편은 없다고 자신들의 가계부를 돌아보며 자신을 위로했다. 얼마 후 B씨 부부는 전세로 살고 있는 집을 학원으로 일부 개조해 직접 학원 운영을 시작했다. 물론 기존의 학원출강도 병행하고 있다. 일이 늘어난 것 같으나 부인이 집에서 강의를 하기 때문에 이전보다 덜 피곤해졌다. 소득은 이전보다 150% 늘었다. 저축도 따라서 늘렸다.

거품 낀 자산가치는 허무한 숫자에 불과할 수도

A씨 부부는 최근 큰 고민에 빠졌다. 부인이 갑자기 직장을 그만두게 되어 소득이 감소하게 된 것이다. 생활비와 부채 이자에 나가는 돈이 매월 300만원이 넘는데 소득이 줄어들게 되자 난감해진 것이다. 저축을 중단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생활비로도 마이너스로 돌아설 위험이 있다. 갖고 있는 자산 4억여원은 전부 투자에 묶여 있어 당장 생활비 부족을 메우기 위해 꺼내 쓸 수도 없다. 그렇다고 부인이 직장을 다시 구하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

매일 재테크 사이트를 뒤지고 족집게 부동산 강연회에서 진행하는 돈 되는 땅 답사 같은 곳에 쫓아다니다 보니 정작 자기관리를 위해서는 뚜렷하게 준비한 것이 없다. 이참에 갖고 있는 아파트 한 채를 팔아보려고 해도 최근에는 거래 자체가 뚝 끊겨 그것도 여의치 않다. 펀드를 환매해서 쓰려니 더 오를까 봐 아까워서 팔 수가 없다. 분명 자산가치는 크게 올라 부자가 된 것 같은데 생활은 재테크를 처음 시작할 때나 지금이나 가난하기 매한가지다.

위의 사례들은 100% 실제 사례는 아니다. 그러나 재무상담과정에서 있었던 실제 사례들을 짜깁기한 이야기다. 상담과정에서는 사례의 A씨보다 더 극단적인 경우도 적지 않다. 돈되는 것을 찾는 재테크 열풍이 보통 사람들을 큰 위험을 무릎 쓰고 인생을 건 모험을 하게 만들고 있다. 무조건 오를 것이라는 믿음으로 커다란 위험을 감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큰 위험을 감수하고 한 재테크로 성공한 사람보다 재무상황이 어렵게 된 가정이 적지 않다. 10년 가까이 부동산을 통해 다시 부동산으로 옮겨다니며 빚 갚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으면서도 언젠가는 팔아서 쓰면 되지 하는 안일한 생각에 빠져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부동산이란 내가 원할 때 바로 현금화할 수 없으며 현재의 상승세가 앞으로도 유지된다는 보장을 아무도 할 수 없다는 단순한 사실조차 외면하는 것이다.

부동산은 언젠가 팔면 되겠지? 너무 안일하다

경기도 분당의 한 판교 견본주택 전시장에서 판교 신도시 중소형 아파트 당첨자 일가족이 자신들이 살게될 아파트의 구조도를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경기도 분당의 한 판교 견본주택 전시장에서 판교 신도시 중소형 아파트 당첨자 일가족이 자신들이 살게될 아파트의 구조도를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오마이뉴스 안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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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의 경우라는 가정, 즉 내가 빚 갚기 위해 부담한 이자보다 부동산 가격이 못하다면, 혹은 내가 산 가격보다 더 크게 떨어진다면, 이라는 가정이 무리한 가정이 아니라는 것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 이 가정을 인정한다면 빚으로 부동산에서 부동산으로 옮겨다니며 투자하기 위해 한 고생은 처절한 바보짓이 되어버릴 수 있다.

그러나 미래는 언제나 예측불허, 상승만 바라보고 자신의 일상을 빚 갚는 곡예로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 당장의 자산가치가 높기는 하나 그것이 거품에 의해 만들어진 꺼내 쓸 수도 없는 허무한 숫자에 불과한 것으로 끝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오를 것이라는 과도한 믿음은 위험에 둔감하게 하고 부자가 된 듯하나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진짜 부자는 되지 못하게 만든다. 오히려 돈을 좇는 일상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

단기에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재테크 환상은 단기 부양으로 성장은 했으나 새로운 성장 동력을 개발하지 않은 채 거품만 양산하는 가짜 경제와 비슷하다. 돈이 되는 것은 뭐든 하지만 고용 없는 성장만을 만들어 내는 것처럼 재테크도 자산가치는 늘었으나 빚 갚느라 오히려 쓸 돈만 줄어드는 모순에 빠지는 것이다.

고용 없는 성장이 빈곤층을 늘려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고 결국 대기업의 성장마저 위협하는 악순환을 만드는 것처럼 과도한 재테크, 빚에 둔감한 수익만 좇는 재테크는 제로섬게임에 이를 위험이 있다. 나만 특별한 수익을 챙기기 위해서는 누군가 그만큼 손실을 봐야 하는 치열한 머니게임이다. 그 머니게임의 끝은 모두가 피해자가 될 위험이 있는 것이다.

그에 비해 경제의 체력을 제대로 진단하고 새로운 성장 모델을 찾아 생산성을 높여 부를 늘려가는 과정은 진짜 경제이다.

사례의 B씨는 당장 빚을 내서 뒤늦게라도 빚테크를 감수하느니 그 에너지를 생산적인 미래 설계에 쏟는 것을 선택했다. 생애 전반을 고려한 인생설계부터 다시 시작해 답을 찾은 그들은 진짜 부자이기 충분한 것이다. 자산은 A씨에 비해 절반 수준이지만 부채 없는 건전한 가계부로 소득 증가에 따라 안전하게 자산 증식을 만들어 갈 수 있는 것이다. 부동산 가격변동에 불안해 하지 않아도 되고 금리 상승에 오히려 기뻐할 수 있다.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근로자들의 교육을 늘려 생산성 증가와 비정규직 해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는 사람 중심의 진짜 경제와 닮아있다. 건전한 경제 마인드를 기반으로 거품 없이 돈으로부터 제대로 자유로워지는 진짜 부자를 실현해 가는 것이다.

건전한 경제관념이 뿌리이다

이처럼 진짜경제는 외부 환경의 변화에 흔들리지 않아 지속 가능하지만 가짜경제는 외부 환경의 변화에 쉽게 무너질 수 있다. 진짜부자는 자산의 가격 변동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생산력으로 부를 쌓아나가기에 꾸준하고 튼튼한 부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가짜 부자는 자신의 힘이 아닌 자산의 레버리지와 가격변동에 의존하기에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자산 가격이 상승하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쌓은 부를 하루아침에 잃어버릴 수도 있는 허약한 부자이다.

건전한 경제관념은 성장에 앞선 중요한 뿌리이다. 뿌리 없는 나무는 오래 살 수 없다. 건전한 경제 마인드에 기반한 것만이 진짜 경제, 진짜 부자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태그:#재무설계, #재테크, #진짜경제, #부동산, #주식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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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가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되고 있다. 짧은 기간 동안 금리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가계발 금융부실이 크게 우려된다. 채무자 보호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대한민국의 현실은 수많은 채무자들을 빚독촉의 고통으로 내몰고 있다. 채무자들 스스로도 이제 국가를 향해 의무만 강요받는 것이 아니라,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는 목소리를 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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