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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손으로 오면 자원봉사 못하나요?
ⓒ 김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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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만리포 해수욕장으로 향하는 32번 국도에는 "국민여러분, 도와주세요"라는 절박한 외침을 적은 현수막이 나붙었다. 이에 응답이라도 하듯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차량들은 주저없이 도로를 달려 태안 곳곳의 해안가로 흩어져 들어갔다. 

 

기름 유출 사고 이후 두 번째 주말을 맞아 태안을 찾은 전국의 자원봉사자 수는 대략 4만 여 명. 그러나 태안을 찾은 많은 이들의 손에는 방제작업에 필요한 물품이 들려있지 않았다. 해안가의 기름을 제거하기 위해선 장화와 고무장갑, 방제복, 마스크, 흡착포, 양동이와 쓰레받기가 필수다(비가 올 경우 우비도 필수).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과 함께 만리포 해수욕장을 찾은 김지형씨는 "뉴스만 보다가 안되겠다 싶어 오늘 오게 됐는데 급하게 오는 통에 아내가 못 입는 옷 몇 개만 챙겨줘 갖고 왔다"며 방제작업에 필요한 물품을 어디서 구할 수 있는지 급하게 기자에게 물었다.

 

마침 수능을 마친 고3 수험생들도 친한 친구들과 짝을 이뤄 대거 태안을 찾았다. 친구와 함께 온 노형권씨 역시 간단한 배낭 차림에 귀에는 MP3를 꽂았을 뿐 그 역시 빈손이었다. 승용차가 없는 이들은 버스를 갈아타가며 서울서 세시간만에 만리포에 도착했다.

 

애초에 태안군청을 통해 자원봉사를 문의한 단체들은 안내에 따라 고무장갑과 마스크, 방제복 등을 미리 준비해온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개인이나 가족, 또는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현장을 찾은 자원봉사자들은 이 같은 물품을 미처 준비하지 못한 경우가 태반이었다.

 

그러나 빈손의 이들이 자원봉사에 나서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태안군청은 만리포 해수욕장을 비롯해 태안군 해안가 30여 곳에 자원봉사자 안내소를 설치해 이곳을 찾는 자원봉사자들에게 방제물품을 나눠주고 있다.

 

 

태안군청, 자원봉사자들에게 방제물품 나눠줘

 

<만리포 자원봉사자 종합안내소>에서 자원봉사자를 맞고 있는 유재환(태안군청)씨는 "방제에 필요한 기본 물품은 장화, 방제복, 장갑, 마스크이며 작업도구(흡착포, 양동이 등)는 현장에 가면 준비가 돼 있다"며 "작업을 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기본적 방제물품은 가급적 태안으로 출발하기 전에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지만 준비가 어렵다면 현장에서 지급받는 물품으로 얼마든지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이야기다.

 

현재 해경이 운영하는 현장지휘소 앞에는 방제복과 흡착포를 담은 종이박스가 산더미처럼 쌓여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태안군은 지금의 국민적 관심이 빨리 식지 않기를 바랐다. 태안군청의 김상영씨는 "매스컴을 통해 바다가 오염되는 모습을 당장 목격한 국민들이 뜨거운 관심과 봉사로 동참하는 것은 매우 고맙고 기쁜 일"이라면서도 "기름 오염은 앞으로 오랜 시간을 갖고 싸워야 할 재앙인 만큼 지금과 같은 관심이 앞으로도 지속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주말을 지나면서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으로 해안가의 모래는 제 빛깔을 찾아가고 있다. 하지만 갯바위에나 자갈밭 깊숙이 스며든 기름은 밀물과 썰물이 반복될 때 마다 새어나와 피해를 지속시키고 있다.

 

특히 서해안에서 잡히는 물고기를 받지 않겠다는 수산물 상인들이 늘어나고 있고 해산물 소비를 기피하는 사회분위기도 형성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방제작업 못지 않게 서해안 어민들이 애꿎은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기 위한 관심도 필요한 시점이다.

 


태그:#기름유출, #태안, #자원봉사자, #빈손, #방제물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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