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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지하주차장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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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째 날씨가 매섭다. 지난 화요일(4일)도 무척 추웠다. 외출하고 집에 돌아와 지하주차장으로 갈까? 아님 지상에 주차를 시켜놓을까? 잠시 망설이다가 지하주차장으로 살살 내려가봤다. 날이 추우니 지하에 주차시키고 싶어진 것이다. 하지만 이사온 지 5개월이 되어가지만 아직 한 번도 지하에 주차를 해보지 않았다.

 

전에 살던 아파트에서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날이 맑거나, 흐리거나 항상 지하에 주차를 시켜 놓았었다. 매번 그렇게 했음에도, 어느 날은 뒤에 누군가가 서있는 것만 같아 '흠짓'할 때도 있었고, 찬바람이 온몸을 휘감을 것 같은 때도 있었다. 그럴 때면 머리카락이 삐쭉 서며 온 몸에 소름이 돋아 얼른 지하를 빠져 나오곤 했었다.

 

그런가 하면, 겨울 이맘 때가 되면 고양이들이 자동차 보닛 위에 올라가 앉아있기도 한다. 금세 들어 온 자동차는 보닛의 열기가 식지 않아 따뜻하기 때문이다. 지하에 들어가 그런 모습을 처음 봤을 때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그래도 그곳에선 익숙해져 지하에 주차 시키데 어려움은 없었다.  

 

이곳이든, 전에 살던 곳이든 지하주차장의 공통점은 평소 너무 조용하고 으슥하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몇 개월 전 자동차에 불까지 나서 왠지 망설여졌다. 이사 와서 지하에 처음 주차를 시켜보는 것이라 한바퀴를 돌고서야 내가 사는 동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드나드는 자동차는 1대도 안 보였다.

 

괜히 긴장됐다. 가끔 들려오는 지하주차장의 사건 사고가 생각나면서. 하기야 사고를 당한 사람처럼 좋은 자동차는 아니지만 말이다. 내가 사는 동앞에 주차를 시켜놓고 자동차 시동을 껐다. 그리곤 자동차에서 내렸다.

 

그때 어디에선가 크지도 작지도 않은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들려왔다. 두리번거려 음악이 흘러 나오고 있는 곳을 찾았다. 거의 2m 간격으로 스피커가 설치 되어 있었고 그곳에서는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긴장했던 마음이 조금은 풀어지는 듯했다. 그리곤 나도 모르게 음악소리를 따라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조용한 지하주차장에서  내 발자국 소리만 크게 들려온다.

 

이렇게 날씨가 추워지면 운전자들은 자연스럽게 지하주차장을 찾게 된다. 하지만 여성 운전자들은 지하주차장에 주차하는 게 왠지 두렵다. 그것은 지하주차장 특유의 조용하고 인적이 뜸한 분위기 때문일 것이다.

 

빠르지도 느리지도않고, 크지도 작지도 않은 클래식이 마음의 안정을 주는 듯했다 .이런 세심한 배려가 늘어난다면 여성운전자들은 마음놓고 지하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동영상을 그만 찍으려 하는데 자동차 한대가 지하주차장으로 들어오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 운전자도 잔잔한 음악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좋아질 것 같다.


태그:#지하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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