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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아이건강국민연대와 함께 '한국의 아이들이 위험하다' 기획기사를 내보냅니다. 영양불균형, 가공식품 섭취, 체력 약화, 실내 위주 생활 등으로 아이들의 몸과 마음이 병들고 있습니다. 아이들 건강 문제는 이제 손 잘 씻고 이 잘 닦는 옛날식 사고방식으로는 해결할 수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오마이뉴스>와 아이건강국민연대는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에서 아이들 건강 문제가 폭넓게 논의돼 국정지표로 선정되기를 바라는 취지에서 이번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편집자말]
인터넷 게임의 폭력성과 중독 문제에 주목하는 첫 번째 이유는 우리 사회의 약자인 아동·청소년들이 고통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아동·청소년시기에 게임 중독으로 상처를 받거나 상하게 되면 그의 일생에 돌이키기 어려운 치명적인 해악을 끼친다. 따라서 게임 중독 및 폭력 문제는 국가 정책적 과제로 매우 중요하고도 심각하게 다뤄야 한다.

‘인터넷 게임’ 중독으로 인해 어린이 청소년들이 망가지고 있는데도 방치하고 있는 정부나 기업들에게 도덕적, 윤리적 책임을 질타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는 어린이 청소년들은 미래 우리 사회를 결정하는 새싹이자 뿌리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게임을 육성해서 소위 ‘굴뚝 없는 정보문화산업’으로 먹고 살겠다는 명분으로 아이들과 청소년들을 몰아넣는 행태는 당장의 이익을 위해 ‘치어’들을 마고자비로 잡아버리는 어리석은 어부나, 당장 배고프다고 종자 씨앗을 먹어치우는 무모한 농부와 다를 바가 없다.

그 어느 시대의 인류 문명 가운데, 또 지구촌 어느 곳에 지금 우리처럼 어린이 청소년들의 40% 이상을 중독에 빠져들게 하면서 오로지 ‘산업육성’, ‘차세대 성장 동력’을 외치며 몰아치는 국가가 있는가? 정부는 물론이고, 정책을 입안하는 국회의원조차도 산업 자본의 이해관계에 얽매여 눈먼 장님처럼 어린이 청소년을 황폐하게 만들고 있는 현실 앞에서 우리 학부모, 시민, 교육, 청소년단체들은 좌절하고 있다.

어린이 청소년의 인권, 구체적으로 그들의 생존과 행복하게 살 권리를 그렇게 쉽게 양보해버리는 입법, 행정 권력의 위임자들에게 준엄하게 경각심을 일깨우고, 듣든지 아니 듣든지, 우리가 외쳐야할 마땅한 목소리를 발하며, 대응책을 만들어 가는 것은 인터넷 게임 중독과 폭력성으로 고통 받는 사회적 약자인 어린이 청소년들을 돕는 어른들의 최소한의 의무이다.

폭력적인 게임에 병들어가는 아이들

2007년 상반기 청소년이 가장 많이 하는 인터넷 게임 상위 20개를 분석해보면, <서든어택>을 비롯하여 주먹이나 칼(도검류), 그리고 총기류를 이용하여 상대방을 죽이는 게임이 80%에 이른다. 아이들이 컴퓨터 앞에 앉아 있거나, PC방에 갔다면 지금 아이들은 무엇인가를 죽이며 피를 보면서 쾌감과 스릴을 맛보면서 화풀이를 매일 같이 하고 있는 것이다.

정상인과 게임중독자의 뇌사진을 찍어 비교해보면, 전두엽이 현격히 차이가 난다고 한다. 정상인의 전두엽은 활성화되어 있는 반면, 중독자의 전두엽은 기능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전두엽은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능과 충동적인 행동을 억제하는 기능을 수행한다고 알려져 있다.

얼마 전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사건을 일으킨 조승희씨도 <카운터스트라이크>라는 FPS총격 게임에 빠져있었다고 보도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초등학교 5학년 쌍둥이 형제가 친구를 옥상으로 불러내어 흉기로 수십 번 찌른 사건이 있었다. 흉기를 구입하여 가방에 며칠 동안 넣어가지고 다니면서도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을 전두엽은 하지 않은 것이다. 물론 단돈 1천5백원짜리 아이템 때문에 화가 나서 친구를 찌를 때에도 전두엽은 기능하지 않았다.

우리에게 누가 칼을 손에 쥐어 주면서 수천만 원을 줄테니 다른 사람을 찔러보라고 하면 할 수 있겠는가? 우리가 하지 못하는 이유는 학습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전두엽이 활성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인터넷 게임에 접속하여 매일 같이 자극적인 살상게임을 통해 반복적인 학습을 하기 때문에 전두엽이 파괴되고, 충동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

초등학생은 물론이고 중고등학생들도 험한 말을 너무나 쉽게 한다. 별 일도 아닌 것에도 친구에게 주먹이 나가고, 발이 나간다. 심지어는 사람의 목을 떨어뜨리는 잔혹하고 폭력적인 게임들을 아이들은 재미있기 때문에, 스트레스 해소에 최고라는 이유로 계속하고 있다. 자신의 전두엽이 망가지고 있는 중인 것에 대해서는 무감각한 채로….

아이들은 대부분 부모님의 주민번호를 이용해서 폭력적인 게임들에 접속한다. 오늘날 대한민국 부모들의 거의 절반은 자기 자녀들에게 주민번호를 빌려주고, 폭력적인 게임을 학습시키면서 살상 훈련을 시키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칼 세이건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지구인들은 이 우주 공간에서 자녀들에게 살상을 가르치고, 음란을 부추기는 유일한 종족이다.”

우리 부모들이 새겨들어야 할 지적이다.

'아이들 살리기'는 정부 책임


인터넷, 게임은 국가의 성장 동력인 동시에 아이들에게 있어서 매우 강력한 놀이도구이다. 그 양면성을 분명히 인식하지 않으면 성장 동력도 곧 힘을 잃을 것이고, 우리사회의 미래도 보장되지 않는다. 많은 청소년들이 스스로 자신은 게임 중독이라고 할 정도로 이 문제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러 있다.

그러나 이 문제를 다루어야 할 국가기관인 정보통신부, 문화관광부, 산업자원부 등은 산업진흥에만 지나치게 경도되어 있다. 한 사회가 균형 있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는 정보산업의 진흥에는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내고 있지만, 이를 견제하고 청소년을 보호해야하는 과제는 매우 미미한 움직임이 있을 뿐이다.

교육부와 국가청소년위원회의 정책적 나태함에 그 일차적인 원인이 있겠지만, 사회 전반의 의식수준이 낮은 것이 더 근본적인 이유일 것이다.

국가 정책 과제는 여러 측면에서 검토하고 추진해야 한다. ‘어린이 청소년 보호’라는 인터넷 게임정책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보완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부과하는 규제정책 그리고 가정에서 학부모의 역할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 등을 종합적으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

먼저 ‘청소년 보호’라는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게임물 등급을 담당하는 기구의 구성권 및 관리 감독권을 현재 산업진흥부처인 문화관광부에서 청소년보호와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육부나 국가청소년위원회로 이관해야 한다.

둘째, 청소년의 수면권 확보를 위해 심야시간에 인터넷게임에 접속하는 것을 제한해야 한다. 이미 PC방 출입 등을 밤 10시로 제한하는 것과 같은 취지로 온라인 접속도 제한을 두는 것이 마땅하다. 태국에서 제일 먼저 시작된 이 제도는 현재 싱가포르와 중국이 시행하고 있다.

다음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법 규정을 보완해야 하는데, 무엇보다도 시급한 것은 폭력적인 게임(18세 등급)에 회원 가입할 때 실명 인증을 공인인증서 수준으로 강화해야 한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성인등급의 폭력적인 게임이 초등학생이 이용하는 상위 20개 게임 중 무려 80%에 이른다. 성인게임을 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부모의 주민번호를 이용하고 있다. 게임회사들은 부모 이름으로 가입하는 어린이 청소년 회원들을 모를 리 없다. 분명한 사실은 인터넷 기업들은 아이들이 행하는 명의 도용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실효성 있는 어떠한 노력도 기울여오지 않았다.

이러한 기업의 무책임함을 외면한 채, 자율적 책임만 강조하는 것은 정부의 직무유기이다. 정부는 어린이들이 부모 명의를 도용하여 폭력적인 게임에 빠져들지 않도록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홍수가 밀려 올 때 홍수를 억제하는 수단들이 없으면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산에 나무가 무성하고, 곳곳에 댐을 건설하면 일시에 몰려오는 홍수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벼를 심은 논은 치수관리에 매우 유용한 수단이라는 보고도 있다.

이와 같이 인터넷, 게임, 휴대전화 산업진흥이라는 홍수가 밀려와 아이들의 정서를 황폐화시키는 작금의 현실 속에서 나무와 댐, 논과 같은 억제 역할을 담당해야 할 기본 단위는 바로 가정이고 부모이다. 그래서 이러한 정보사회의 병리현상들을 치료하는 대책을 논의할 때마다 가장 일반적으로 그리고, 가장 쉽게 이야기하는 것이 부모교육이다.

그러나 한 두 시간의 부모교육으로 모든 책임을 떠넘긴다는 것은 또 다른 무책임한 직무유기일 뿐이다. 지금 어린이 청소년을 둔 부모들이 대부분 정보화 되었다고는 하지만, 대부분 게임을 하는 세대들이 아니다. 따라서 아이들이 왜 게임에 빠져드는지도 알 수 없고, 아이들이 어떤 형태로 게임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다. 다만, 공부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게임을 하지 못하도록 이른 바 ‘잔소리만’ 일삼고 있다.

부모에게 자녀들의 인터넷 게임 휴대전화 지도를 실질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무기와 실탄을 제공해 주어야 한다. 그 실탄은 회원가입 사실과 게임 이용시간, 캐시이용내역을 매월 정기적으로 통보하는 것이다. 이른바 부모의 '3대 알권리'다.

이는 아이들을 상대로 영업행위를 하는 기업들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입각해서 마땅히 ‘물주’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부모들에게 제공해야할 정보지만, 기업들이 이러한 기특한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정부는 이를 의무화하는 정책을 입안할 필요가 있다.

인터넷, 게임이 우리를 먹여 살리는 아무리 중요한 산업이라 할지라도 이로 인해 가정이 파괴되고,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다면, 우리는 근본적으로 되돌아보아야 한다. 이미 우리에게 충분한 경고가 있었다. 가정을 회복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해 가기 위해 ‘부모의 3대 알권리’를 확보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 중심 역할을 정부가 담당해야 한다.


태그:#게임, #인터넷,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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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미디어교육센터는 중독성이 강한 어린이 청소년들의 놀이미디어인 인터넷 게임 핸드폰 중독을 예방하기 위해 스스로 조절하고, 분별하며, 주도적 역량을 키워가도록 도와주는 교육엔지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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