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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아이건강국민연대와 함께 '한국의 아이들이 위험하다' 기획기사를 내보냅니다. 영양불균형, 가공식품 섭취, 체력 약화, 실내 위주 생활 등으로 아이들의 몸과 마음이 병들고 있습니다. 아이들 건강 문제는 이제 손 잘 씻고 이 잘 닦는 옛날식 사고방식으로는 해결할 수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오마이뉴스>와 아이건강국민연대는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에서 아이들 건강 문제가 폭넓게 논의돼 국정지표로 선정되기를 바라는 취지에서 이번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편집자말]
얼마 전 내가 사는 지역의 교육감과 만나 친환경학교급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친환경학교급식을 확대하기는 해야 하겠는데 예산확보가 문제라는 그의 말에 나는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친환경농산물을 어떻게 확보하는가 하는 점이라고 지적해 준 적이 있다.

현실적인 예를 들어보면 제주도의 경우 생산되지 않은 쌀은 외부에서 반입한다치더라도 무농약 감귤이나 무항생제 축산물을 확보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학교에 따라서는 친환경급식이라할지라도 실제로 학생들에게 공급하는 친환경농산물은 야채류에 불과한 경우가 있게 된다.

그동안 우리는 식량자급과 증산이라는 구호 아래 우리의 건강에 대한 농약과 항생제 등의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를 인식하지 못했고 또 인식했다 하더라도 모른 척해왔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 특히 어린 학생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농약이나 제초제 그리고 항생제의 피해자가 되어왔다.

이제 뒤늦게나마 피해의 심각성을 깨닫고 소비자들이 무농약, 무항생제 먹거리를 찾아보지만 값만 턱없이 비싼 것 같고 믿을 수도 없어 불안하기만 하다. 한편 생산농가에서는 농약과 항생제를 쓰지 않는 친환경농사를 어렵게 지어보지만 일반 관행 농사에 비해 소출도 적고 또 팔 데가 마땅하지 않아 걱정이다.

원래 농산물은 시장에만 그 기능을 맡겨놓을 수 없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정부의 시장개입이 불가피한 상품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생산 농민들에게 적정한 소득을 보장해주고 또한 소비자들도 안정적인 가격으로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는 유통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농산물 가격은 작황이나 시장개방에 따라 그 진폭이 심하고 생산자 소득은 물론 안정적인 소비자 가격도 보장해 주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친환경농산물의 경우 별도의 유통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일반 관행 농산물과 혼합 유통되고 있으며 백화점이나 할인매장의 경우에도 구색갖추기 정도의 친환경농산물코너가 있을 뿐 상대적으로 높은 유통마진은 생산농가나 소비자가 아니라 유통주체의 이익으로 돌아가게 마련이다.

결국 이러한 친환경농산물 유통의 특수성 때문에 생산농가는 친환경농산물생산을 기피하거나 간혹 속이며 소비자는 친환경농산물을 선호하면서도 높은 가격 때문에 부담을 느끼거나 상품이나 가격에 대하여 불신하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제반 문제들을 해결하고 필요한 친환경농산물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이제 소비자가 나서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일찍이 미래학자 엘빈 토플러는 <제3의 물결>이라는 그의 저서에서 앞으로 시장은 생산자가 아니라 소비자가 주도하는 시대가 올 것이며 소비자와 생산자가 분화된 시장이 아니라 생산자와 소비자가 결합하는 소위 프로슈머(prosumer-producer와 consumer의 결합)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친환경농산물시장이야말로 우리나라의 농산물 유통현실을 감안할 경우 건강과 환경측면에서 수요자인 소비자가 나서서 주도적으로 시장을 형성해나감으로써 프로슈머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첫째, 수요자인 소비자의 수요특성을 충족시킬 수 있는 생산체계를 갖추어야한다. 다시 말하자면 생산농가는 친환경농산물을 생산하기만 하면 팔릴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기다리고 있는 농산물이 무엇인가를 판단하여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생산농가는 가능한 한 영농조합법인이나 농업회사법인 형태의 생산체계를 갖춤으로써 친환경농법의 사용, 친환경영농자재의 확보 등 친환경농산물 인증에 적합하도록 농산물을 생산하고 이를 자체 검정할 수 있어야 한다. 친환경농산물에 있어서는 소비자의 신뢰가 무엇보다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둘째, 소비자와 생산농가 간에 신뢰할 수 있는 협의체 구성이 필요하다. 이러한 협의체를 통하여 소비자는 생산농가에게 소비자가 원하는 농산물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생산농가는 소비자에게 생산비 등 합리적인 가격판단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불필요한 불신을 제거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협의 기능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매개하는 계열화 사업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셋째, 정부는 생산농가의 소득을 보장할 수 있는 차액보전 등 가격지지제도를 마련하는 한편 친환경농산물을 재정의하고 엄격한 친환경농산물인증기준을 마련하며 심사와 사후지도감독으로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를 제도로 보장해야할 것이다.

이상과 같은 방법에 따라 그동안 독립적으로 생산하고 소비하던 생산농가와 소비자가 연대하여 소위 프로슈머를 실현함으로써 생산농가는 소득보장을 위한 정부의 가격정책에 기초하여 친환경농산물 생산방식과 시장을 고려한 생산을 할 수 있고 소비자는 친환경농산물가격을 합리적인 가격 수준으로 받아들이고 생산농가에 대한 신뢰를 제고하게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친환경농산물생산농가와 소비자가 연대하고 이를 정부가 제도적으로 보완, 지원하게 된다면  소비자 특히 우리 아이들을 친환경적으로 건강하게 키우고 어려운 농촌도 살리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게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신구범 기자는 제주도 지사를 역임했으며 현재는 농업회사법인 (주) 삼무 대표로 일하고 있습니다.



태그:#소비자, #프로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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