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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아이건강국민연대와 함께 '한국의 아이들이 위험하다' 기획기사를 내보냅니다. 영양불균형, 가공식품 섭취, 체력 약화, 실내 위주 생활 등으로 아이들의 몸과 마음이 병들고 있습니다. 아이들 건강 문제는 이제 손 잘 씻고 이 잘 닦는 옛날식 사고방식으로는 해결할 수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오마이뉴스>와 아이건강국민연대는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에서 아이들 건강 문제가 폭넓게 논의돼 국정지표로 선정되기를 바라는 취지에서 이번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편집자주>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50년 뒤의 지구 모습

 

57년 여름, 장마가 실종된 지 벌써 10년째다. 농토는 타들어가고 대도시에선 열파사망자가 잇따르고 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지난 2005년 미국을 덮쳤던 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보다 규모가 큰 태풍이 한반도에 '물폭탄'을 퍼부을 것이란 기상특보가 나온다.

 

제주도에서 과다출혈로 목숨을 앗아가는 열대병인 뎅기열 환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은 놀랍지도 않다. 아마존 우림은 사막이 돼 가고 있고, 그린란드의 얼음이 절반쯤 녹으면서 국토가 물에 잠긴 방글라데시와 남태평양의 환경 난민들이 세계를 떠돌고 있다. 정부는 둑을 높이는 데 돈이 너무 든다는 여론에 따라 새만금 간척지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이변을 그린 이 가상도는, 이대로라면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유엔 전문가위원회가 작성한 공식 시나리오가 이런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의 자식들은 '왜 우리 부모들은 뻔히 알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라고 물을지도 모른다.

 

금년 초 어느 신문에 난 기사다. 다음엔 최근 2년 동안 국내 일부 신문에 난 기사 가운데 눈에 띄는 생태위기 기사를 살펴보자

 

*사막화 진행되는 킬리만자로 주변-케냐 집어 삼키는 자연의 역습
*오스트레일리아 "목이 탄다"-1천 년 만에 최악의 가뭄
*'유전자 조작 식품' 희망보다 재앙 부른다
*히말라야 빙하 줄어 남아시아 물 부족
*유럽, 수십 년 안 한파 닥친다-멕시코만 난류 13년새 30% 약해져
*북극권 빙하 마구 사라져-온난화로 그린란드 최대 빙하 매년 15km씩 줄어
*인간 떠난 도시 '방사능이 점령'-체르노빌 원전 참사 20년
*도심 흐르는 빗물 오염도, 공장 폐수의 수십 배
*인간의 습격-국내 생물 매년 500종 사라져
*중국 동부 오염물질 한반도 공습-미세 먼지 농도 평소보다 3-5배
*국내 바다에 폐기물 올 1천만 세제곱 미터 이상 '콰르르'

 

여기에 더하여, 아이들과 직접 관련된 기사를 더 보자

 

*"북극권, 여아가 2배" 환경 재앙인가-전자제품 화학물질 태반 흡수 때문인 듯
*수질조작, 뇌물공생 '못 믿을 지하수'-어린이집, 초등학교, 가정집
*어린이들 폐구군 항생제 내성 심각 "10명 중 8명 페니실린도 약효 없어"
*놀이터 아이들 '중금속 기구' 타고 놀았네
*청소년 생리통 설문조사부터 '충격의 연속'-환경 호르몬 안 줄이면 후세대 없어

 

자, 이 정도의 징후면 생태위기가 아닌가? 우리가 직접 경험한 금년의 현상만 봐도 심상치 않음을 느낄 수 있다.

 

*여름이 길어졌다-4월에서 9월 까지 6개월간이나 더위에 시달리지 않았는가?
*강원도 인제(남 설악산)는 4년째 매년 폭우가 반복되면서 복구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제주도는 금년에 기상 관측 이래 최대의 집중 폭우가 쏟아져 거의 전역의 마을이 물에 잠기는 초유의 경험을 하지 않았는가?
*특산물지도가 바뀌고 있다-제주도의 특산물이 한반도의 남부지방으로 올라오고, 남부지방의 특산물이 중부지방으로 올라가는 징후가 뚜렷하다. 해산물도 마찬가지다.
*아토피 아이가 3명중 1명, 천식 어린이가 5명 중 1명, 성장기 비만이 20%에 달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런 생태의 위기 속에서 우리 아이들은 최대의 피해자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이 살아갈 미래가 온갖 재난으로 가득할 것으로 예상하는데, 이 경우 약자인 아이들이 어른보다 더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 아이들이 생태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그렇다면 이 위기의 원인은 무엇이며, 이 위기의 해결 방안은 무엇일까?

 

근대 서구의 인간중심주의 세계관과 거기에 따른 자본주의 생산양식 그 자체가 환경위기의 주범이라는 인식이 공유되기 전부터 환경운동은 있었다. 그 후 풍요롭고 편리한 생활양식을 구축한 서구가 쾌적한 생활환경을 확보하는데 방해를 받으면서 무엇이 문제인가를 고민하기 시작하는데, 그들은 먼저 오염물질의 배출에 주목한다. 토양오염, 대기오염, 수질오염의 심각성과 그러한 오염물질들이 인간에게 어떻게 해롭게 작용하는지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이어서 환경 파괴와 자원의 고갈 문제에 이르러 지속가능한 개발이 가능할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는데, 여기서 인류는 자신의 문명에 내재한 사상적 토대와 생산양식에 대한 재검토를 시도하기 시작한다.
 

환경오염, 환경파괴, 자원고갈, 지구온난화, 분자생물학의 산업기술화 등으로 이어지는 환경문제와 환경재난은 인간중심의 자연지배적 세계관을 그 근저에서 흔들어 놓은 것이다. 그러면서 점차 '환경'과 '생태'를 구분하는 것을 기준으로 환경주의와 생태주의가 갈리게 된다.

 

환경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고안된 시각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한 가지는 현 문명이 가져다주는 혜택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현 문명의 틀을 유지하는 범위 안에서 환경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환경주의'이다.

 

또 다른 시각은 환경문제가 장차 큰 위기로 심화할 것이고, 이런 위기 발생에는 현재의 물질 중심의 산업문명이 직접적 원인이기 때문에 현 문명의 생활양식과 제도, 가치관을 넘어서는 새 문명의 단계로 진입해야 한다는 '생태주의'이다.

 

흔히 '환경'이라는 말은 인간이 중심이고 인간 이외의 자연은 주변이라는 의식의  표현으로 쓰인다. 인간은 목적이고 자연은 도구라는 인식 속에서 환경이라는 용어가 쓰이는 것이다.

 

이에 반해 생태(eco-)는 생태학(ecology)의 자연 이해에서 등장한 개념이다. 생태학은 자연 존재가 서로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각종 지구 생명체를 부양하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인간과 인간 문화도 그런 자연의 생명 에너지 흐름에 편입되어 있는 것으로 본다. 따라서 '생태'는 자연적 존재의 유기적 연관성을 바탕으로 생태계를 생명부양 체계로 인식하는 개념이다.

 

요컨데 환경이 인간 중심적, 이원론적, 원자적, 단편적 세계 인식을 반영한다면 생태는 생명중심적, 일원론적, 유기적, 총체적 세계 인식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환경은 기존의 문명을 유지하되 인간의 삶에 유해한 환경 문제를 조절하자는 보수적 입장이고 생태는 인간과 세계를 보는 종래의 시각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급진적 시각이다.
 

1960년대 말 환경문제 해결에 보수적 환경주의가 그 한계를 노정하면서 심층생태주의, 사회생태론, 생태 여성주의가 70년대 초반까지 엇비슷하게 등장한다.

 

심층 생태주의(deep ecology)는 아느 네스(Arne Naess)에 의해 그 이념이 구체화 된다. 이 입장은 환경위기의 뿌리가 인간 중심주의에 따른 자연 지배적 세계관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이것을 바로 잡지 않고서는 어떤 근원적 해법도 나올 수 없다고 진단한다.  인간만이 아니라 자연적 생명도 생존하고 번성해야 할 가치를 그 안에 본래부터 갖고 있다는 내재적 가치(본래적 가치, 고유한 가치)를 갖는 것으로 규정한다.
 

머레이 북친(Murray Bookchin)으로 대표되는 사회 생태주의(social ecology)는 인간과 자연의 지배 및 수탈 관계에 앞서서 인간 사회에서의 사회적 요인, 즉 서열화(hierarchy)가 환경문제의 실질적 뿌리임을 지적한다. 그는 인간 중심주의보다 더 근원적으로 사회적 요인, 즉 인간에 의한 인간 지배로 나타나는 사회적 위계질서가 환경 문제의 주범이라고 보았다.

 

생태 여성주의(eco-feminism)는 심층 생태주의의 영향으로 여성과 자연의 운명을 영성적으로 적극 연결시키고 있었고, 사회 생태주의의 영향을 받아서 남성에 의한 여성억압 제도인 가부장제라는 사회적 요인이 자연의 영역으로 확장되어 환경문제를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금까지 생태주의 태동배경과 대표적인 3가지 생태주의를 간략히 살펴봤다. 3가지 생태주의는 급진적이라 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첫째, 환경위기의 원인을 근원적으로 추적하여 세계관이나 사회적 기원 등의 문제로 제기하고 있고, 둘째, 환경 위기 극복의 해법으로 혁명이나 삶의 패러다임의 교체를 통해서만이 지구를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생태위기의 징후들을 보면, 위기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거나, 규모가 커지고 있고 모든 면에서 전 방위적으로 위기가 나타나는 추세다. 그러기에 급진적인 방법이 아니고서는 생태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더하여, 생태주의 시각으로 보면, 인간이 지상에 출현한 이후 역사시대에 접어들면서 이미 생태주의에 반하는 인간의 문명이 시작되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잉여 생산물을 놓고 지배와 피지배가 구조화되고 전쟁과 식민 활동 등의 '죽임'의 문화가 시작되었음을 여러 사료들이 말하여 주고 있다.

 

자본주의 생산양식과 근대서구 사상이 생태문제의 주범이긴 하지만 그 이전에도 이미 생태문제는 있었다. 생태문제의 해결은 인간의 자기성찰까지를 아우르는 선에서 접근해야 하는 것이다. 영성적 생태주의가 요청되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김종근 기자는 중학교 교사이며 생태교육연구소 봄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학생들 가운데 비만, 아토피 아이들을 모아 건강반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태그:#건강, #생태,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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