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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의 토종 종자를 고르고 있는 나브다냐 사람들.
ⓒ 김조영혜
'나브다냐'는 힌디어로 아홉개의 낟알이라는 뜻이다. 반다나 시바의 나브다냐가 추구하는 '종의 다양성'을 상징하는 말이다.

인도 농민들은 나브다냐에 우호적이다. 그 이유는 나브다냐가 '공짜'로 토종 종자를 나눠주기 때문이다. 유전자 조작 종자를 사는 데 비싼 값을 치러야 했던 농민들은 일단 무료 토종종자에 안도한다. 게다가 농약을 쓰지 않고 농사를 짓는 유기농법을 전수 받아서 농약 값을 굳힐 수 있는 것도 큰 이득이다.

이렇게 해서 나브다냐의 토종종자를 받아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수확물을 농민들은 10%의 이윤을 남기고 나브다냐에 판매한다. 그럼 나브다냐는 광고나 중간상인을 거치지 않고 소비자들에게 직판매한다. 나브다냐는 현재 델리 하트, 델리 하우스 카츠, 뭄바이, 총 세 곳에 직거래 판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미래를 생각하면 유기농이 훨씬 경제적"

소비자들 반응도 아주 좋다. 다른 농작물보다 15~20% 정도 더 비싸지만 현지에서 유기농 채소가 올라오는 주말에는 농작물을 사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까비따 싱 나브다냐 건강 고문은 "주말에는 10시 반에 매장을 열어 폐장 시간인 6시까지 앉을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쁘다. 전화로 예약하지 않으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일도 빈번하다"고 말했다.

싱 고문은 "유기농 작물이 비싸다고 생각하지만 조금만 먹어도 속이 편하고 영양보충이 된다. 또, 유기농작물을 먹는 것만으로 많은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데 비해, 농약으로 재배한 작물을 먹으면 농약을 먹는 거나 다름이 없다. 미래를 생각할 때 유기농 작물이 훨씬 경제적이다"라고 말했다.

1년 전부터 나브다냐의 단골이 됐다는 사리따 간디(61)씨는 "친구가 나브다냐를 소개해 줬고, 손주들에게 좋은 음식을 먹이고 싶어 아들 가족에게 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입에서 입으로 나브다냐가 전해지는 것이다. 간디씨는 "천연감미료나 기름 같은 것은 우리 식생활에 매우 중요하다. 조금 비싸더라도 순수한 유기농 작물을 사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토종종자를 발견, 보존하는 일은 나브다냐의 '씨앗은행'의 일이다. 라닥, 데라둔을 비롯해 인도 전역에 23개의 나브다냐 씨앗은행이 있다. 나브다냐의 씨앗은행은 600종 이상의 토종 종자를 보존하고 있으며 종자에 맞는 유기농법도 개발하고 있다. 몇몇 종자들은 이미 멸종 위기에 처해 재배법마저 잊혀진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또 람가르의 대규모 농장에는 나브다냐가 자랑하는 '유기농 도서관'이 있다. 나브다냐 유기농 도서관은 유기농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들뿐만 아니라 농민들에게도 개방돼 있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직접 유기농 작물을 연구할 뿐만 아니라 희귀 토종 종자들을 골라 농장에서 직접 시범 재배할 수도 있다.

아이들에게 유기농의 맛을 알리자

▲ 나브다냐는 거대 종자회사인 몬산토에 맞서 인도 농민들에게 토종 유기농 종자를 보급하고 있다. 나브다냐가 판매하는 종자 봉지를 들고 있는 나브댜나 사람.
ⓒ 김조영혜
나브다냐는 유기농 작물의 효능을 알리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한다. '슬로 푸드 카페'와 '비자 비디야삐뜨(힌디어로 씨앗 대학)'는 주요한 홍보 수단이다.

2년 전 뉴델리에 문을 연 슬로 푸드 카페는 농작물을 직거래할 뿐만 아니라 나브다냐가 재배한 농작물로 요리한 음식을 직접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직접 맛을 보면 유기농 작물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나브다냐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곳에서는 '마힐라 스와라지(힌디어로 여성 독립)' 운동에 참여하는 여성 농민들이 직접 만든 유기농 비누나 샴푸, 피클 등을 살 수 있다.

나브다냐가 특히 공을 들이고 있는 부분은 어린이들에게 유기농을 알리는 것이다. 학교에 찾아가 아이들에게 유기농 작물로 만든 과자를 나눠주고 있다. 유기농 과자를 맛본 아이들이 부모를 자극해 결국 다시 나브다냐를 찾게 만든다는 전략이다.

'씨앗 대학' 비자 비디야삐뜨는 정기 공개 강좌로 운영되며, 나브다냐 본부와 데라둔의 씨앗 은행 등을 오가며 이루어진다. 평화와 비폭력, 종 다양성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참가할 수 있다.

또 씨앗대학은 유기농뿐만 아니라 비폭력, 지구 평화 등에 대한 강의를 열고 있다. '작은 학교'의 설립자인 사티시 쿠마르와 엘라 간디가 강의하는 '비폭력과 평화', <희망의 경계>의 저자인 프랜시스 무어 라페가 진행하는 '식량, 여성, 그리고 굶주림으로부터의 자유' 등의 강의를 들을 수도 있다. 씨앗 대학의 강좌를 들고 싶은 사람은 www.bijavidyapeeth.org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몬산토는 어떤 회사인가

생명공학을 이용한 다국적 농업회사로, 세계적인 제초제 생산 기업이기도 하다. 몬산토는 전 세계에 유통되는 유전자 조작 종자 중 70% 이상, 독점에 가까운 양을 생산하고 있다. 2006년 통계에 따르면, 몬산토는 전 세계 1만 6000명의 임직원을 거느리고 매해 7조3440억달러의 수입을 내는, 명실공히 세계 최대의 종자 회사다.

몬산토는 유전자 조작 종자뿐만 아니라 소의 성장 호르몬을 개발, 판매하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이 때문에 반세계화 운동과 환경운동가들의 주요 타격 대상이 되고 있다. 환경운동가들 사이에서 몬산토의 제품은 일명 ('프랑켄슈타인'에서 따온 ) '프랑켄 푸드'라고 불린다.

1990년대 몬산토는 유전자 변형 Bt 면화를 생산, 유통회사인 카길을 통해 인도 전역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후 몬산토의 Bt 면화에 대한 인도 농민들의 성토가 계속되고 있고, 인도 남부에 위치한 카르나타카 지역의 Bt 면화 공장 중 하나는 성난 인도 농민들에 의해 생산이 중단되기도 했다.

인도뿐만 아니라, 몬산토의 유전자 조작 종자가 판매됐던 브라질에서도 2003년 몬산토 반대 대규모 집회가 열려 세계적인 문제가 됐다. 몬산토는 이미 한국에도 진출해 한국의 5대 종자 회사 중 4곳을 인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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