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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해인가 청량리에서 오전 10시 발 태백선을 타고 남편과 정선 강원랜드로 '도박여행'을 떠났다. 매스컴에선 내국인이 출입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카지노가 생겼다고 마치 국민들을 도박장으로 내몰 듯 연일 떠들썩하게 보도를 했다.

그 영향력은 대단했다. 도박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우리까지도 어떤 곳인지 궁금해 오랜만에 기차여행을 핑계 삼아 정선으로 떠났으니. 국토의 3분의 2가 산으로 이루어진 지형적인 특성을 실감케 하는 팔당을 시작으로 수없이 이어지는 터널. 웬 터널이 그리도 많은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무궁화호는 기차여행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창 밖으로 펼쳐진 한가로운 농촌풍경은 마음의 여유와 풍요를 안겨 줬다. 농로를 따라 노부부가 탄 경운기 한 대가 지나간다. 구부정하게 휘어진 등허리와 햇볕에 그을린 구릿빛 얼굴이 힘겨워 보이지만 자식들에게 나눠 줄 생각에 고단한 줄도 모르고 흙먼지 날리는 논둑길을 수없이 오가셨을 분들. 가을이면 거저 생긴 양 바리바리 실어다 먹는 자식들이 부모님의 수고로움을 짐작이나 할까? 마치 내 부모인 듯 가슴이 찡해 온다.

원주역을 지나 낯익은 간이역들을 뒤로 하고 한참을 더 달렸을 때 사찰의 단청처럼 곱게 단장한 고풍스러운 영월역사 그리고 이름이 예뻐 기억에 남는 예미역도 지나고 곧 사북역에 도착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드디어 사북! 주위를 둘러보니 이곳에 탄광이 있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도심의 한 부분을 옮겨다 놓은 듯 고층아파트와 번화한 거리는 '한국판 라스베가스'로 변해 있었다. 모텔과 유흥업소 전당포 그리고 도로변에 버려진 듯 뽀얀 먼지를 덮고 있는 승용차. 혹시 저 차들이 도박 빚 때문에 가정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의 것은 아닌지….

▲ 강원랜드 전경
ⓒ 강원랜드 제공
산 중턱에 우뚝 솟은 강원랜드가 보인다. 주말이라 그런지 주차장은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차들로 가득했다.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하고 빙빙 돌기만 하는 차도 보였다. 기차를 타고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을 하며 서둘러 건물 안 카지노 영업장 입구에 이르자 뭔지 모를 긴장감이 느껴진다. 표를 사는데도 신분확인 절차가 필요했으며 그것도 1인 1표로 한정이 되어 겨우 표를 손에 쥐고 들어가려 하는데 마치 국제공항에서 출국 수속을 밟을 때처럼 몸수색은 물론 핸드백까지 열어 보여 달란다.

무사히 어려운 관문을 통과하고 장내로 들어서는 순간 담배연기가 자욱한 어둠침침하고 어수선한 분위긴 갱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했다. 쉽게 적응은 안 됐지만 기왕 어렵게 들어왔으니 둘러보기라도 하자는 생각으로 두리번거리며 이곳저곳을 기웃거렸다.

구석진 자리에 혼자 앉아 넋 나간 사람처럼 생각 없이 기계를 눌러대고 있는 중년의 남자. 재떨이엔 피우다만 담배로 수북했다. 밤을 꼬박 새운 듯 초췌한 모습. 한쪽에선 환성도 터져 나온다. 시계를 보기 전엔 낮인지 밤인지 분간을 할 수 없는 창문 하나 없는 곳. 벽면 어디에도 시계는 눈에 띄지 않았다.

여러 명이 둘러앉은 타원형 테이블 중앙에 말쑥하게 차려입은 딜러의 마술에 가까운 손놀림에 잠시 발길을 멈추고 구경했다. 먹느냐 먹히느냐의 긴장된 순간. 숨소리조차 죽여가며 신중하게 베팅을 하는 플레이어들의 모습은 구경꾼들까지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어떤 이는 잃은 것을 단 한 번에 만회하려는 듯 갖고 있는 칩을 몽땅 베팅해 보지만 짧은 시간에 승부는 결정이 나고 만회는커녕 빈손이 되어 허탈한 모습으로 일어나 어디론가 사라진다.

우린 종업원의 안내를 받으며 만 원짜리 지폐로 코인을 바꿔 초보자도 할 수 있는 슬롯머신 앞에 앉았다. 알려준 대로 작동을 해 보았지만 쉽지가 않았다. 아무리 해도 될 듯 될 듯 코인만 줄어들고 마음이 조급해질 즈음 요란한 소리를 내며 코인이 쏟아진다. 야호~!

환전을 해 보니 겨우 본전. 더 했다간 몽땅 잃을 것만 같아서 이제 막 재미가 붙어 계속하려는 남편의 손을 잡아끌고 도망을 치듯 장내를 빠져나왔다. 적은 액수로 잠깐 경험해 본 도박이었지만 온 신경이 곤두서고 침이 바짝바짝 마르고 갈증까지 났다.

이렇듯 높은 스트레스와 내일이 불투명한 게임으로 따는 것이 함정이요. 결국엔 도박 빚에 신음하다 몸과 마음까지 병드는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하는 도박! 지금도 기차 여행하면 4년 전 이맘때 대박을 노리고 떠났던 우리 부부의 어설펐던 도박여행이 뇌리를 스친다.

덧붙이는 글 | 철도와 함께 떠나는 여행 응모글


태그:#강원랜드, #도박, #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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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저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52세 주부입니다. 아직은 다듬어진 글이 아니라 여러분께 내놓기가 쑥스럽지만 좀 더 갈고 닦아 독자들의 가슴에 스며들 수 있는 혼이 담긴 글을 쓰고 싶습니다. 특히 사는이야기나 인물 여행정보에 대한 글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이곳에서 많을 것을 배울 수 있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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