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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들이 나와서 벌이는 스피드퀴즈의 한 대목.

문제 : 매일 하는 시트콤드라마야, 이거 모르면 간첩이야.
대답 : "거침없이 하이킥!"


이정도면 <거침없이 하이킥>의 인기도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간첩'이라는 단어가 주는 불편함은 있지만 그만큼 대한민국 대부분의 사람들이 본다는 거다. 그런 탓일까. 최근 들어 두어시간 정도 텔레비전을 보면 민호네 식구들이 '거침없이' 나온다. 신용카드광고, 정수기, 청소기, 게다가 우유광고까지.

독특한 인물들, 불량소녀1 - 유미

▲ 개성 100% 거침없는 가족
ⓒ MBC
<거침없이 하이킥>이 주는 재미는 독특한 인물들이다. 결코 상식적이지 않은, 엉뚱하고 비범한 그들이 서민의 고달픈 하루하루에 웃음을 선물해 주곤 한다. 연출자인 김병욱 프로듀서는 이전의 <순풍산부인과>에서도 그러하듯 결코 모범적이지 못한, 3류 마이너에 대한 따듯한 시선을 <거침없이 하이킥>에서도 이어오고 있는데, 이전 시트콤에서 만나지 못했던 새로운 캐릭터가 있다. 바로 불량소녀다.

불량소녀 넘버원은 바로 강유미다. 유미는 민호의 여자친구다. 'LA유미', '돌유미', '고돌유미'로 불리는 이 소녀는 흔히 나오는 '소녀=청순가련'의 등식을 산산조각 내고 있다. 미국의 수도가 LA인지, 로스엔젤레스인지를 묻는가하면 USA와 UFO를 헛갈려한다. 공부는 물론 전교에서 꼴찌다. 혜미가 전학 오는 바람에 꼴찌에서 두 번째로 승격했다.

유미는 거침없다. USA와 UFO를 구별 못하는 유미를 보고 민호가 웃자, 유미는 화를 낸다. '너만 그렇게 똑똑하고 잘났냐'며 말이다. 불같이 화내는 유미를 민호는 그저 싹싹 빌며 사과하며 붙잡을 수밖에 없다.

엄마는 밤무대 가수에 아빠는 미스터리한 인물인데 약간의 범죄와 연루되어 항상 검은 안경 낀 남자들에게 쫓긴다. 어린 시절부터 엄마의 밤무대에 쫓아다닌 탓에, 고스톱 치는 솜씨엔 연륜이 쌓일 대로 쌓였다. 한마디로 유미는 청순가련의 모범생 소녀 이미지와는 거리가 아득히 멀다.

독특한 인물들, 불량소녀2- 혜미

▲ 혜미와 유미, 결국 싸우다 함께 벌선다. 최근 화제를 낳은 <달려라 하니> 패러디가 나왔던 두 소녀의 운동장 달리기
ⓒ MBC
불량소녀 넘버투는 최근 등장한 나혜미다. 풍파고 '짱'이자, 드라마 밖 현실 속에서도 많은 여성의 사랑을 받는 윤호에게 거침없이 들이대는 아이다. 입만 열면 모든 게 '뻥'인 이 소녀는 전교 꼴찌다.

'킹카'답게 무뚝뚝한 윤호는 혜미에게 쌀쌀맞게 대하지만 좀처럼 이 소녀는 기세를 멈추지 않고 집에까지 쳐들어온다. 누구냐는 윤호네 식구의 질문에는 '윤호 여자친구'라고 씩씩하게 답한다.

혜미는 아직 윤호의 마음을 얻지는 못한 상태지만 아랑곳없다. 하지만 윤호의 퉁명스런 말에도 굴하지 않고 꾸준히 들이대며 마침내 '기습 키스'를 해서 네티즌의 원망을 한 몸에 사기도 했다.

이 말썽꾸러기 두 소녀는 결코 사이가 좋지 않다. 비슷한 사람들끼리는 원래 사이가 좋지 않은 법이다. 둘은 툭하면 싸우고 급기야 머리끄덩이 잡고 싸우기까지 한다. 둘이 싸우면 범이와 민호는 어쩔 줄 몰라 한다.

드라마에서 여고생들이 머리끄덩이 잡고 싸우는 장면은 흔치않은 것이다. 남자 고등학생이 담배피고 주먹질 하는 것이야 흔하지만 말이다. 현실 속의 소녀들은 정말 잘 싸우지 않는 걸까?

시트콤이 만들어가는 이미지의 전복

지금껏 텔레비전에서나 광고에서 만나왔던 소녀(혹은 여대생)들은 하나같이 머리가 길고, 엄마 아빠 말씀에 순종하며, 지각 한 번 하지 않고 깨끗하게 교복을 차려입은 모습이었다. 음료수 광고에서나 생리대 광고에서도 그들은 향긋한 웃음을 날리며 그저 아름답게 웃고 있다. 이들과는 다른 90%의 소녀들은 늘 이렇게 구박받는다.

"여자가 돼서 이렇게 칠칠맞다니..."
"여자애가 그렇게 큰 목소리로 소리 내서 되냐?"
"넌 어떻게 여자다운 데라고는 없니?"


김병욱 PD는 <순풍산부인과>에서는 '미달이'라는 아이를 통해서 지금껏 보지 못했던 '별나고 말썽꾸러기인 여자아이'를 그려냈다. 미달이는 숙제 안하고, 남자 아이들을 때리고, 먹는 것만 보면 정신없다. 예쁘지도 않다. 게다가 이모와는 늘 싸운다. 드라마 속에 늘 나오던 예쁜 레이스 드레스를 입고 눈웃음치는 여자애가 아닌 미달이는 그만큼 현실감을 주었고 여자 어린이에 대한 고정된 틀을 깬 재미있는 캐릭터였다.

그런 면에서 유미와 혜미 캐릭터는 현실 속에 뿌리내리고 있어서 반갑다. 게다가 유미는 예쁘기까지 하지 않는가. 예쁜 여자 아이는 청순가련에 모범생이라는 환상을 이참에 깨뜨렸으면 좋겠다.

소녀들에게 물어보라. 한 반에 청순가련을 상징할 수 있는 소녀가 얼마나 되겠는가. 어른 남자에게 재벌2세에서 깡패, 백수 등 여러 이미지가 있을 수 있듯 소녀의 이미지도 '하얀 블라우스 입은 천사'에서 벗어나면 좋겠다. 그것이 소녀들에게도 자유로움을 줄 것이다. 보는 이들에겐 현실을 있는 그대로를 보는 즐거움을 줄 것이다. 불량소녀들의 등장은 반갑고 유쾌하다.

덧붙이는 글 | 티뷰기자단입니다


태그:#거침없이 하이킥, #드라마 캐릭터, #하이킥 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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