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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븐 앰브로스의 < D-day >에 실려 있는 노르망디의 코리언 사진
ⓒ 스티븐 앰브로스
이 한 장의 사진으로 시작되는 소설이 바로 <오 하느님>(조정래, 문학동네)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 그의 대하소설 <아리랑>이 절로 생각이 난다.

<오 하느님>을 읽어가면 저절로 구슬픈 아리랑 노랫가락이 떠오른다. 그리고 한민족의 '한(恨)'이 전율을 느낄 정도로 몸을 휘감고 지나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고달픈 우리 민중의 역사가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간다. 그래서 한없이 슬프다.

대하소설 <태백산맥>이나 <아리랑>에서 느낄 수 있는 순간의 기쁨과 희망이라는 색깔이 너무나 어둡게, 그리고 침울하게 그려진다. 고통과 슬픔이 연속되는 <오 하느님>은 끊임없이 마음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마치 극한의 상황을 계속 기대해야 할 의무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조정래는 그의 대하소설에서 보여주는 막간의 미소나 기쁨도 사치인 양 <오 하느님>에서 전혀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는다.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고통과 위기의 연속이다. 로맨스도 없고 외서댁의 인간적인(?) 아름다움도 없고 아름다운 자연의 설렘도 없다. 그래서 더욱 마음이 아픈지도 모른다.

한없이 슬픈 이야기

ⓒ 문학동네
이야기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면서기를 시켜준다는 꼬임에 빠져 일본군으로 징집을 당해 만주군으로 편입되어 몽골초원에서 소련과 전쟁을 하면서, '살아남는 것은 일본군의 수치'라고 여기는 일본군의 할복자살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는다.

살아남기 위해서 어머님이 말씀해 주신 '관세음보살'을 수없이 되뇌이고 '호랑이에게 열두 번 잡혀가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살 수 있고, 총알을 피해 댕겨라'라는 아버지의 말씀을 마음속에 간직하며 전투에서 살아남지만 결국 소련군의 포로 신세가 된다.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 결국 소련국적을 선택할 수밖에 없던 이들은 소련군이 되어 2차 세계대전에 참여하여 독일군을 맞아 전쟁을 하게 된다. 인간이 인간을 죽여야 하는 전쟁터에서 승리자는 결국 살아남는 자가 된다는 생각으로 살아남지만, 인간의 생명은 어느 누구에게도 가치가 없는 하나의 '전쟁물자'밖에 되지 않는다.

혹독한 추위와 배고픔을 이겨내야 하는 고통 속에서 조선민족의 숨겨진 슬픔인 대하소설 <아리랑>에서 이미 가슴이 에이도록 느꼈던 '까레이스끼의 아픔'을 알게 되는 이 조선 사람들은 역사에 의해 버림받은 사람의 슬픔을 아프고도 슬프게 경험한다. 이런 '까레이스끼'의 고통과 슬픔이 자신들의 고통과 슬픔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듯이.

독일군과의 전투에 까레이스끼들과 동방군대로 참여하지만 결국 독일군의 포로가 된다. 포로수용소에서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고통의 한계를 겪으면서 수만리 떨어져 있는 고향과 가족을 몸과 마음으로 되새김하면서 목숨만을 건지지만 그들에게 고향으로 돌아갈 희망은 소련어만큼이나 감이 잡히지 않고 알 수 없는 것이 된다.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선택한 소련국적은 그들에겐 운명의 화신처럼 작용하여 고향과 가족을 결코 만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단지 미군 옆에 서 있는 한 장의 사진 속에 남게 된다. 미국과 소련의 포로 교환에 따라 소련으로 가야하는 운명에 처한다. 결국 최후의 수단으로 이들은 혈서를 쓴다.

"우리는 소련인이 아니다.
우리는 조선인이다.
우리의 국적을 고쳐 달라.
우리를 조선인이 많은 수용소로 보내 달라."


이렇게 외치지만 그들의 국적은 결국 소련으로 남게 된다. 조선인으로 태어나 역사에 의해 철저하게 버림받고 일본군으로 다시 소련군으로 다시 독일군으로 바뀌는 운명의 수레바퀴 속에서 마지막으로 미군의 포로가 된다. 이와 같은 수많은 민중들이 겪을 수밖에 없는 고난과 수난은 우리 역사의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다.

결국 포로는 소련의 수치이자 불명예라는 스탈린식 사고에 의해 이유도 모르고 집단으로 학살을 당하는 비극을 맞이하게 된다.

<오 하느님>은 철저하게 아픈 소설이다. 과거의 역사를 전쟁이라는 굴레 속에서 자신의 힘과 의지로 극복할 수 없는 비극을 온몸으로 맞이해야 하는 조선인들의 슬픔과 고통을 보여준다. 그래서인지 가슴으로 흘려야 하는 눈물은 역사의 도도한 물결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두 번 다시 읽고 싶지 않고 두 번 읽을 수 없는 소설이 바로 조정래의 <오 하느님>이라는 생각이 든다.

덧붙이는 글 | 노태영 기자는 남성고 교사입니다.


오 하느님

조정래 지음, 문학동네(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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