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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박진섭 생태지평 연구소 부소장
사진 : 장지영 생태지평 연구소 연구원


▲ 북해에서 에이마우든 운하(암스테르담 항)로 연결되는 갑문.
ⓒ 생태지평 장지영

"네덜란드 국토는 큰 강의 토사에서 비롯됐다. 사람들은 호수와 바다를 매립하여 간척지를 만들었다. 네덜란드 도시는 바다와 강을 이용한 무역에서부터 발달했다. 수송과 물의 관리를 위해 운하가 만들어졌고, 토지를 물에 잠기지 않도록 하고 홍수와 폭풍으로부터 보호하는 기술이 개발되었다." (네덜란드 교통·공공사업·물 관리부에서 일하는 보포르트씨)

네덜란드는 바다와 강의 수면이 국토보다 높다. 스키폴 국제공항도 해수면보다 4m가 낮다. 북해에서 아이젤강까지의 해발고도는 최고 45m 정도. 가장 높은 지역은 벨기에와의 국경지역인 림뷔르흐 주에 있는 발세르베르흐 산인데, 겨우 321m다.

이렇다보니 북해의 폭풍과 해수의 범람이 끊임없이 생존을 위협한다. 살기 위해서는 물을 밖으로 밀어내고 넘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네덜란드의 역사는 생존을 위한 물과의 싸움이다. 그래서 네덜란드는 '간척의 나라'로 불린다.

네덜란드의 물 관리는 어떤 수준?

네덜란드의 주요 홍수 방지시설은 길이가 무려 3500㎞에 이른다. 바다 방조제가 430㎞, 강 제방이 1430㎞, 호수 제방은 1017㎞다. 자연사구는 260㎞ 만들어졌고, 그 외에도 홍수 방지용 하구둑·댐·제방 등이 건설되었다.

에이마우든 운하(북해 운하)에서는 한국 최대 규모의 충주댐 총 저수량에 맞먹는 27억t의 물을 매년 배수한다. 북쪽에는 배수갑문(총 용량 260㎥/s)과 펌핑장(총 용량이 5000㎥/s)이 있는데, 이를 통해 물 조절을 하는 지역은 약 4000㎢으로, 세계 최대규모라는 새만금 간척사업 지역보다 10배 정도 넓다.
물과 싸우는 과정에서 네덜란드 사람들은 제방을 쌓는 기술, 갑문을 만드는 기술, 수위를 조절하는 기술, 운하를 파고 수로를 연결하여 사람과 물건을 운송하는 기술이 발달했다. 자연적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오랜 기간 삶의 방식을 터득한 것이다.

이렇듯 네덜란드에서 운하의 발달은 자연 지형적 조건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 왜 이러한 사실이 중요할까. 이명박씨와 그 추종자들은 네덜란드에서 운하가 교통수단이 된 역사적 배경을 제대로 이해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독일과 네덜란드 운하를 동시에 다녀왔고 네덜란드 운하 관계자들로부터 설명을 받았지만, 독일 마인-도나우 운하에 대해서는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면서도 네덜란드 운하에 대해서는 한 마디 언급이 없었다. 기본적으로 자연지리적인 조건이 달라 만족시킬 만한 비교가 없었던 것은 아닐까.

산악지대 대한민국, 낮은 평지 네덜란드

낮은 평지에 하루도 쉬지 않고 퍼낼 정도로 물이 넘치는 네덜란드는 해발고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산악지형과는 전혀 비교할 수 없는 조건이다.

네덜란드 땅은 대부분이 평지상태이기 때문에, 이 곳 운하는 독일의 마인-도나우 운하처럼 내륙주운(배로 짐을 나르는 일)에 다량의 갑문이 필요치 않다. 마인-도나우 운하에서 높이 24m 높이의 힐폴슈타인 갑문과 같은 것이 네덜란드에는 없다. 고도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갑문은 없다는 것이다.

대신 네덜란드에는 바다와 내륙주운의 연결지점, 강과 내륙주운의 연결지점에만 대부분 갑문이 설치되어 있다. 생존 차원에서 방조제와 댐을 만들면서 바다와 강, 운하의 연결지점에 갑문을 만든 것이다.

▲ 왼쪽의 북해부터 오른쪽의 아이젤강까지의 네덜란드 국토 단면도.
ⓒ Ministerie van Verkeer en Waterstaat
화물운송을 위한 내륙주운이 발달한 배경도 한국과는 전혀 다르다. 네덜란드에서 내륙주운은 암스테르담 항과 로테르담 항에서 출발한다. 이 중 로테르담 항의 컨테이너 처리물량(930만 TEU)로 유럽 최대이자 세계 7위이며, 화물 실적량으로 보면 세계 3위(2005년)를 기록하고 있다.

유럽 대부분의 내륙국가와 달리 이들 항구는 북해에 가까워 유럽 해상운송의 관문으로 자리잡았다. 유럽의 3대 항으로 꼽히는 네덜란드의 로테르담 항, 독일의 함부르크 항, 벨기에의 안트워프 항은 모두가 북해와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이 항구들은 북해와 직접 맞닿아 항만 시설을 설치한 것이 아니다. 수로로 연결된 내륙지역에 항구가 발전한 것이다. 직선거리로 로테르담 항은 북해로부터 30여km, 함부르크 항은 90여㎞, 안트워프 항은 80여㎞ 내륙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북해의 해일과 폭풍의 직접적인 위험으로부터 벗어난 위치, 특히 저지대로서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했기 때문이다.

또한 철도와 도로가 없는 시대(중세시대 유럽은 로마시대 만들어놓은 대부분의 연결도로를 파괴하여 도로 사정이 악화되었다)로부터 북해의 해상무역을 유럽 내륙까지 연장하기 위해서는 수로가 가장 용이한 수단이었을 것이다.

즉, 네덜란드는 바다와 내륙을 연결하는 수로가 필요했고, 이것이 점차 대형화물을 이동하는 운하로 발전한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지형은 어떠한가. 3면이 바다이고, 부산항·광양항·평택항·인천항 등 어디에도 수만t 이상의 해양화물선이 정박할 수 있다. 북한 동해의 원산항, 서해의 신의주항 등도 대형 화물선이 입항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런데도 왜 이명박씨와 그의 추종자들은 내륙 운하를 고집할까. 이제 좀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물동량보다는 표가 필요하다고. 충주·문경·상주·대구 등 자신의 정치적 지지가 필요한 지역을 선택한 것은 아닐까.

[내륙주운 물동량] 차라리 표가 필요하다고 솔직히 말하라

연도별 내륙주운에 의한 네덜란드 화물운송량 (단위 : 1000톤)

연도

1990

1995

1996

1997

1998

1999

운송량

266,147

286,070

289,332

318,817

316,063

311,287

연도

2000

2001

2002

2003

2004

2005

운송량

313,706

326,913

311,507

293,390

319,219

317,639

성장률

1990~2002년 8.9%, 1995~2002년 8.9%, 2002~2005년 2.0%

 

ⓒ 출처 : Luis DE VA FUENTE Y06
네덜란드 로테르담 항을 포함하여 유럽의 3대 항의 물동량은 얼마나 될까.

유럽의 물동량 비율은 2004~2005년을 기준으로 도로가 45.8%, 해운이 40.4%, 철도가 10.3%이며, 내륙주운은 3.5%에 불과하다(유럽위원회 통계).

이 중 내륙주운에서는 네덜란드와 독일·벨기에의 비율이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 높다.

2003년 기준으로 독일과 벨기에의 내륙주운 물동량은 13%, 네덜란드는 29%를 차지하고 있다. 2005년, 이들 3개국은 EU 가입국 전체 내륙운송의 87%를 담당했다.

특히 독일과 네덜란드의 라인강으로 연결되는 내륙주운이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들 두 국가는 유럽에서 내륙수로로 이동되는 물동량의 68%를 담당하고 있고, 벨기에 20%, 프랑스는 8%를 담당하고 있다. 이명박씨와 추종자들이 떠벌인 마인-도나우 운하로 연결되는 도나우강 지역인 오스트리아는 1%에 불과하다.

네덜란드 내륙주운 물동량이 많은 것은 상대적으로 철도 노선이 적기 때문이다. 지형 특성상 물이 많고 저지대여서 유럽 연결 철도 노선을 설치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사실을 정확히 알지 못하면 과대망상에 사로잡힌다. 유럽 운하의 주요 물동량은 북해와 인접하고 있는 네덜란드·벨기에, 그리고 라인강 축인 독일 등 3국에 국한된 운송체계임이 분명하다. 그것도 '해상물동량의 내륙 유입'이라는 일정한 역할에 한정된 것이다. 대부분 운송은 도로와 철도·항공으로 옮겨진다.

[먹는 물] 운하의 물은 안 먹는 네덜란드

네덜란드는 운하의 물을 먹을까, 아니면 우리나라처럼 강물을 취수해서 먹을까.

네덜란드의 먹는 물은 우리와는 매우 다르다. 가장 많은 취수원은 지하수로 60.1%에 달한다. 지표수는 39%이며, 자연 사구를 통해 얻어지는 물은 0.9%이다(2005년). 이렇듯 네덜란드에서 먹는 물의 비중은 지하수가 가장 높다. 즉, 네덜란드의 운하는 먹는 물과 연관성이 약하다.

그러나 우리의 사정은 이와 매우 다르다.

2005년 말 현재 우리나라 상수도 시설의 1일 취수 전체 시설용량은 2042만6000㎥이며 취수원별로는 하천표류수가 1320만㎥으로 전체수량의 64.6%이며, 하천복류수는 195만2000㎥(9.1%), 호소수는 480만9000㎥(23.5%), 지하수는 56만5천㎥(2.8%)이다. 지하수 이용은 매우 미비한 실정이다.

우리나라 지하수 이용은 하천복류수를 포함한다 하더라도 10% 내외이며, 대부분의 먹는 물은 하천과 호소수로서 무려 87%를 차지한다. 결국 경부운하는 먹는 물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갖는다.

만약 네덜란드가 우리와 같은 조건에서 운하를 개발한다면 지금처럼 운하가 활성화되지 못했을 것이다.

[환경오염] 수중생태계가 자생한다던 델타지역 인공호수의 경우

▲ 델타 프로젝트 (1958~1997).
ⓒ Ministerie van Verkeer en Waterstaat
네덜란드 운하 건설은 아무런 환경문제가 없을까. 먹는 물에 지장을 주는 경우는 없을까.

이제 우리는 로테르담 항의 바로 아래 델타지역으로 간다. 이 곳은 운하로 로테르담과 연결되어 있고, 북동쪽 위에 라인강이 있어 독일과 내륙주운이 연결되어 있고, 아래로는 벨기에의 안트워프 항으로 연결된다.

1953년 이 지역에서는 큰 홍수로 1850명이 사망하는 등 막대한 인명과 재산피해가 발생하였다. 네덜란드 정부는 이 비극을 재현하지 않기 위해, 델타지역의 5개 주요 섬들을 댐과 다리로 연결하고, 남서쪽 강 하구에 댐과 방벽을 쌓는 등 무려 100㎞에 가까운 '북해전선'을 건설했다. 당시 6조원이 투입되었다.

델타 프로젝트의 기본적인 완공은 1987년이라고 할 수 있지만 로테르담의 마스란트 폭풍해일방지 개폐 갑문을 1997년에 완공한 것을 기점으로 보면 무려 40여년에 걸쳐 완성됐다고 할 수 있다. 네덜란드 관계자는 오랫동안 공사가 진행된 이유를 "많은 재정 소요와 기술 개발 등을 통해 이루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을까. 그렇지 않다. 바다와 강이 만나는 지역을 인공적으로 차단함으로써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델타 프로젝트를 완공하면서 네덜란드 정부는 내륙지역에 볼커라크-좀(Volkerak-Zoom)이라는 인공호수를 조성하였다. 바닷물을 차단하여 담수호를 조성한 것이다.

이 호수의 물은 식수원이자 농업용수, 공업용수로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수질이 점차 악화된다는 것이다. 높은 인과 질소로 인해 부영양화가 발생하고 적조와 녹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볼커라크 갑문을 완성할 당시 네덜란드 정부는 "2010년까지 수중 식물들이 생성되고, 2030년까지 자체적으로 생태계가 복원될 것이라"이라 예측했다. 그리고 인공섬·수초·갈대숲 등을 조성하였다.

그러나 네덜란드 정부의 이러한 예측은 완전히 빗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1994년부터 이 적조와 녹조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바닷물 차단에 따른 생태계의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문제는 라인강을 포함하여 여타의 강이 수로와 갑문으로 연결되면서 물이 정체되고 수질이 악화된 것이다. 바다는 방조제로 차단되면서 물의 순환이 끊겼다. 배가 드나들 때 물이 소통된다고는 하지만 이 소량의 물은 수질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이 호수 주변에는 5만2000ha의 넓은 농경지가 있어 농약·비료·축산폐수가 높은 농도의 인과 질소가 흘러들고 있다. 네덜란드 당국자는 "호수 바닥에는 다량의 인이 적체되어 있다"고 말했다.

[왼쪽] 1994년 적조 녹조 발생 증가. [오른쪽] 2002년 수많은 새들이 떼죽음 당한 모습.
ⓒ Ministerie van Verkeer en Waterstaat
수질도 잡고 수위도 유지해야 하는 네덜란드의 숙제... 우리는?

네덜란드 정부는 볼커라크 호수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해답을 찾기가 그리 쉬워 보이지 않는다. 2015년까지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2007년 말까지 연구 결과가 제출될 계획이다. EU 또한 가입국들에게 수질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결국 해수유통을 하지 않으면 수질은 개선되지 않는다. 반면 해수를 다량으로 유통시키면 수질은 개선되지만 식수와 농업용수로는 사용할 수 없다. 또한 갑문을 상시 개방해놓고 오염된 물을 바다로 순환시키면 내륙주운의 수위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배가 다니는 수로의 수위는 일정하게 유지되어야 한다. 수질은 좋아야 하고 운하의 수위는 일정해야 한다. 물과 운하의 나라 네덜란드에서도 이런 복잡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먹는 물조차 위협받고 있는 한강과 낙동강에 운하를 건설하겠다는 발상은 도대체 무엇일까.

"네덜란드에서 운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하건설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을 때 사회적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지는 않는다"라고 네덜란드 환경단체인 보스엔즈(Both ENDS) 관계자는 말한다.

사회적 논란이 불을 보듯 훤한데 자신의 정치적 입신을 위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려는 정치지도자와 함께 사는 우리 국민들은 행복할 것인가? 불행할 것인가?

태그:#경부운하, #이명박, #박진섭, #생태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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