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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모가 제법 큰 한 교회의 크리스마스 전등장식
ⓒ 유태웅
바야흐로 12월 크리스마스 시즌이다. 종교의 다름 여부를 떠나 크리스마스는 연말연시와 맞물려 누구나 마음이 들뜨게 마련이다. 매년 이맘때면 거리에선 자연스럽게 크리스마스 캐롤송이 흐르며 분위기를 더 한창 무르익게 한다.

거리를 걷다 보면 어느새 교회건물에 크리스마스트리와 전등장식을 한 곳이 많아졌다. 교회옥탑을 기준으로 길게 늘어뜨린 전등장식부터 건물외관을 따라 전등으로 치장한 교회가 대부분이다. 이맘때면 어둠에 잠긴 저녁에도 전등장식에 따라 교회의 규모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 아파트촌에 위치한 한 교회의 전등장식
ⓒ 유태웅
교회는 크리스마스트리나 교회건물을 장식하고 있는 전등장식에서 발하는 빛을 단순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크리스마스트리나 전등에 불을 밝히는 것은, '하나님의 말씀으로 세상을 환히 밝히고자 하는' 참사랑의 빛, 즉 복음의 빛을 뜻한다.

그렇다면 매년 교회건물에 장식하는 크리스마스트리와 전등장식은 언제부터 준비하는 걸까? 교회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11월 말경부터 준비해 12월 초 중순까지 크리스마스트리나 전등장식을 마무리한다.

달동네 단층짜리 함석지붕 교회의 크리스마스 전등장식 현장

▲ 한 달동네에 위치한 교회의 전경
ⓒ 유태웅
▲ 추위에도 불구하고 교회지붕에서 전등장식 작업중인 청년들
ⓒ 유태웅
@BRI@새벽까지 내린 겨울비가 멈추고 서서히 햇빛이 비추기 시작하던 지난 12월 9일 주말 오후, 서울 노원구 소재 한 달동네에 있는 조그마한 교회에서는 크리스마스 전등장식이 한창이었다. 겨울비가 그치고 하늘이 맑게 개이면서 기온이 차가운 때였다.

교회청년 4명이 1층짜리 함석지붕으로 지어진 교회지붕과 마당에서 추위를 참아가며 한참 전등장식에 몰두하고 있었다. 이 교회는 적당하게 경사진 달동네 중턱에 있어 아랫동네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형적인 달동네 교회였다.

교회는 지어진 지 오래된 건물이었다. 마치 달동네 역사와 함께 해 온 듯 건물은 단출한 규모였다. 청년 2명은 지붕 위에서 전등을 매달은 밧줄을 다듬고 있었다. 옥탑에 적당한 간격으로 전등을 매달아 놓은 밧줄을 묶고, 마당에 있는 다른 청년 2명에게 줄을 넘겨 주차장 담장과 교회 앞 입구에 이를 묶도록 했다.

4인이 1조가 되어 전등장식을 하는 내내 그들은 서툴지만 차분한 손놀림으로 작업을 해나가는 모습이었다. 비록, 도시의 웅장한 현대식 교회건물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들 손에 의해 이곳 달동네에도 성탄의 기쁜 빛, 희망의 빛이 비치게 된 것이다.

▲ 옥탑과 지붕에서 작업 중인 청년들의 모습이 조금은 아슬아슬(?)하다
ⓒ 유태웅
▲ 전구들이 겨울바람에 심하게 흔들리지 않도록 밧줄 등에 매달아 장식한다
ⓒ 유태웅
'형제'들은 교회 밖 전등장식을, '자매'들은 예배실 크리스마스트리 장식

청년시절 교회 청년부에 다닌(?)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매년 이맘때 교회 트리장식에 대한 나름의 소중한 추억들이 있을 것이다. 교회는 '사찰집사' 혹은 '관리집사'라는 직분이 있어 전체적인 교회건물관리와 경비를 맡는다. 대체로 크리스마스 장식은 '사찰집사'만으로 작업하기가 힘들다.

때문에 크리스마스 시즌이 오면, 일반적으로 청년부에 예배실 크리스마스트리와 교회건물에 꾸며질 전등장식에 대한 '미션'이 주어진다. 항상 예산은 빠듯하고 잔손질이 많이 가며, 때론 위험한 교회옥탑이나 지붕까지 올라가야 하는 작업에 눈치 빠른 청년들은 발뺌을 하는 경우도 많다.

때문에 교회 크리스마스 장식에 나서는 청년들은 대부분 교회에 대한 애정이 깊거나, 청년부에서 남다른 리더십을 인정받는 '형제'들이 주로 맡는다. 작업의 성격상 바깥일은 남성들이 주로 담당하고, 내부 크리스마스트리 장식등은 여성들의 손재주가 빛을 발하는 분야이다.

▲ 일반적으로 교회 전등장식은 교회의 옥탑을 기준으로 설치된다.
ⓒ 유태웅
▲ 교회는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 때 사용했던 전구들을 재활용한다
ⓒ 유태웅
교회의 규모가 커지고 절기마다 당담하는 봉사직분의 역할분배가 이루어진 대형교회의 경우, 아예 전파사나 조명업체 등에 외주를 주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예산이 많지 않은 교회나 규모가 작은 교회의 경우엔 자체 봉사인력으로 감당한다.

작은 교회라 할지라도 이러한 크리스마스 장식에는 적어도 3~4일이 소요된다. 전년도에 사용했던 전구들을 모두 검사해야 하고, 미리 교체할 것은 예산을 받아 교체작업을 해야 한다. 전등은 겨울바람에 심하게 흔들리지 않도록 밧줄 등에 매달아 둔다.

작업 내내 추위에 떨고 교회옥탑과 지붕 등에 올라가 힘든 전등장식을 마무리하고, 마지막으로 점등식을 통해 멋진 광경이 펼쳐질 때의 보람은 아마도 남다를 것이다. 이러한 크리스마스트리와 전등장식 작업은 교회마다 본격적으로 크리스마스 절기를 준비하는 첫 손길이다.

▲ 이곳 달동네 가옥 중에서 이사를 가고 텅 빈 집안에 외롭게 걸려있던 십자가상
ⓒ 유태웅
도심 곳곳에서 밤마다 형형색색으로 빛을 발하는 크리스마스트리와 전등장식들. 도심의 웅장한 교회나 달동네 허름한 교회에도 동일한 성탄의 기쁨과 희망이 넘치는 올해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기를 소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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