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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도는 우리손으로 화이팅! (첫날 벌교에서 출발)
ⓒ 강민구
2005년 여름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국도에 자전거 행렬이 나타났다. 그것도 중학생들이 한여름의 더위에도 그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페달을 밟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바로 전남 영광에 있는 특성화중학교인 성지송학중학교(http://sjsh.ms.kr)의 학생들이었다. 이 학생들은 2004년 8월 '서해 갯벌 살리기'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달고 국토대장정을 성공리에 마친 경험이 있다. 이번에도 역시 성지송학중학교 교사들과 부모님들이 함께 했다.

올해는 ‘독도 지킴이’라는 주제로 국민들의 독도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모아서 독도를 지키려는 목적으로 자전거 국토 순례를 시작했다. 또한 우리나라의 문화유적지 순례 및 해양관련 활동을 통해 우리 아이들에게 소중한 경험을 갖게 하고,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 때로는 좌절하고 때로는 역경에 부딪힐 수도 있지만 그것을 이겨내는 인내력과 끈기를 길러주기 위함이기도 하다.

이번 자전거 순례는 성지송학중학교에서도 두 번째로 시도되는 것으로 작년보다 하루를 단축하여 8월 13일부터 16일까지 3박 4일 동안 이뤄졌다. 성지송학중학교 재학생 및 가족(교직원, 학부모) 등 총 43명이 참가하여 지난해보다 참가인원이 2배 정도 증가하였다. 방학동안 이뤄지는 자전거 순례에 그 의미와 교육적 효과에 대해 점점 관심이 깊어짐을 알 수 있었다.

▲ 조금씩 지쳐가는 여학생의 모습
ⓒ 강민구
자전거 순례 첫 날

8월 13일. 첫날 자전거 순례단은 학교에서 승합차와 트럭을 이용하여 전남 벌교를 향해 아침 7시에 출발하였다. 2시간 동안 차량으로 이동하여 도착한 벌교에서 첫날의 목적지인 고흥 나로도 해수욕장까지는 대략 66km에 달했다. 하지만, 이 녀석들 해수욕장을 향한다는 마음에 자신만만한 얼굴에 즐거운 미소까지 지었다. 오전 10시 드디어 대열을 정비하고 체육선생님을 선두로 여학생들을 앞에 세우고 출발하였다.

정말 더운 날씨에 출발부터 땀을 비오듯 흘리기 시작했지만, 얼굴 찡그리는 학생은 없었다. 4차선으로 넓은 국도에 운전자들의 배려로 잘 갈 수 있었지만 그래도 위험한 일이기에 고흥경찰서 경비교통과의 도움을 받았다. 출발부터 도착까지 식사까지 거르며 아이들의 안전을 지켜준 그 날의 경찰관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과역을 지나 고흥에 들어설 때 쯤 역시나 더운 날씨에 지치기 시작한 아이들이 하나둘씩 늘어갔다. 여학생들은 급기야 잠시 대열에서 벗어나 승합차에 올라야 했다. 이런 사실을 알기라도 하듯 어디선가 나타나신 학부모님이 얼음물과 김밥을 준비해주셨다. 다시 충전한 녀석들은 마치 새 건전지처럼 내달리기 시작하여 어느새 나로도 해수욕장에 도착하였다. 학부모님들이 먼저 도착하여 준비해주신 밥을 먹고 너도나도 바닷 속으로 뛰어드는데 선생님들도 아이처럼 함께 하는 모습에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하였다.

시간은 흘러 저녁노을이 질 때쯤 지칠 때도 되었지만, 선생님들과 학생들은 모래사장위에 스크린과 빔프로젝터, 앰프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몇몇 학생들은 꽹과리를 비롯한 사물놀이를 준비하였다. 바로 독도를 알리기 위한 캠페인을 열기 위해서이다. 먼저 사물놀이를 통해 피서객들을 모이게 만든 후 독도관련 영상과 전단지를 통해 독도의 중요성과 함께 우리나라 영토임을 알렸다.

한 여름밤 모래사장 위에서 펼쳐진 영화제처럼 독도 영상을 상상해본다면 정말 멋진 장면이 연출될 것이다. 그것을 실현한 첫날 밤이었다. 마지막으로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노래가 나올 때는 함께 박수치며 불러주시는 사람들이 있어 그 자리가 더더욱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다. 짤막한 공연과 함께 독도 지킴이 활동을 벌인 아이들은 쑥스러우면서도 마냥 자전거만 타는 게 아니라 우리가 아직 어리지만 이런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게 아주 자랑스럽다고 했다.

짐 정리를 하고 봉래초등학교 교감선생님의 배려로 학교 강당에서 침낭을 깔고 밤을 맞이했다. 부모님들과 선생님들은 늦은 밤까지 다음날 일정을 다시 확인하고서야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 여수교당에서 교무님들과 함께 기념사진
ⓒ 강민구
두 번째 날

8월 14일. 봉래초등학교에서 아침을 먹고 전남 순천시 해룡면에 위치한 도사초등학교까지 차량으로 이동한 후 자전거 순례를 시작하였다. 어제의 피로는 아이들에게 적이 되지 못하는 듯 했다. 도리어 학부모님들과 선생님들이 조금씩 지쳐가는 모습을 보였다. 순천을 지나 미항 여수와 돌산대교를 건넜다.

두 번째 날의 목적지는 여수 돌산에 위치한 방죽포 해수욕장으로 오늘도 바다가 목적지이기에 아이들은 어제의 물놀이를 기억하며 또한 해변의 영화제를 떠올리며 페달을 밟아나가기 시작했다. 어제의 경험이 벌써 체득되었는지 한명의 낙오자 없이 자기 페이스에 맞추어 나가는 모습이 대견스럽기마저 했다.

목적지를 얼마 남기지 않고 언덕길이 아이들을 꺾어놓을 듯 보였지만, 내리막길의 즐거움을 알아버린 아이들에게 큰 난관이 되지 못했다. 시원하게 내달린 자전거들은 하나둘씩 방죽포 해수욕장에 도착하자 그 만으로도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에는 충분했다. 역시나 녀석들 물놀이가 마치 힘든 자전거 순례의 보상이라도 된다는 듯 뛰어들기 시작했다. 그 순수한 모습에 미소가 슬며시 번져나갔다. 두 번째의 공연을 하려는 찰라 아쉽게도 전기적인 문제로 취소가 되었지만 아이들이 도리어 '선생님 내일 더 열심히 하면 되잖아요’라고 위로를 해주었다.

저녁에는 원불교 여수교당(http://www.wonyeosu.com/)의 관산 최세종 교무님을 비롯한 3분의 교무님들의 도움으로 정말 깨끗한 곳에서 편안한 잠을 청할 수 있었다. 다음날 고생한 어머님들께 선물에 간식까지 챙겨주셨던 교무님들께 정말 감사드린다.

▲ 시원스레 내달리는 자전거 순례단의 모습
ⓒ 강민구
세 번째 날

8월 15일. 원불교 여수교당을 뒤로하고 전남을 넘어 화개장터로 유명한 경남 하동으로 향했다. 하동 인터체인지에서 자전거 대열을 정비하여 순례를 시작했다. 육지와 남해도를 이어주는 남해대교 건너 상주해수욕장까지가 오늘의 순례 일정이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관광지여서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긴 자전거 행렬에 놀라면서 승합차와 1톤 트럭에 달려있는 독도 관련 현수막을 본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남해에 작은 초등학교 운동장에 자전거를 세우고 쉬는 아이들에게 몇몇 어른들은 ‘어린것들이 이 더운날 뭐하노?’ 하시며 측은하게 여기셨지만, 이 녀석들 나름대로 당당하게 ‘할아버지 우리는 성지송학중학교 학생이고 독도가 왜 우리 땅인지 알리려고 이렇게 자전거 순례를 하고 있어요’하는 것이다. 뒤에서 지켜보던 선생님들은 뭔가 모를 감정에 휩싸이는 듯 했다.

대답을 들으신 어르신들은 그제서야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으시며 그래도 안전이 최고라며 신신당부해주셨다. 꿀보다 단 휴식을 마치고 계속된 순례 속에서 쥐가 나는 아이도 있었지만 끝까지 완주하겠다며 고집을 피우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이 행사의 또 다른 목적이 조금씩 성취되어 감을 알 수 있었다. 남해 상주해수욕장에 도착하니 어느새 피로는 어디로 갔는지 바다에서 충전이라도 하는 건전지처럼 뛰며 웃는 아이들의 모습은 정말 대단했다.

저녁 때에는 원불교 남해교당의 도움으로 아이들은 푹 쉴 수 있었다. 아이들은 지금까지 이뤄진 순례에 대해 논의를 시작했고 앞으로 또는 내년의 계획까지도 세워보는 듯 했다. 특히나 올해까지 자전거 수리를 어른보다도 잘하며 도맡아오던 3학년의 이시진 학생이 있었지만 내년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가 큰 고민이었다.

▲ 학생과 부모님이 함께 자전거를 고치는 장면
ⓒ 강민구
네 번째 날

8월 16일. 아침 남해교당을 출발해 이제는 이번 순례를 마무리하게 되었다. 지금은 남해대교가 건립되어 있으나, 1598년(선조 31) 12월(음력 11월 19일)에 이곳 바다에서 임란의 마지막 해전인 노량대해전이 있었던 곳을 건너며 우리가 왜 이렇게 독도가 우리 땅임을 알리고 있는지 다시금 가슴에 새겨볼 수 있었다. 이순신 장군의 후손으로서 일본으로부터 우리나라를 지켜온 역사를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작년에 이어 약 200km의 거리를 3박 4일 동안 돌아보는 독도지킴이 자전거 국토 순례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로써 성지송학중학교 가족들은 2년간 총 500km를 순례하게 된 것이다.

▲ 순례단을 지켜준 승합차와 트럭
ⓒ 강민구

덧붙이는 글 | 학부모님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헌신
때로는 게으름도 있었지만 결국 웃음을 만들어낸 아이들의 인내심
시행착오는 많았지만 마치는 그 순간까지 긴장을 놓지 않았던 선생님들
그리고 사랑스러 자전거와 밥, 간식, 물, 바람, 햇빛, 트럭 2대와 봉고차 2대 트라제 1대 그리고 또 악기와 앰프와 전단지와 사진과 영상물과 우리에게 박수를 보내줬던 많은 분들

어느 한 사람의 능력, 노력으로 이루어지기 보다는 
이런 여러 도움의 싹들이 만발하여 모두가 큰 어려움 없이
자전거 순례를 마치게 되었습니다.

2006년에는 보다 꼼꼼이 준비해서 배도 따뜻, 마음도 따뜻한 자전거 국토 순례가 되도록 노력할께요.
내년엔 더 많은 학생과 부모님들이 참여해서 함께 지혜를 모으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http://sjsh.ms.kr/) 강민구 기자는 성지송학중학교 과학교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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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화중학교(대안학교)에서 일어나는 교육을 누구보다 사실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작은 학교지만 어느학교보다 내실있는 프로그램을 얘기하고 자랑하고 싶어서 가입했습니다. 글은 학교와 교육 그리고 환경에 관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물론 능력이 된다면 더 많은 분야에도 다양하게 넓혀가고싶은 욕심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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