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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급식이 끝난 후 남은 음식을 푸드뱅크 차량으로 옮기는 장호준씨
ⓒ 김혁
"하나님을 사랑하고 하나님이 원하시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하나님이 싫어하신다고 믿습니다."

22세 청년 장호준씨가 자원봉사활동에 나선 이유이다. 본인도 3급장애자인 장호준씨는 감리교사회복지센터(인천시 동구 화수동)에서 운영하는 정신지체장애자 시설인 '꿈바라기 공부방'의 교사로서, 노숙자 무료급식(Food Bank)의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무료급식 차량에서 무거운 음식통들을 들어 나르는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되면서다. 입가에 미소까지 띠고 통을 나르면서도 연신 함께 일하는 자원봉사자들에게 농담을 주고받는 모습은 정말 신나는 놀이를 하고 있는 듯 하였다.

장애자 공부방의 최고 선생님

무료급식소에서 그의 일은 인천시내 학교들을 방문해서 급식 후 남은 음식을 모아오는 일이다. 이 음식들은 당일 오후 다시 노숙자들에게 제공된다.

"목사님과 함께 다니면서 목사님을 도와드릴 때가 제일 좋아요."

봉사하면서 제일 좋을 때가 언제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장호준씨가 즐겁게 정성을 들이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 음식을 먹게될 이들에게도 기쁨과 의욕이 전달될 것만 같다.

▲ 장호준씨
ⓒ 김혁
장씨가 봉사활동을 시작한 것은 2개월 정도 되었다. 서울 무역센터에 있던 패스트푸드점에서 일을 했다는 장씨는 '갑자기 손이 아파와서' 4개월 전 그만 두었고, 그 때 다니던 교회도 집 가까이에 있는 동부천감리교회로 옮겼다고 한다.

그 교회에서 청년회 활동을 하면서 그는 푸드뱅크 활동을 하고 있던 이동철 목사를 만나게 되었고, 이 목사의 권유로 함께 자원봉사활동을 하게 되었다. 이후 장씨는 푸드뱅크 봉사를 위해 찾게 된 '감리교사회복지센터' 내에 자신보다 훨씬 중한 정신지체장애자 학생들을 위한 공부방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고, 11월부터는 공부방 정식교사로 일하게 되었다.

"어머니, 아버지도 정말 잘했다"고 격려해준다고 말하는 장씨의 공부방 교사로서 사명감은 각별하다.

"애들이 공부를 열심히 잘 할 때는 정말 보람이 있어요. 하지만 애들이 말을 안들을 때는 속상하죠."

-꿀밤 줘 본 적은 없어요?
"화가 나도 참아요."
-아이들과 싸워 본 적은 없어요?
"선생님과 아이가 어떻게 싸울 수가 있어요? 애들과 절대 싸워서는 안되요. 저는 따끔하게 말로써 혼을 내요."

저의 공부방 제자입니다.

꿈바라기 공부방에는 초등학생에서 고등학생까지 모두 5~7명의 정신지체장애 학생들이 방과 후 찾아온다. 장호준씨는 그 학생들과 오후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공부를 봐주거나 놀이를 함께 해주기도 한다.

"윤수라는 아이가 있는데 그 아이는 농아인이죠. 듣기는 하지만 말을 못해요. 하지만 정말 착해요. 정리도 잘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려고 해요. 그런데 은섭이는 정말 말을 안들어요. 그래도 착하죠."

인터뷰 도중 중학생이 들어왔다. 장씨는 공부방 제자라며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해 주었다. 포즈를 취하기까지 두 사람은 의자를 놓고 실랑이를 벌인다.

"선생님이 앉으세요."
"네가 앉아야 해."

결국 제자를 두 팔로 껴안아 의자에 앉힌 장호준씨는 카메라를 쳐다보면 다시 한번 말한다.

"내 제자에요."

▲ 장호준씨가 공부방 제자라며 성시욱(중2)군과 포즈를 잡고 있다.
ⓒ 김혁
코요태의 '디스코왕'을 좋아하고, 지난 10월에 2년 동안 사귀던 여자친구와 헤어진 것이 가장 슬픈 일이라고 하는 장호준씨는 인터뷰 내내 적극적으로 자신을 소개하였다.

'본인도 장애인이면서 다른 장애인을 돌보는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은 준비만 한 채 장씨에게 할 필요가 없었다. 그는 건강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그를 취재한 내가 오히려 '세상과 이웃을 편견으로 바라보는 장애인'이지 않았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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