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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에서 부안 기사를 볼 때마다 정말 정부와 대통령의 정책 판단에 답답함을 금할 수 없다. 왜냐하면 부안 문제를 지금 정부가 하려는 방법대로 처리하는 것은 이미 불가능해져 버렸기 때문이다.

정부는 우선 부안 군민들의 흥분을 가라앉힌 다음 원전폐기물센터가 지역에 도움이 될 거라고 여러 경로로 설득해보려는 생각인 것 같다. 그리고 그 계획이 아무리 생각해도 부안에 나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는 것도 같다.

부안의 생각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즉, 원전폐기물센터가 아무리 좋다해도 우린 싫으니까 그렇게 좋다는 사람이나 가져다 지으라는 것이다. 거기에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 아니, 이제는 좋다해도 받아들일 명분도 사라졌다.

물론 그렇게 만든 데는 정부의 얌체같고 비겁한 행동이 큰 몫을 했고 무엇보다도 나라가 하는데 민간인이 따라야지 하는 무사안일한 접근이 가장 근본적인 문제였다. 그러나 그건 이렇게 문제가 심각해지기 전에 따져야 했을 문제고 이제는 너무 늦어 버렸다. 말하자면 물동이가 떨어져서 박살이 나버린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박살난 물동이도 조각만 다 모아서 강력 접착제로 잘 붙이고 내부 방수 다시하면 물동이로 쓸 수 있다. 그렇지만 그 물동이가 다시 망가지지 말라는 보장도 없고, 물동이 붙이는 것이 생각처럼 간단하지도 않다. 부안 군민의 마음은 물동이 박살나듯이 이미 박살나서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다.

따라서 정부는 부안에서 원전폐기물센터를 지으려는 생각을 우선 버려야 한다. 부안에 원전폐기물센터를 짓는 것이 정부의 주장대로 부안을 위해 좋은 일이라면 다른 지자체를 위해서도 나쁠 것이 없을 것이다. 그러니 부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우선 버리고 처음부터 원칙적인 방법으로 재접근을 해야 하리라 생각한다.

정부는 우선 원전폐기물센터가 무엇을 하는 곳이고 면적은 어떻게 되고 얼마나 걸리면 짓고 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상세히 모든 국민에게 알리도록 해야한다. 동시에 원전폐기물센터를 유치하는 지자체가 어떤 혜택을 같이 누리게 될지를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위자료 명분이 아닌 투자 명분으로 당당하게 밝혀야 한다.

'절대 안전합니다. 선진국도 했습니다' 식의 달래기로 가서는 오히려 반감만 살 뿐이다. 그것은 왠지 안 좋은 것을 억지로 떠넘기려는 속셈인듯 느껴질 뿐이다. 또 원전폐기물센터를 유치하는 지자체에 진짜로 장기적인 투자를 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조사와 준비를 하고 그런 자세가 국민 모두에게 확실히 읽힐 만큼의 계획의 내용이 충실해야 한다.

이런 홍보 기간이 적어도 6개월, 1년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다음 전국의 모든 지자체에서 신청을 받도록 한다. 단, 지자체의 신청은 지역민 투표를 선행해 찬성한 경우에만 신청하도록 한다. 나라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정말 아무 문제가 없는 시설이라면 낙후되고 인구가 계속 감소하는 지자체의 경우 남은 지역민의 복지와 혜택을 위해 지역민들의 동의를 구할 수도 충분히 있다고 본다.

누가 그런 시설을 자기 지역에 만들려고 하겠냐고 생각한다면 그 시설은 만들 수 없다고 결론을 내야 한다. 즉, 핵발전소를 쓰지 않는 방법 밖에 없다. 전기세를 지금보다 대폭 올려 전기를 정말 절약해서 쓰는 방법밖에는 없다. 이렇게 해서 모든 국민이 고통을 받게 되더라도 누군가 전체를 위해 희생하는 방법을 택해서는 안 된다. 진짜 희생이 아니라면 희생한다고 느끼게 해서도 안 된다.

지금 부안 군민들이 주장하는 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부안에 원전폐기물센터를 못 짓게 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부안 군민이 투표를 해서 반대했다고 생각하고 부안을 포기한다면 훨씬 객관적이고 떳떳하게 문제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저렇게 반대하는 부안에 원전폐기물센터를 지으면 짓는 동안에도 지은 다음에도 그 시설이 온전히 유지되고 돌아가겠는가. 지역사회의 도움이 없이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물동이가 깨졌다고 물을 안뜰 수는 없다. 그러나 방법이 물동이 붙이기 한가지밖에 없는 것은 아니다. 새 물동이를 만들 수도 있고, 물동이 대신 물통을 쓸 수도 있고 수도를 끌어올 수도 있다. 그러니 정부는 다 깨져버린 물동이 붙이느라 시간낭비하지 말고 좀더 큰 시각으로 근본적인 문제해결에 노력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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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디자인회사를 운영하며 인테리어 디자인과 디자인 컨설팅 분야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전통건축의 현대화와 중국전통건축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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