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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자의 당신들의 대한민국을 처음 접했을 때는 그 제목이 묘한 느낌을 주었다. 귀화한 한국인으로 '한국인'이 자신의 나라를 '당신들'이라고 지칭하는 것부터, 지금이야 월드컵 여파로 '대~한민국'이 자주 쓰이지만 '대한민국'이라는 말까지 낯설었다.

당신들의 나라, 당신들의 한국, 우리들의 조국, 우리들의 한국이라는 어감과 달리 타자화된 당신과 객관화된 대한민국이 만들어내는 냄새는 조금 낯선것이었다. 그것은 박노자가 귀화한 한국인임에도 한국에 대해 느끼는 거리와 낯섬을 느끼게 해준다.

한국이 좋아 귀화한 박노자는 그 애정만큼이나 따뜻한 시선으로 한국을 바라본다. 그렇게 때문에 한국이 가지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보다더 깊은 시선과 일관된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책의 시작은 그가 한국인으로 귀화하면서부터 느껴지는 한국의 모습을 꼬집어 낸다. 일정 정도의 재력가가 아니고, 어려운 한자어를 알지 못한며 귀화할수 없는, 그런 이유로 약소국의 노동자나 못배운 사람은 한국인으로 받아 들이지 않는 한국의 배타성을 집어낸다.

이 책에서는 한국에 살면서 우리가 종종 놓치거나 당연시 여기는 부분들을 집어내어 가슴을 뜨끔하게 한다. 우리안에 있는 전근대성과 사대주의, 왜곡된 민족주의가 만들어내는 모습을 그는 애정어린 눈으로 바라본다. 서구에 대한 동경과 다른 아시안에 대한 배타성, 보스주의와 우상이 만들어내는 왜곡, 패거리 문화와 군대문화등 어쩌면 너무나 익숙하여 문제를 문제로 느끼지 못하는 우리들에게 '당신들의 나라를 똑바로 보라'는 충고를 하고 있다.

그래서 책을 읽다보면 계속 고개가 끄떡여지면서도 얼굴이 무거워진다. 내가 가지고 있었던 오류를 보게 되면 가슴이 철렁하면서 나쁜 일을 하다 들킨 것 같은 놀람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기나긴 역사를 끌어오든, 유창한 이론을 끌어오든 한국사회의 모습을 지적하는 글들은 많다. 그러나 박노자의 글은 이론이나 지식에 기반한 것이 아니다. 자신이 한국 사회의 구석구석을 관찰하며, 경험하면서 느끼는 문제들을 솔직히 이야기 하고 있다. 그런점에서 한 없이 따뜻하다.

박노자의 글은 언제나 역지사지이다.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정당화하는 방법과 논리를 다른 것에도 그렇게 적용하는냐를 물으면 놀라게 된다. 자신이 차별받는 것은 못참지만, 자신이 차별하는 것에는 별다른 문제를 느끼지 않는 모습이나, 권력을 가진 자에게 복종하고 자신이 가진 권력으로 또 다른 사람을 억압하는 그 모순의 고리를 그는 날카롭게 지적한다.

지금도 완전히 가라앉지 않은 서구, 미국, 러시아의 '순전히' 인종주의적, 민족주의적 광기와. 국가주의를 전제로 하는 한국의 관제 '유사민족주의'의 상하 위계질서 조직성 사에에서 과연 우열을 가릴수 있을까?

그는 보편성을 강조한다. 이 책은 한국인이 취하는 태도와 모습들을 보여주면서 다른 사람을 먼저 말하기 전에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그리고 이중적 태도를 가지고 있는 우리들에게 보편적 인권을 느끼게 해준다.

덧붙이는 글 | 한겨레 신문사/301p/8500원/2001년 12월 초판 발행


당신들의 대한민국 1

박노자 지음, 한겨레출판(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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