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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 19집 <Hello> 겉표지.
 조용필 19집 <Hello> 겉표지.
ⓒ Univers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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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의 19집은 나오지 말았어야 했다. 아니, 난 그의 마약 같은 음악을 듣지 말았어야 했다. 19집 앨범이 나오기 전 평소 '조용필'이라는 이름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은, 없었다. 딱히 생각해 보지도 않았을 뿐더러, 옛날 가수라고 생각했으니까. 단지 부모님과 텔레비전을  통해 그의 수많은 히트곡 중 몇몇을 알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나마도 온전치가 않아서 대체로 후렴 한 두 마디 정도 아는 게 다였다.

그런 조용필이 10년 만에 낸 새 앨범 수록곡 중 선 공개된 'BOUNCE'를 통해 새삼 주목을 받았고, 나 역시 그 흐름에 자유롭지 못했다. 평소 좋은 노래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듣는 나의 습성은 이번에도 여전히 발휘되어서, 호기심에 가득 차 재생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나는, 뻑.갔.다.

깔끔하면서도 경쾌한 피아노와 일렉 기타 사운드의 조화는 올해 열아홉 번째 앨범을 낸, 모든 후배 가수들이 우러르는 '가왕'의 노래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신선했다. 이럴 수가. 난 묵직한 음악을 예상했었다. 그러나 환갑을 넘긴 가수의 노래는 놀랍게도 세련미와 낭만 모두를 품에 안은 채 10년의 공백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 노래 덕분에 내 머릿속 '조용필'이라는 이름 석 자는 순식간에 현재진행형의 고유명사로 바뀌었고, 이어서 공개된 앨범 수록곡들은 이미 마음의 문이 반쯤 열린 나에게 쐐기를 박았다. 아이돌보다 훨씬 감각적이고 멋있고 재미있는 뮤직비디오라니! 저 Maroon 5를 연상시키는 사운드라니! 충격적인 그의 19집 덕분에 나는 더 이상의 지체 없이 그 분의 팬을 자처하고 있었다.

명색이 팬이 된 이상 이전의 곡들, 라이브 영상들을 놓칠 수는 없지 않은가. 덕분에 다른 가수의 노래를 듣지 않은 지 꽤나 오래 되었다. 가왕의 방대한 음악세계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다른 가수와는 차원이 달랐다. 한 마디로 좋은 노래가 지나치게 많다는 거다. 노래 자체가 가지는 힘이 당시의 열악한 녹음 상태를 가뿐히 극복하고 여전한 생명력으로 번뜩거리고 있었다.

이미 오랜 세월 그의 팬을 자처한 사람들은 순차적으로 그의 노래를 들으며 세월을 함께 했겠으나, 왕초짜 팬인 내게는 (정규 앨범만 따져서) 200여 곡이 쓰나미처럼 갑자기 밀려든 셈이다. 이 노래가 좀 물린다 싶으면 또 다른 노래가 꽂히고, 또 새로운 명곡이 발견되고….게다가 라이브 영상은 그가 왜 대한민국 최고의 보컬로 불리는지를 여실히 증명한다. 가히 '숲이 아니라 늪'이다, 이건. 이런 분을 왜 진작 알지 못했을까.

나의 상태가 이러하니 최근 나와 엄마의 대화 주제는 당연히 '조용필'이다. 조용필의 노래를 하나 둘 함께 들으면서 함께 노래 부르고, 가사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이전보다 훨씬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가왕님 덕분에 효녀 등극까지. 이거야말로 일석이조 아닌가.

가왕님의 노래를 하나하나 열심히 듣겠다는 의지(?) 표현. 정규 앨범의 수록곡들 가사를 하나하나 필사하고 있는 중이다.
 가왕님의 노래를 하나하나 열심히 듣겠다는 의지(?) 표현. 정규 앨범의 수록곡들 가사를 하나하나 필사하고 있는 중이다.
ⓒ 이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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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고독한 20대 팬의 불타는 영혼은 Bounce Bounce 거리고 있다. 이제 친구들은 나의 입만 열면 발휘되는 조용필 사랑(혹은 전도)에 혀를 내두르고 있다. 중요한 사실은 그렇게 혀를 내두르는 친구들 중에서도 19집에 대한 평가에는 다들 이견이 없다는 것. 이미 나보다 먼저 앨범을 구매한 이들도 꽤 있었다. 이번 조용필 19집의 성공이 비단 중장년층에게서만 비롯되었다고 분석한 일부 '전문가'들의 전문성이 의심스러워지는 순간이다. 가왕의 화려한 귀환은 비단 그것이 가왕의 노래이기 때문이 아니라, 45년차의 노련미에 역동적인 동시대성이 절묘하게 결합되어 있는 산물이었기에 가능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지금 나의 소원은, 여느 소녀팬과 마찬가지로 그 분(!)과 짧게라도 이야기를 한 번 해보는 거다. 이건 진심이다. 이 소원이 이루어지면 나는 여한이 없을 것 같다. <오마이뉴스> 관계자 분들이여(아니 사실 누구든), 사람 하나 살리는 셈 치고 좀 도와주시라. 조용필앓이가 갈 수록 심해지고 있으니 큰일이다.

마지막으로, 이제는 나의 삶에 없어서는 안 될 명사가 되어 버린 가왕님에게 무한한 감사와 존경을 표한다.

"그동안 몰라 뵈서 죄송합니다. 그리고 이번 앨범 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당신의 깊은 음악세계를 이제나마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Hello 조용필] 응모글입니다.



태그:#조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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