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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정>이 수록돼있는 조용필 1집(1979).
 노래 <정>이 수록돼있는 조용필 1집(1979).
ⓒ 오아시스레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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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장마철인 양 아침부터 추적추적 비가 내렸습니다. 지인이 만나자고 한 찻집은 2층에 위치해 있었기에 계단을 삐걱삐걱 밟고 오르던 중이었죠. 갑자기 제 귀를 삽시간에 잠식하는 노래가 들려왔습니다.

"정이란 무엇일까~ 받는 걸까 주는 걸까~ 받을 땐 꿈 속 같고~ 줄 때는 안타까워......" 와~ 누구 노래인지 정말 죽인다! 당시는 그 노래를 부르는 이가 누구인지 몰랐습니다.

이윽고 문을 열고 들어선 찻집에선 단박에 강렬한 커피향이 제 코를 근질거리게 했습니다. 대저 비오는 날엔 커피향이 더 좋게 느껴지기 마련입니다. 이는 과학적으로도 입증이 되었다고 알려져 있죠.

즉 비가 오는 날에 커피향이 더욱 매혹적인 까닭은 흐린 날엔 습도가 높아져 공기 중에 떠돌던 냄새 분자가 코 속에 잘 달라붙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텅 빈 다방엔 아직 지인이 안 보였습니다. 다만 아까 찻집을 오르면서 듣던 노래는 계속하여 들려왔습니다.

"정을 쏟고 정에 울며 살아 온~ 살아 온~ 내 가슴에 오늘도~ 남 모르게 무지개 뜨네~" 자리에 앉았지만 심금을 울리는 그 노래에 잠시 기분이 묘해졌습니다. '과연 정이란 무엇일까?' 그러나 해답은 쉬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나이가 되도록 딱히 살갑고 눅진한 정은 느껴볼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었지요. 너무도 일찍 어머니를 잃는 바람에 모정이라곤 애당초 음미조차 못 해봤습니다. 그 바람에 젊어서부터 홀아버지가 된 편부와 애면글면 어렵게만 살아야 했지요. 또한 아버지께선 이 아들보다는 되레 술에게만 그렇게 '무한사랑'을 베푸셨던 것입니다. 

노래에 취한 나, 찻집 아가씨에 정신을 못 차리다

"여기 사람 없슈?, 손님이 왔는디 엽차라도 한 잔 줘야지유." 명색이 손님인데 그러나 누구 하나 내다보는 이 없는 한적한 찻집이었습니다. 하기야 비가 와 손님이 전무하다보니 아마도 찻집의 주인 또한 무료함을 달랠 길 없어 근처에 잠깐 마실을 갔는가 보다 싶더군요.

저의 커다란 목소리에 이윽고 안에서 인기척이 들렸습니다. "잠깐만 기다리세요." 그러더니 나타난 사람은 그야말로 빙기옥골(氷肌玉骨)의 매우 아름다운 처자였습니다. 순간 저의 호흡은 딱 막힌 듯 그렇게 잠시 멘붕 상태에 빠지게 되었지요.

'나보다도 어려보이는 처자가 이 찻집의 주인?' 그러나 그건 저의 착각이었습니다. "커피 한 잔 줘유, 근데 아가씨는 누구슈?" "(주인)언니가 시장에 갔는데 비가 와서 늦나 봐요. 저는 주방을 보는데 아무튼 뭘 드릴까요?" 그녀는 그렇게 다가왔습니다. 그녀는 사촌언니의 요청으로 잠시 일을 봐주러 와 있던 중이었지요.

그날부터 그녀에게 흠뻑 빠진 저는 얼추 만날 그 찻집을 찾았지요. "정을 쏟고 정에 울며 살아 온~ "이라는 가사의 가요 <정>을 부른 가수가 조용필씨라는 사실은 후에 알았고요.

이후 조용필씨는 '돌아와요 부산항에'로 스타덤에 올랐고, 그 찻집에서의 인연이 계속 이어진 우린 결국 지난 1982년에 부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올해가 2013년이니까 우리 부부의 인연도 어느새 32년이란 세월이 흘렀군요.

그동안 같이 살면서 하지만 무능한 저로 말미암아 줄곧 고생만 막심하게 한 가련한 아내입니다. 그러함에도 현모양처로 살았기에 두 아이 모두 이제는 내로라하는 직장에서 최선을 다 하는 직장인이 되었지요.

조용필씨가 남긴 히트곡은 대단히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지금도 여전히 제가 애창곡으로 사랑하는 건 단연 <킬리만자로의 표범>이죠. 비겁한 하이에나 보다는 당당한 표범으로 죽고 싶다는 '절규'는 진정한 사나이의 기풍(氣風)까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압권이란 느낌 때문입니다.

지금이야 나이가 들어 기운이 달리다 보니 자제하는 중입니다. 그렇지만 참 오랫동안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2차로 노래방에 갔을 적엔 반드시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열창했지요. 오죽했으면 저의 이른바 '18번'으로 친구들 사이에서도 인식됐으니까요.

이밖에도 그의 히트곡 중 <그 겨울의 찻집>과 <허공>, 그리고 <그대 발길 머무는 곳에>와 <슬픈 베아트리체> 역시 변함없이 아끼는 곡이죠. 일찌감치 '가왕'으로 등극한 조용필 씨가 마침내 미국의 대중음악 주간 빌보드마저 주목하게 만들었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그러자 '진정한 가왕은 달라도 너무~ 달라!'라는 느낌으로 기분이 흡족하더군요. 부부의 연을 맺기 전부터 아내 또한 조용필씨를 좋아했습니다. 마치 부창부수처럼 말이죠. 그래서였을 겁니다.

얼마 전 아내가 이렇게 부탁한 것은 요. "여보, 이번 달 급여 받으면 조용필의 신곡이라는 '바운스' CD 좀 사 와." 한동안 잊었던 조용필씨의 음악 CD 구입에 저도 기꺼이 동참하렵니다. 조용필씨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자타공인의 명불허전 가수입니다.

'사랑의 그림자 되어 그 곁에 살리라~'

때문에 저는 앞으로도 그의 노래를 계속 사랑할 것입니다. 아울러 그의 노래를 들으며 아내와 처음 만났던 때를 떠올리면서 앞으로도 모범적이고 아름다운, 그리고 사랑의 가정 정립에 더욱 노력할 요량입니다.

아내를 더욱 사랑한다는 건, 결국 조용필씨의 노래 <그대 발길 머무는 곳에>에 나오는 '사랑의 그림자 되어 그 곁에 살리라'라는 말과도 일맥상통하니 말입니다.

# <그대 발길 머무는 곳에> - 작사 하지영 작곡 이호준 편곡 조용필 -
"그대 발길이 머무는 곳에 숨결이 느껴진 곳에 내 마음 머물게 하여 주오 그대 긴 밤을 지샌 별처럼 사랑의 그림자 되어 그 곁에 살리라 아 내 곁에 있는 모든 것들이 정녕 기쁨이 되게 하여 주오 그리고 사랑의 그림자 되어 끝없이 머물게 하여 주오 한순간 스쳐가는 그 세월을 내 곁에 머물도록 하여 주오 꿈이 꿈으로 끝나지 않을 사랑은 영원히 남아 언제나 내 곁에~" #

염량세태(炎凉世態)의 비정함만이 판치는 작금, 30년 이상 줄곧 변함없는 팬으로서의 의리를 지키고 있는 일편단심 나의 이 충정을 용필형은 알랑가 모르겠네요.

덧붙이는 글 | '헬로 조용필' 응모글입니다.



태그:#조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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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서: [초경서반]&[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 대전자원봉사센터 기자단 단장 ▣ 月刊 [청풍] 편집위원 ▣ 대전시청 명예기자 ▣ [중도일보] 칼럼니스트 ▣ 한국해외문화협회 감사 / ▣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CEO) 수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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