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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청소년 특별면 '너아니'에 실렸습니다. [편집자말]
<청소년을 위한 뇌과학> 표지
 <청소년을 위한 뇌과학> 표지
ⓒ 비룡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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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끝없는 창조력, 사고와 심연은 어떻게 이뤄지는가. 인간은 어떻게 음악을 작곡하고, 글을 쓰고, 자신의 존재를 의심하고, 죽은 뒤의 삶을 상상하며 신을 믿는가. 이 글을 쓰는 나는 어떻게 이 방대한 언어를 구사하고 있으며 이를 읽는 당신은 또한 어떻게 'ㄱ' 'ㅏ'같은 부호를 인식해 인지하고 상상하는가.

"뇌는 기껏해야 1.5킬로그램밖에 나가지 않는 세포 덩어리이다. 하지만 뇌가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다. 수학자의 뇌는 어떻게 해서 복잡한 계산을 할 수 있을까? 우주 과학자의 뇌는 어떻게 해서 지구 밖으로 날아가는 우주선을 만들 수 있을까? 영화감독의 뇌는 어떻게 해서 수백만 명의 사람들을 웃기고 올리는 영화를 찍을 수 있을까?"(책 <청소년을 위한 뇌과학> 23쪽 중)

사실 인간의 뇌는 매우 불완전하다. 사슴은 태어나자마자 네 발로 일어선다, 고래는 태어나자마자 헤엄친다. 그러나 갓 태어난 아기가 할 수 있는 것은 단지 젖을 무는 것뿐이다. 그러나 인간은 이러한 능력이 없기에, 오히려 다양한 가능성을 내포한다. 인간은 말과 같이 달리기 위해 탈것을, 새와 같이 날기 위해 하늘을 나는 법을 알아냈다.

그러나 이해할 수 없게도, 이렇게 발명할 수 있는 고등한 사고력을 가진 우리의 뇌는 0.1%만을 외부자극을 처리하는 데 사용한다. 뇌는 왜 이런 '낭비'처럼 보이는 일을 하는가. 사실 나머지 99.9%의 신경세포는 오로지 다른 신경세포와의 정보 교환에 몰두한다. 구슬도 꿰어야 보배라고, 뇌의 99.9%는 인지된 정보가 나머지 정보와 어떤 관련성을 알아내기 위한 활동을 하기에, 인간은 단어를 '모든 단어들을 구성하는 글자'처럼 불규칙하게 배열해도 알아낼 수 있는 능력(단순한 인지가 아닌 사고하고 무수한 정보를 조합·창조하는 능력)을 가진다.

뇌에는 신경 세포체의 수상 돌기와 축색 돌기 사이의 시냅스를 통해 신경 세포들 사이에 정보가 오간다. 사람은 100억 개의 신경 세포를 가지고 태어나며, 각각의 신경 세포에는 1만여 개의 시냅스가 있다. 어른의 뇌에 있는 시냅스의 수는 100~1000조 개. 하나의 신경 세포 안에서도 시냅스마다 서로 다른 정보를 주고받는다니, 이 얼마나 방대한 네트워크인가. 인간의 창조와 '왜 살아가는가?' 같은 철학의 구성은 결국 수천 조에 이르는 시냅스의 상호적 전기작용, 융합을 통해 가능한 것이다.

자, 우리 청소년의 뇌는 어떤가? 어른과 아이의 길목에 서있는 우리들, 사랑하고, 아픔을 느끼고, 창의성과 혼란, 즐거움과 외로움 그리고 고통을 함께 겪는다.

유아의 뇌에서 감정을 담당하는 것은 '대뇌변연계'다. 특히 그 속의 '편도체'는 냄새, 소리 등을 분석하여 감정을 만들어낸다(아이들이 초콜릿을 먹으면 기분이 좋다고 느끼는 것이 바로 '편도체' 때문이다).

그러나 청소년기 이후에는 감정을 담당하는 주인이 바뀐다. 편도체가 단순히 감정을 분석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정보를 주도적으로 평가하고 해석하려는 부위인 머리 앞부분의 '전두엽'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결국 감정을 담당하는 부분이 '편도체'에서 '전두엽'으로 바뀌는 것, 다시 말하면 감정을 받아들이는 수용자에서 주체적으로 해석하는 사람이 되는 시기가 청소년기다.

이 시기 변화된 뇌는 어딘가에 사용되길 원하고 이는 일탈이나 게임 같은 자극적인 것으로 우리를 이끈다. 사실, 적절한 일탈은 청소년이 뇌의 새로운 구조에 적응하도록 도와주며, 새로운 전두엽이라는 집에 적응하게 해준다. 청소년들이 랩을 하거나, 바지통을 줄이거나, 은어를 사용하는 것은 자신만의 것을 만들고 개성을 표현하려는 뇌과학적으로 당연하며 불가피한 현상이다.

스스로 삶의 주인이 되려는 사춘기는 뇌의 진화 과정의 일부이며, 그렇기에 우리는 사춘기를 '잘'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의 뇌는 수많은 정보를 무차별적으로 받아들인 후 자주 접하는 정보를 집중적으로 처리한다. 따라서 특정한 경험의 반복은 특정한 신경세포의 발전, 시냅스의 다형성에 기여하기에, 유아·청소년기의 긍정적 경험들과 사랑이 중요한 것이다.

"새롭고도 강렬한 감정을 체험할 수 있는 능력 자체는 뇌의 최종 목적이 아니다. 청소년이 겪게 되는 감정은 자신이 내린 결정에 책임을 지며 자신의 삶을 창의적으로 꾸려 나가기 위한 밑바탕을 이루는 것이다."(본문 99쪽 중)

뇌과학은 인문을 포괄하는 과학이다. 인간의 사랑·창조·철학 기타 인문학적이고 감성적인 것들이 합당하고 질서정연한 법칙으로 나타내어질 수 있다니, 놀랍지 않은가. '인간이 신을 숭배하는 성스러운 종교가 단지 뇌의 특정 부위에서의 자극이나 호르몬으로 인한 것'이라는 사실은 인간 존재를 다시금 고민하게 한다.

"사람의 뇌 속에서 펼쳐지는 일들을 모두 합하면 지구 밖 광활한 우주에 있는 별들의 수보다도 많을 것이다."(본문 60쪽 중)

이 무궁무진한 인간의 뇌는 우리의 생각을 담는 그릇이며, 인간의 마음은 우리의 행동으로 나타난다. 본인이 전공하고자 하는, 인간의 '마음'과 '행동'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인 심리과학(心理科學)은 자연히 '뇌과학'과 깊이 연관될 수밖에 없다. 책 <청소년을 위한 뇌과학>은 내 꿈(심리학자)에 깊은 영향과 도움이 되었다. 구체적인 심리학적 현상들의 원인과 물질적 분석에 오늘도 나는 한걸음 인간의 내면으로, 과학으로 다가선다.

이 책은 우리의 뇌에 대해 생각해보고, 질문하고, 인상 깊은 과학적 지식을 남긴 책으로 기억될 것이다. 책의 구조 자체가 소설같은 '사례'들을 나열하고, 이를 바탕으로 그 속에서 뇌 과학을 적용시키고 있어 흥미롭고 알기 쉽다. 책을 읽는 동안 내 안의 꿈꾸는 뇌, 행복의 뇌, 예술의 뇌를 객관적으로 잣대를 가지고 바라볼 수 있었던 시간에 감사한다. 뇌, 심리를 넘어 인간에 관심을 가지는 청년들이라면 한 번쯤 가볍게 읽어볼만 하겠다.

덧붙이는 글 | <청소년을 위한 뇌과학> (니콜라우스 뉘첼, 우르겐 안드리히 / 비룡소 / 2009.09 / 1만3000원)
류옥하다 기자는 만 열다섯 살 학생기자입니다.



청소년을 위한 뇌과학

니콜라우스 뉘첼, 위르겐 안드리히 지음, 김완균 옮김, 김종성 감수, 비룡소(2009)


태그:#뇌과학, #심리학, #심리과학 , #심리서적, #고등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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