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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청소년 특별면 '너아니'에 실렸습니다. '너아니'는 청소년의 글을 가감없이 싣습니다. [편집자말]
463번 버스
 463번 버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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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는 관광지가 많다. 시티투어버스보다 더 많은 관광지를 거쳐가는 시내버스가 있을 정도니 말이다. 양재를 출발해, 도심을 거쳐 여의도로 가는 463번의 별명은 1050원짜리 서울 시티투어 버스일 정도다.

게다가 이 버스는 한강을 두 번 건너는 유일한 노선이다. 이는 시내의 차고지를 염곡동에서 옮기는 과정에서 기인했는데, 보광동과 마장동의 두 회사의 차고지를 염곡동으로 이전하면서 이 노선을 비롯해 405번, 400번, 421번이 서울을 한바퀴 도는 노선처럼 변한 것이다.

여행하듯 타 보는 463번, 과연 463번에서 보는 서울시의 풍경은 어떨까? 여행지를 관광하듯, 양재에서 여의도까지 차례차례 소개하겠다.

463번의 출발은 불교 교육의 산지 염곡동 구룡사이다. 구룡사를 출발한 버스는 이윽고 역삼동 테헤란로를 교차하게 된다. 이란과 한국의 우호에 따라 도로의 이름이 만들어졌는데, 이란에도 역시 서울 스트리트가 있다고 한다.

테헤란로의 마천루를 따라 20분 정도 걷다 보면 선릉과 정릉이 나타난다. 도심속의 왕릉인 선릉과 정릉에서 잠시 쉬었다 가는 것도 좋다.

가로수길, 세로수길, 그리고 로데오거리로 유명한 압구정. 463번의 주요 경유지 중 하나이다. 진짜배기 강남을 즐길 수 있는 가로수길, 그리고 가로수길의 메이저 업체에 대항해서 생겨난 세로수길이 볼거리다. 백화점에서 간단한 쇼핑도 추천한다.

버스는 성수대교를 통과한다. 성수대교에는 아픈 역사가 있는데 바로 1994년 성수대교의 상판이 붕괴된 것이다. 특히 최근 세월호 사고가 안전불감증으로 인해 발생한 사고인 것을 보면 여기에서 잠시 멈춰 안전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은 교육이 될 수 있다.

263번의 연장으로 463번이 탄생하게 되었다.
▲ 모든 일의 시작, 263번의 연장 263번의 연장으로 463번이 탄생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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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대교를 지나자마자 마주치는 큰 공원이 있다. 바로 서울숲이다. 이전에 경마장이었던 서울숲은 시민을 위한 공원으로 변모하여 사슴이 뛰놀고 다람쥐가 사람을 피하지 않는 자연 그대로를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아름다운 곳이 되었다. 이 곳에서 즐기는 피크닉이야말로 자연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방법이다.

서울숲에서 조금만 강변으로 가면 국내 최초의 수도 공급소인 뚝섬 아리수 정수센터 산하의 수도박물관이 있다. 국내 수도의 역사를 알아보고, 일제강점기에 실제로 사용했던 정수시설, 수도 공급시설을 살펴볼 수 있다.

버스에 다시 올라타 몇 정거장 가다 보면 한양대학교가 나온다. 공학 대학교로 유명한 한양대학교는 대학 진학을 앞둔 자녀의 꿈을 심어주기에 적당한 곳이다. 특히 대학가의 물가는 저렴하므로, 여기서 간단히 먹고 가는 밥 한 끼도 좋은 선택이 된다.

버스는 마장동을 거쳐 신당동으로 들어선다. 신당동의 남북에는 좋은 쇼핑가게가 존재하는데, 한 곳은 황학동 주방용품 시장이고, 한 곳은 신당동 떡볶이타운이다. 저렴한 주방용구, 그리고 국내에서 처음 시작된 국민 간식 떡볶이의 뿌리 격인 곳에서 먹는 떡볶이는 신당동에서의 즐거움을 안겨줄 것이다. 또한 서쪽 광희동에는 충무아트홀이 있어 공연과 전시를 관람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여의도방면 한정으로 시내를 거쳐 한국은행 화폐박물관을 경유한다. 국내 화폐의 역사를 알 수 있는 곳으로, 금전관리를 비롯해 화폐 관리 방법을 배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얻을 수 있다.

463번 버스 노선도
 463번 버스 노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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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는 이윽고 염천교를 건너 손기정기념공원에 도착한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일장기를 달고 어쩔 수 없이 뛰었던, 결국 금메달을 획득했던 손기정 선수를 기리기 위해 만든 곳으로, 손기정 선수의 모교인 양정고등학교 터에 세워졌다. 공원의 조형물, 그리고 손기정 기념관을 둘러보면서 손기정 선수의 넋을 기리는 것은 어떨까.

버스가 한강을 건너기 전에 들르는 곳은 공덕동 공덕시장의 족발거리이다. 훨씬 더 시장통의 느낌이 나는 공덕동 족발거리는 잘 정돈된 장충동 족발거리와는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마포, 구 전차 종점에는 서울식 갈비의 효시라고 불리는 마포갈비집이 널려 있다. 마포갈비의 시초는 일제강점기 서울구경을 온 지방 사람들이 대부분 전차의 종점이 있는 마포에서 내리게 되었고, 이로 인해 식도락 수요가 증가한 데 있다. 옛날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마포의 갈비거리에서 소주와 곁들여 먹는 "1차"는 어떨까.

한강을 건넌 버스는 여의도에 도착한다. 여의도공원, 그리고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은 도심속의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 중 하나이다. 자전거, 아니면 인라인 스케이트를 빌려 한 바퀴 도는 여의도는 국내 금융, 방송, 입법의 중심을 한 번에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버스의 마지막 구간은 국회의사당, 그리고 KBS 본관 앞이다. 국회의사당의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이 일이니만큼 그렇게 평화로워 보이지는 않지만, 국회에서 일어나는 정기회의, 그리고 방송 하면 떠오르는 KBS 견학은 아이들에게 방송인, 정치가로서의 꿈을 키워 주기에 충분하다.

시내버스로 강남, 도심, 여의도를 모두 아우르는 관광을 해봤다. 이제 점점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에어컨 '빵빵한' 시내버스에서 여러 지역의 사람들과 함께해보는, 그리고 좁다란 지역마다 조그마하게 변하는 인생들을 느릿느릿 즐기며 해보는 시내관광은 어떨까?

저상버스도, 외국어 안내방송도, 그리고 속도감도, 마지막으로 1050원에 불과한 저렴한 가격도 준비되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 바로 여행을 시작하는 우리들 그 자체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서울톡톡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버스, #서울여행, #시티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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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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