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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이게 행복하세요? 저는 아니에요."

드라마 <학교 2013>의 민기의 말이다. 극 중 민기는 공부면 공부, 운동이면 운동, 거기다 성격까지 좋은 고등학생이다. 하지만 엄마의 지나친 아들 관리가 민기를 지치게 만든다. 원하지 않는 학원을 수강하게 하고, 친구와 담임선생님까지 엄마가 선택하려 하는 것이다. 이러한 민기와 민기 엄마와의 관계는 현실에서도 존재한다.

<10대들의 시계는 엄마의 시계보다 느리다>
 <10대들의 시계는 엄마의 시계보다 느리다>
ⓒ 명진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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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교육서인 <10대들의 시계는 엄마의 시계보다 느리다>의 저자 손동우는 ㈜TMD 교육 그룹의 컨설턴트다. 10대들의 학습을 코칭해 주면서 그는 부모의 지나친 자녀 관리가 아이들로 하여금 부모에 대해 반감을 가지게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학업보다 부모와 자녀 간에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 필요함을 깨닫는다. 즉, 부모와 아이들 간에 존재하는 시차를 극복하는 것이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의 10대 시절을 돌이켜 보면 참 단순했다. '학교-학원-집'이라는 큰 틀 안에서 약 10여 년을 생활해 왔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러한 하루 일과를 계획한 것은 순전히 나의 선택이었고, 입시학원이 아닌 피아노, 논술 등 다양한 학원을 가장 친한 친구들과 다녔다. 물론, 당연히 그런 나를 응원해 주는 부모님이 계셨다. 그래서 난 이 책에 나오는 엄마들의 생각에 쉽게 동의하기 어려웠다.

"가만히 있자니 속에서 천불이 날 것 같아요. 고등학교 진학이 코앞인데 꿈도 목표도 없어요." (대구 수성구 A군 학부모)
"빨리 빨리하라고만 하니 미쳐 버리겠어요. 하고 싶은 게 뭔지도 모르는데 꿈은 뭔 꿈이래요? 엄마가 꿈 타령할 때마다 짜증나요." (대구 수성구 중1 A군)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명확한 꿈과 계획을 설계하고 그에 따라 행하길 바라는 것은 자녀들이 미래에 행복한 삶을 누리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러나 10대인 자녀들은 부모의 의도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10대 시절에 누릴 수 있는 행복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이 가진 재능과 흥미를 일으키는 분야를 발견하는 것이다.

자녀들은 10대 시절을 보내고 있는데 부모들은 20, 30대 시절의 자녀들을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부모-자식간의 갈등이 야기된다. 즉, 부모는 아이를 답답하게 여기고, 10대 청소년은 자신의 부모가 짜증난다고 말하는 등 부모와 자녀 간에 불신, 분노, 짜증만이 가득한 것이다.

"대체 머릿속에 뭐가 들었는지 모르겠어요. 제가 먼저 다가가면 귀찮은 듯 자릴 피해 버려요. 왜 그러는지 물어도 입만 꾹 다물기만 해요." (서울 노원구 B양 학부모)
"어차피 우리 엄만 말해 봤자 몰라요. 모든 게 다 귀찮고 엄마 말이라고 하면 다 아니꼽게 들려요. 그냥 절 가만히 내버려 두었으면 좋겠어요." (서울 노원구 중2  B양)

10대 시절에는 딱히 좋은 길, 행복한 길이 정해져 있지 않다. 어른들 입장에서는 자신보다 성적이 뛰어난 친구들과 사귀고, 전교 1등이 다니는 학원을 수강하며, 하루 빨리 자신의 목표를 정해 계획을 짜는 것이 앞으로 행복해질 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10대들에게는 성적에 관계없이 마음 맞는 친구들과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 내가 다니고 싶은 학원을 다니는 것, 그리고 구체적인 목표 없이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것이 더욱 소중한 일명 '스펙'이다. 이렇게 부모와 자녀 간의 인식 차이를 극복하는 방법을 제시하면서 부모들에게 쓴 소리를 던지고 있다.

이 책은 크게 부모와의 관계, 친구, 공부, 꿈에서 존재하는 부모와 아이들의 시차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구성돼 있다. 실제 상담 사례를 토대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고 있다는 것이 이 책에 신뢰성을 더하나, 부모에게 던지는 저자의 조언들이 실제로 부모들이 어떻게 실천해 나가고 그 후에 부모와 자녀 간의 시차 극복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가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은 아쉽다. 그러나 자녀의 일과를 관리해 주는 것이 자녀의 행복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부모, 더 나아가 그들의 친구와 공부 방법, 심지어 꿈까지 정해주는 부모들은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 찢어진다는 말처럼 부모의 시계를 쫓아가던 십 대 아이들의 가랑이가 찢어진 건 오래 전이고, 너덜너덜해진 채 학교며 학원을 떠돌고 있다. 저자는 "비만, 탈모 등으로 대한민국 십대들의 몸이 병든 지는 이미 오래 전이다. 10만여 명이 우울증으로 괴로워하고 있고 그 중 절반 정도가 자살 충동을 겪는 등 정서적으로 매우 위험하다"며 "내 아이가 행복해지길 바라며 했던 일들이 오히려 불행하게 만들고 있다"고 경고의 메시지를 던진다. 대한민국 십 대 아이들의 미래에 적신호가 켜지기 전에 부모들은 자신들이 끼고 있던 시계를 잠시 벗어두자.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 1기 대학통신원입니다.



10대들의 시계는 엄마의 시계보다 느리다

손동우 지음, 움직이는서재(2015)


태그:#자녀 교육서, #10대, #부모, #시차,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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