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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장이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법원은 자정이 가까운 시간 구속 결정을 내렸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중구청의 쌍용차 해고노동자 임시 분향소 철거 작업을 방해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 등)로 김 지부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었다.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장이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법원은 자정이 가까운 시간 구속 결정을 내렸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중구청의 쌍용차 해고노동자 임시 분향소 철거 작업을 방해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 등)로 김 지부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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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우 전국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장(52)이 12일 구속되자 그와 동고동락했던 동료들이 SNS 등을 통해 안타까움을 토로하고 있다.

문기주 쌍용차 지부 정비지회장은 김 지부장을 "미안하네, 친구"라 부르며 "대한문 걱정 너무 많이 하지 말고 41일간 단식하면서 떨어진 체력을 구치소 안에서 조금이라도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시게나"고 위로했다. 문 지회장은 쌍용차 평택 공장 앞 송전탑에서 116일간 고공농성을 하다 건강악화로 중단한 바 있다.

쌍용차 해고노동자 고동민씨는 구속 이후 담배를 피우지 못할 김 지부장을 걱정하며 "얼마 전 내가 기침이 심해 골골했을 때 정우형은 걱정이 되어 담배를 같이 끊자고 이야기했다"며 "하지만 그건 낄낄대며 그냥 한 소리였는데. 형은 진짜 담배를 끊어야 하나보다, 담배를 끊는 게 이렇게 슬퍼야하나"고 한탄했다.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도 "(김 지부장은)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라 쌍용차 정리해고라는 심각한 인권침해를 풀어야 할 당사자이며 인권옹호자"라며 "그가 돌아가야 할 곳은 공장이다, 석방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정우 지부장은 지난 10일, 서울 중구청의 덕수궁 대한문 앞 분향소 철거 작업에 항의하다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연행됐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2일 김 지부장의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이창근 쌍용차지부 기획실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사안의 중대성으로 보면 (대통령선거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구속되는 게 마땅한데도 불구하고 이 정권은 노동자만 때려잡고 있다"며 "김 지부장의 구속은 정의의 여신인 디케의 칼이 노동자 가슴에 꽂혔고, 천칭저울이 깨졌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아래는 문기주 쌍용차 정비지회장과 고동민 쌍용차 해고노동자, 김덕진 천주교 인권위원회 사무국장,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들이다.

쌍용차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서울 덕수궁 대한문앞 합동분향소 임시천막을 지난 10일 오전 서울 중구청(구청장 최창식) 직원 50여명이 강제철거했다. 이 과정에서 김정우 지부장, 문기주 정비지회장 등 6명이 경찰에 강제연행되었다. 기자회견에 사용하려는 '소형 앰프'를 경찰이 강제로 뺏어가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노동자들이 머물던 자리에는 마시던 물통만 남아 있다.
▲ 물통만 남은 자리... 쌍용차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서울 덕수궁 대한문앞 합동분향소 임시천막을 지난 10일 오전 서울 중구청(구청장 최창식) 직원 50여명이 강제철거했다. 이 과정에서 김정우 지부장, 문기주 정비지회장 등 6명이 경찰에 강제연행되었다. 기자회견에 사용하려는 '소형 앰프'를 경찰이 강제로 뺏어가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노동자들이 머물던 자리에는 마시던 물통만 남아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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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기주 쌍용차 정비지회장]
"오늘 친구가 내 곁을 떠나 구속되었다. 슬프다. 근데 왜 눈물이 나오지 않는 것인가? 우리가 만난 게 아마 87년이었지. 그 후로 지금까지 26년이 넘게 한 직장에서 근무를 해왔고 90년도에 잠시 한 6개월 떨어져 생활한 것 빼면 꼬박 25년을 같이 한솥밥을 먹어온 그런 친구다.

88년 처음 공돌이에서 노동자로 키워낸 친구다. 노동의 의미와 가치가 무엇인지 알려주고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함께 노동조합을 만들고 투쟁을 해 왔던 그런 친구다.

처음 노동운동을 알려 줄 때 그의 아내에게 원망도 많이 들었었다. 하지만 노동자의 삶이 무엇인지 알아가던 친구는 나보다도 더 열심히 노동자의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했고. 쌍용자동차에 들어와서 지금까지 나보다 더 노동조합 활동을 열심히 하던 그런 친구였다. 그런 친구가 오늘 구속되었다.

09년 내가 구속 되었을 때보다 더 슬프다. 친구야! 자네가 없어서 하는 말인데. 88년 내가 자네에게 노동자의 삶이 무엇인지를 알려주지 않았더라면 오늘과 같은 일이 없었을 것인데. 미안타! 하지만 자네도 내 맘을 알거고…아니 원망을 할 수도 있겠군.

하지만 친구야! 우리 노동자의 삶이 그리 녹녹하지 않다는 것을 자네도 많이 느꼈을 거야. 언젠간 이런 일이 올 거라는 것을 자네도 알고 있었고 내가 먼저 그 경험을 하였지 않은가.

좀 쉬시게! 자네가 쉬고 있는 동안 우리가 국정조사 실시와 해고자 원직복직을 반듯이 만들어 내도록 하겠네. 아마 쉽지는 않을 것 같긴 하지만 최선을 다 하겠네. 미안하네. 친구야! 대한문 걱정 너무 많이 하지 말고 41일간 단식 하면서 떨어진 체력을 구치소 안에서 조금이라도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 하시게나.

면회 자주 못 가도 원망하지 마시게. 자네가 보기 싫어 안 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자주 못 가는 것이라 이해하시게... 친구야! 지켜주지 못해 미안타!"

[고동민 쌍용차 해고노동자]
"41일을 곡기를 끊고 녹색병원에 누워있던 정우형에게 내가 내민건 담배 한갑이었다. 41일 동안 나를 포함한 주위에 성화로 담배 한개피 편히 피지 못한걸 알기에 미친척하고 선물한 것이다. 얼마 전 내가 기침이 심해 골골했을때 정우형은 걱정이 되어 담배를 같이 끊자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건 낄낄대며 그냥 한 소리였는데. 형은 진짜 담배를 끊어야 하나보다. 담배를 끊는 게 이렇게 슬퍼야하나."

[김덕진 천주교 인권위원회 사무국장]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김정우 지부장. 그가 다시 구속되어 철장 안에 갇혔다. 막걸리 한 사발에 노래 한 자락이면 행복한 사람, 무뚝뚝한 척 하지만 넓고 깊게 사랑할 줄 아는 큰형님, 기름때 투박한 손이 자랑스러운 천상 노동자. 스물네명 피붙이들의 억울한 주검을 가슴에 묻은 채, 하늘을 지붕 삼고 길바닥을 이불삼아 몇번의 계절을 보내면서도 그 멋진 미소를 잃지 않았던 동지.

들어간 김에 푹 쉬시라는 말은 서러워서 못하겠다. 우리가 당신 대신 더 잘 싸우겠다는 말은 부끄러워서 못하겠다. 다 잘 될 것이니 아무 걱정마라는 말은 자신 없어 못하겠다.

뭐가 이리 쉽게 목이 메이는지, 뭐가 이리 금세 눈물이 나는지. 일제치하 식민지 국민들이 이런 심정이었을까? 미군부대 음식찌꺼기로 꿀꿀이죽 끓여 먹을 때 이런 마음이 들었을까? 저마다 자신이 처한 상황이 가장 힘들고 아프겠지만, 억울하고 부당하게 일터와 삶터에서 쫓겨나 탄압받는 이들의 서러움과 눈물이 구름이 되고 비가 되어 온 세상을 덮는 날이 올까 두렵기만 하다. 그래도 살아야지, 그래도 어깨 걸어야지, 그래도 웃으며 가야지."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
"김정우 지부장의 천진난만한 웃음~~~

지난 6월 7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쌍용차 해고자 자동차를 만들다 H-20000 프로젝트' 에 공개된 동영상입니다. 자동차를 만드는 과정을 비롯해 프로젝트의 전 과정을 담았습니다.
이 영상에서 김정우 지부장의 모습을 찾아보세요. 동료 노동자들과 자동차를 만드는 순전한 노동자의 웃음, 그는 해고노동자들의 맏형이자 24명 돌아가신 분들의 맞상주입니다.

그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되었습니다. 그가 있을 곳은 동료 해고자와 함께 하는 대한문이어야 합니다. 그가 돌아가야 할 곳은 공장입니다. 그는 석방되어야 합니다.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라 쌍용차 정리해고라는 심각한 인권침해를 풀어야 할 당사자이며 인권옹호자입니다. 그에 자유를! 집회시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경찰과 검찰, 그리고 이를 용인하는 법원에 저주를!"


태그:#김정우 지부장 구속, #문기주 정비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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