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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등 언론과 인터뷰 및 자료제공 등을 이유로 지난 3월 해고당한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직원인 정승기씨가 회사 정문 앞에서 부당해고 찰회를 요구하는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오마이뉴스> 등 언론과 인터뷰 및 자료제공 등을 이유로 지난 3월 해고당한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직원인 정승기씨가 회사 정문 앞에서 부당해고 찰회를 요구하는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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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돌연사 논란을 빚었던 한국타이어가 회사 내 작업환경 등을 지적해 온 내부 직원을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해고해 보복성 징계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 <로스앤젤레스타임스>도 정씨가 회사에 대한 비판을 이유로 해고된 내용을 보도됐다.   

한국타이어 등에 따르면 한국타이어인사운영위원회는 지난 3월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물류센터에서 근무하던 정승기(48)씨에 대해 회사에 대한 명예훼손 및 근무태도불량 등을 이유로 면직처분했다.

사측은 해고 이유와 관련 "회사의 정책 및 인사를 허위사실에 근거하여 비방하는 유인물을 배포해 회사의 신뢰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행위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씨는 의도적으로 연간 20회 이상의 외출과 조퇴 등을 사용하는 등 불성실한 근무태도 등으로 인해 지난 2008년부터 6회 연속 최하등급인 E등급의 근무평정을 받았다"며 "더 이상 회사와의 근로관계를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신뢰를 훼손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정씨는 "회사 내 잘못된 작업환경 및 조직문화를 지적한 데 따른 보복성 징계"라며 반발하고 있다. 정씨는 "직원 집단사망사건과 관련 언론 인터뷰 등을 이유로 대전공장 출입금지 및 강제전보 조치에 이어 해고를 당했다"며 "한국타이어 노동자들의 생명과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에 귀 기울여 달라"고 호소했다. 정씨는 한국타이어대전공장 정문 앞에서 연일 1인 시위를 벌이며 해고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등 언론사에 허위 사실 제공? 정씨 "보복성 징계"

<오마이뉴스>가 2009년 12월 입수해 보도한 기사 자료화면. 사진은 한국타이어 대전물류센터 책임자가 정승기씨의 근무평정을 위해 작성한 '근무일지' 일부다. 이 자료에는 동료 직원들과 평소에 나눈 대화 내용까지 그대로 담겨 있어 직원에 대한 일상적 감시 및 보고 의혹을 사고 있지만 한국타이어는 정 씨에 대한 해고사유 중 하나로 이를 문제 삼았다.
 <오마이뉴스>가 2009년 12월 입수해 보도한 기사 자료화면. 사진은 한국타이어 대전물류센터 책임자가 정승기씨의 근무평정을 위해 작성한 '근무일지' 일부다. 이 자료에는 동료 직원들과 평소에 나눈 대화 내용까지 그대로 담겨 있어 직원에 대한 일상적 감시 및 보고 의혹을 사고 있지만 한국타이어는 정 씨에 대한 해고사유 중 하나로 이를 문제 삼았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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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사측은 징계사유서를 통해 "2009년 12월경 회사의 기밀서류를 무단으로 확보해 <오마이뉴스>에 전달, '회사가 정씨를 불법적으로 감시한다'는 허위의 내용을 담은 기사를 게재하게 했다"고 밝혔다.

징계사유서에는 또 "2009년 3월, KBS <추적 60분>팀에 왜곡된 사실을 악의적으로 제공하고, 같은 해 4월에는 대전MBC <시사플러스>팀에 '회사가 직원들을 감시하기 위해 CCTV를 설치했다'는 취지의 하위 사실 등을 전달해 근로계약상 성실의무를 의도적으로 위반했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하지만 당시 <오마이뉴스>가 보도한 내용은 정씨에 대한 해당부서 책임자가 작성한 근무일지(근무평정) 문건을 토대로 한 것으로, 여기에는 정씨가 대리점 직원 및 동료 직원들과 나눈 대화 요지와 그에 대한 평가가 담겨 있다. 따라서 이 문건은 한국타이어 사측이 직원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이를 보고하게 하는 체계를 갖췄음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아래 관련기사 참조)

이에 대해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정씨가 허위 사실을 담은 유인물을 배포하고 악의적으로 언론과 인터뷰를 했음은 물론 집안일을 이유로 조퇴승인을 받은 후 산재노동자 추모식에 참여하는 등 허위로 근태 관계서를 제출, 회사를 기망했다"고 말했다. 

<LA 타임스> "한국 근로자 사망률, 미국의 두 배· 일본의 4배" 

지난 3월 31일 자로 정승기씨 해고 기사를 보도하고 있는 < LA 타임스 > 관련 기사
 지난 3월 31일 자로 정승기씨 해고 기사를 보도하고 있는 < LA 타임스 > 관련 기사
ⓒ < LA 타임스 >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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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미국에서 발행되는 <LA 타임즈>는 지난달 31일 국제면 기사를 통해 정씨가 회사에 대한 비판을 이유로 해고된 내용을 보도됐다. <LA 타임즈>는 "정씨는 (그동안) 회사가 작업환경의 위험을 알면서도 무시하고 있다고 폭로하고 사망자들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많은 전문가들은 한국의 빠른 경제 성장은 근로현장의 안전감소라는 큰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말한다"며 "(한국의) 근로자 1만 명당 1.1명의 사망률은 미국 0.48명의 두 배이며 일본의 4배"라고 지적했다. 또 "한국은 OECD 30개 회원국 중 근로자가 년간 2000시간 이상을 근무하는 유일한 나라이고 이는 미국 근로자평균보다 3분의 1만큼 많은 시간"이라고 덧붙였다.

<LA 타임스> 인터넷 기사에는 "정씨의 인생에 평화가 오길 기원한다. 어둠속에 빛을 비추는 것은 세상의 불의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다음번 내 차의 타이어를 갈게 되면 한국타이어는 절대 사지 않겠다", "신께서 당신의 용기와 대담함을 크게 상을 주길 기원한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한편, 한국타이어공대위는 28일 오후 7시, 한국타이어대전공장 앞에서 '한국타이어 산재희생노동자 추모제'를 열 계획이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과 금산공장, 중앙연구소 등에서는 지난 1996년부터 2007년까지 모두 93명이 사망했다. 이는 연평균 7.75명으로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는 56명(퇴직 후 25명), 교통사고 등 24명, 자살 6명(퇴직 후 2명) 등이다. 한국타이어에서는 2008년에도 전 현직 노동자 4명이 질병으로 사망했고 지난해에는 2명이 사망해 돌연사 악몽을 우려하게 하고 있다.

[전문] <LA 타임스> 기사 번역본

지난 3월 31일 자로 정승기씨 해고 기사를 보도하고 있는 < LA 타임스 > 관련 기사
 지난 3월 31일 자로 정승기씨 해고 기사를 보도하고 있는 < LA 타임스 > 관련 기사
ⓒ < LA 타임스 >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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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기씨는 이곳 한국타이어 공장 작업환경에 위험한 어떤 것이 있음을 알고 있다고 말한다. 한 동료가 2004년 산업재해사건으로 사망한 후 정씨가 검은 리본을 나눠주자 회사관리자는 그를 불러 해명을 요구했다.

정씨에게 전해진 메시지는 분명했다. 이곳은 바쁜 공장이지 추모하는 곳이 아니라고.

"회사의 분위기는 이해가 되지 않았고 무언가가 잘못되었다."

정씨는 공장의 안전 기록을 감시하기로 하였고 문제가 있는 흐름을 발견했다. 16개월여 동안 공장 근로자 13명이 심장질환 및 암을 포함한 질병들로 사망하였고, 그는 이것이 작업장소와 연관이 있다고 믿게 되었다. 그는 동료들의 장례식을 줄줄이 참여하면서 가족들로부터 병원기록을 수집했다. 이에 공감한 동료 직원들도 그를 도와 회사의 기밀 안전 자료를 수집했다.

2006년 정씨는 회사에 대한 양심선언을 통해 회사의 관리직들이  610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3개 공장과 연구소 작업환경의 위험을 알면서도 무시하고 있다고 알렸다. 그의 폭로는 정부의 조사로 이어졌고 1996년과 2007사이 5명의 사망사건이 공장의 환경내지는 경직된 회사의 문화와 관련이 있다고 결론지었다.

작년 5명의 한국타이어 관리자들이 작업관련 사망사건을 막지 못한데 대해 유죄를 선고 받았다.  판사는 선고이유를 설명하면서 "피고의 잘못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2명의 관리자가 선고유예를 받았으며 5명 모두 벌금형을 받았다. 한국타이어 관리자들은 판결에 항소했다.

조영진 한국타이어 홍보담당자는 "우리 종업원들의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이며 직장의 안전을 보장하지 않은데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은 한국타이어가 이명박 대통령과의 관계를 통한 특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당시 한국 타이어 관리자 중 대통령의 사위가 있고 그의 아들 또한 인턴으로 근무 중이었다.

공중 보건 전문가는 이 사건이 한국의 직장 내 위험을 조명하고 있다고 말한다. 여러 연구들은 한국인들은 선진국들 중 가장 긴 근로시간에 직면해 있으며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률도 일본 미국 독일 영국 등 다른 선진국보다 훨씬 높은 상황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의 폭로이후 그는 강등되었고 회사의 관리자들은 회사 정문에 정씨의 피켓시위나 전단배포를 금하는 사인을 내걸었다.

그러나 그는 계속해서 한국타이어가 사망자들에 대해 책임을 지고 있지 않다고 주장하는 시위를 벌였다. 그는 이번 달 회사에 대한 비판을 이유로 해고되었다고 말했다.
"나는 진실을 말했다는 이유로 축출 당했다" 고 그는 말한다

많은 전문가들은 한국의 빠른 경제 성장은 근로현장의 안전감소라는 큰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말한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KOSHA)은 2009년도 연구에서 2007년도산업재해로 인한 국내 사망률이 어떤 다른 선진국들보다 상당히 높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근로자 10000명당 1.1명의 사망률은 미국 0.48명의 두 배이며 일본의 4배이다.

한국은 OECD 30개 회원국 중 근로자가 년 간 2000시간 이상을 근무하는 유일한 나라이고 이는 미국 근로자평균보다 1/3만큼 많은 시간이다. 2004년이 돼서야 주 6일 근무를 법률로 폐지했다. 산업재해사건들이 흔한 뉴스가 되어가고 있다. 2년 전에는 냉동창고폭발로 인한 유독가스로 40명의 근로자가 사망한 사건도 있다.

백도명 서울대학교 공중보건전문가는 "일반적으로 국가경쟁력이 높을수록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률은 낮아진다. 그러나 한국은 예외적이다. 기업들이 종업원의 건강을 관리하는데 소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씨의 폭로이후 KOSHA는 1996년부터 2007년사이 사망한 90명의 한국타이어 근로자 중 14명을 재조사했고 이중 5명에게는 작업환경적 요소들이 작용했음을 발견하였다.

심혈관 관련 사망자 3인과  암으로 사망한 2인은 24시간 근무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일부 경우 요구되어지는 불규칙하거나 장시간의 근무가 원인이었으며 열악한 공장의 환기시설 또한 언급되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공장내 104도까지 육박하곤 하는 고온에 장시간 노출되는 것으로 인해 근로자들의 기본적인 건강상태가 나빠졌을 것이라 말했다.

조사를 지휘했던 김은아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임원은 "우리는 직원의 건강이 아닌 제품의 생산에만 초점이 맞추어진  회사의 경직된 문화를 발견했다. 그들은 대기업이며 법률적 시스템을 넘어 근로자의 건강에 책임을 져야한다" 고 말했다

한국타이어의 임원들은 그들이 작업환경을 개선하는데 3000만 달러를 지출하고 있으며 Ford사와 General Motors사와 같은 고객 자동차회사들로부터 온 조사자들이 엄격한 안전점검을 위해 공장을 방문한다고 말했다. 그들은 사원의 사망률이 국가전체 비율보다 낮고 업계최저라고 말했다. 또한 건강문제를 진단받은 근로자들을 다른 곳으로 배치하려했으나 일부근로자들은 현재의 일에 만족하여 이동을 꺼렸다고 말했다. 한국타이어는 공장의 의료전문가들의 수를 늘려왔지만 "우리가 직원들이 심장질환약을 복용하는 것까진 확인할 수는 없다" 고 홍보관 조씨가 말했다.

정씨는 확실한 한 가지를 알고 있다. 아무도 그가 한국타이어의 상황을 알릴 것에 대해 그를 영웅이라 부르지는 않을 것이다는 것을.

한국에서는 양심선언 또는 내부고발자가 공공의 선을 보호하는 것보다는 고용주에 대한 배반행위와 결부되는 부정적인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16년간 이 회사에서 근무한 정씨는 자신의 직장 안전을 해치는 일을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한국타이어의 상황은 국가적 뉴스가 되었다. 정씨는 말한다. 비록 그의 이름을 결코 드러낸 적은 없으나 그는 결국 밝혀지고 말았다고. 정씨는 징계가 신속히 이뤄졌다고 전했다. 그는 공장 작업장에서 중요성이 떨어지는 업무로 배정되었고 관리자에게 배척당했다. 그러나 많은 근로자들이 그를 지지해 주었다고 한다. 결국 회사는 그 사안에 대해 더 이상 말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몇몇 가족들에게 합의금을 제공했다.

그러나 2001년 남편이 사망한 오명숙씨 등 다른 이들은 무시되고 있다. 어느 날 저녁 남편이 소파에서 오씨의 무릎을 베고 있다가 호흡곤란을 일으켰다. 도움을 요청했으나 이후 원인을 알지 못한 채 사망했다. 회사의 조의금 10000달러와 장례비 5000달러 외에 아무것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나는 남편을 잃었지만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50세의 공공근로자인 그녀는 울면서 말했다. "나는 저 거대한 회사 문을 무너뜨릴 수 없다. 그들은 너무 강한 상대이다"

비록 정씨의 미래는 불투명한 상태이지만 자신의 행동에 후회는 없다고 한다.

"나는 다시 하라면 백번이고 다시 할 수 있다."


태그:#한국타이어, #집단 돌연사, #부당해고, #정승기, #대전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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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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