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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가 직원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이를 보고하게 하는 체계를 갖췄음을 뒷받침하는 내부 문건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한국타이어는 이명박 대통령의 사위인 조현범씨가 부사장을 맡고 있는 이른바 'MB 사돈 기업'이다.

 

최근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한국타이어 물류센터 정승기씨(47)에 대해 해당부서 책임자가 작성한 근무일지(근무평정) 문건에는 정 씨와 관련 근무 도중 대리점 직원 및 동료 직원들과 나눈 대화 요지가 정리돼 있다. 정씨는 기존 노조에 문제 의식을 가지고, 민주노조설립을 준비하고 있는 인물이다.

 

일례로 지난 10월 타이어를 차에 싣는 과정에서 한 직원이 오른쪽 무릎 연골이 파열되는 산재를 당한 것과 관련, 문건에는 사건 개요와 함께 정씨와 동료직원이 나눈 대화 요지와 그에 대한 평가가 담겨 있다.

 

"사건 다음날 아침 정승기씨가 산재처리를 강력하게 요청함. (산재를 당한 직원은) 산재처리 완료 후 "정승기가 있기 때문에 산재처리가 가능했다"고 과시함. 산재처리 확정 후 (산재를 당한) OOO은 정씨가 '술 한잔 사야 하지 않느냐' 말하자 흔쾌히 '당연하지요. 시간 내 주세요'라고 말함. 산재를 당한 OOO의 우측 발은 평소 문제가 약간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음."

 

근무일지에는 이밖에도 2008년 5월 15일 첫 면담 내용과 대리점 직원과 나눈 대화 요지 등이 정리돼 있다. 또 "작업 분위기 훼손(물류센터 본업에 대한 일보다는 회사에 대한 불평불만 일색)", "작업 이외의 시간마다 동료직원에게 회사에 대한 부정적인 언행 일관" 등으로 기재해 놓았다.      

 

한국타이어가 작성한 '부적응 사원 대응방안'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부적응 사원으로 특정인을 지목하면서 그 사례로 사측을 상대로 한 부당전보 구제 신청 및 선대본부 발족 등을 예로 들고 있기 때문이다.   

 

"부적응 사원=자본민주주의 절대 부정하는 구성 원자"

 

 

한국타이어는 '부적응 사원 대응방안' 제목의 내부 문건을 통해 '부적응 사원'의 문제점으로 '조직생활의 목적이 근본적으로 다른 구성 원자'이고 '자본민주주의를 절대 부정하는 구성원자'라고 규정했다.

 

한국타이어는 이어 '부적응 사원'의 대표적 사례로 정씨를 지목했다. 구체적 사례로는 08년 5월 전보발령과 관련 부당전보에 대한 구제신청, OOO씨 폭행 혐의로 고소, 산재발생 익일 산재처리 요청, 선대본부 발족(2010년 복수노조대비 세력 확장 몰두, 잦은 조퇴 신청) 등을 들었다.   

 

이 문건은 부적응 사원에 대한 해결방안과 관련, '2010년 복수노조 허용에 대응해 포스코와 같은 기업멘토링 제도를 도입해 실시해야 한다'고 적고 있다.

 

그러면서도 또 다른 문건에서는 정씨의 '가사'를 이유로 한 연월차의 실제 사용이유로 '3월 이전은 공장방문, 3월 이후는 공장방문 및 선대본 발족식에 따른 준비 등으로' 분석하고 "앞으로 선대본 발족에 따른, 근무에 불성실한 형태를 중심으로 증빙 서류화하여 제출할 수 있도록 내부적으로 (자료를) 수집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정씨는 "근무일지에 나와 있는 문건을 작성한 책임자는 대화 당시 현장에 있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며 "이는 사측이 나뿐만 아니라 비판 세력을 감시하고 고립화하기 위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이를 보고 받는 현실이 드러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부당전보에 항의하고 노동자 권익을 위한 규정에 따른 활동을 한 것에 대해 '부적응 사원'으로 규정하고, 정당한 연월차 사용에 대해서까지 자료 수집 계획을 밝힌 것은 사측의 전근대적인 사원관리 행태를 보여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승기씨 "일거수일투족 감시·보고 드러난 일" - 사측 "이게 뭐가 문제냐"

 

 

한국타이어 측은 이 중 '부적응 사원 대응방안' 문건에 대해서는 이미 작성 사실을 시인한 바 있다. 하지만 조직적응도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문제 될 것이 전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측은 지난 10월 정씨가 진행 중인 부당전보명령무효확인 소송과정에서 '부적응 사원 대응방안' 문건을 문제 삼자 준비서면을 통한 답변에서 "(해당 내부문건 내용은) 동료 근로자들과 잦은 충돌을 야기하는 직원에 대하여 멘토링 제도 등을 활용해 조직적응도를 높이고 자 한 회사의 방침"이라며 "이게 무엇이 문제라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정씨가 회사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표적 삼아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다고 주장하나 근거 없는 비방일 뿐"이라며 "오히려 회사 내부문건을 무단으로 촬영해 입수한 정씨의 행위는 회사 내부 규정에 위반되는 것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와는 별도로 한국타이어는 지난 2007년에도 질병 등으로 사망한 직원 가족들을 뒷조사한 내용이 담긴 내부 문건(사망자별 가계도)을 작성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한편 정씨는 지난해 사측이 자신을 대전공장에서 대전물류센터로 발령하고 대전공장 접근금지 처분을 내리자 '부당전보'라며 노동위원회에 제소해 지방노동위와 중앙노동위에서 모두 승소했다. 하지만 회사 측은 노동위원회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고, 1심에서 정씨가 패소, 2심 계류 중이다.

 

한국타이어 법인은 노동자들의 잇단 돌연사 등과 관련, 법원으로부터 산업재해 발생 사실 등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혐의(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으로 지난 8월 벌금 1000만 원 형을, 한국타이어 관련 책임자 8명도 각각 징역형(집행유예) 및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검찰이 작성한 한국타이어 범죄일람표에 따르면 이들 8명이 몇 년 동안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한 건수만 545건에 이른다.


태그:#한국타이어, #내부문건, #감시보고 , #부적응사원, #돌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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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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