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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가면 어떻게 합니까, 우리 국민들은 어떻게 해요. 우리는 이제 다 고아예요, 서민마음 감싸주던 국민의 아버지를 잃었습니다."

 

25일 오후 대전시청 북문 앞에 차려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를 찾은 박완순(63)씨가 울음을 터트렸다.

 

엉엉 소리 내어 울던 박씨는 "남아 있는 국민들의 고통은 생각지도 않고 그렇게 혼자만 가시면 좋으냐"고 투정을 부리기도 하고, "얼마나 괴롭혔으면 그런 모진마음을 먹었단 말이냐"고 정권과 검찰을 향한 분노를 나타내기도 했다.

 

박 씨는 "원통하고 원통해요, 불쌍해서 어쩌면 좋으냐"면서 "불면증으로 잠도 못 주무셨다는데, 차라리 이제는 편안히 쉴 수 있어 좋으시겠다"고 체념의 말을 내뱉기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사흘째를 맞아 대전과 충남에 마련된 고인의 분향소를 찾는 조문객들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대전시는 시청 북문 앞과 서대전시민공원에 공식 분향소를 마련했다. 또한 충남도는 도청 대강당과 천안시청 중회의실에 분향소를 마련하고 조문객을 맞고 있다.

 

이날 자치단체가 마련한 공식 분향소에는 박성효 대전시장과 이완구 충남도지사, 시도의원, 각 정당 시도당 위원장, 시민사회단체 대표 등이 차례로 찾아와 헌화했다.

 

일반시민들도 줄지어 분향소를 찾고 있다. 대전시청의 경우, 10여 명씩 한꺼번에 조문을 하고 있지만 밀려드는 시민들로 한참을 기다려야 조문을 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문을 마친 시민들은 노란색 리본에 고인에게 보내는 짧은 글을 담아 길가 나무에 걸어 놓고 있다. 서대전시민공원의 경우, 공원을 둘러싸고 있는 메타세콰이어 나무에 두 줄로 길게 늘어선 노란색 리본과 풍선의 물결이 100여 미터 가까이 이르고 있다.

 

시민들은 리본에 "나라의 우산을 잃었습니다", "당신은 영원히 나의 캡틴입니다", "당신을 알고 지낸 지난날이 정말 행복했습니다"는 등의 메시지를 남겼고, 지나는 시민들은 이러한 메시지를 하나하나 읽어보며 함께 애도의 뜻을 표하고 있다.

 

또한 일부 자원봉사자들과 시민들은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보낸 조화를 돌려보내고, 대전시의회에서 보낸 화환을 부수기도 했으며,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분노를 여과 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이름을 밝히기 꺼린 한 60대 할머니는 "지들은 많이 해 처먹고서 어떻게 그깟 몇 푼 가지고 그럴 수 있느냐"라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일부 시민들은 시청에서 마련한 공식 분향소가 너무 초라하다고 항의하기도 했다. 한 시민은 "지금 고아가 죽은 것이냐, 왜 길거리에다가 분향소를 차리느냐,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온다"고 말했고, 또 다른 시민도 "차라리 국민장이라고 말이나 하지 말지, 무슨 국민장을 길거리에서 노제로 지내느냐"고 분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시청 관계자는 "분향소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민주당대전시당과 상의해, 좀 더 많은 시민들이 찾을 수 있는 길거리로 정한 것"이라며 "분향소가 조촐한 것도, 노 대통령이 소박한 것을 좋아한 것을 감안해 마련한 것이다, 결코 전 대통령에 대한 예우가 소홀한 게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러한 시민들의 항의를 접한 한 자원봉사자는 "노 전 대통령의 평소 뜻을 따라 소박하게 하려는 주최 측의 뜻이나, 전직 대통령을 너무 초라하게 예우하는 것 같아 분해하는 마음이나 모두 같은 마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태그:#노무현, #노무현 전 대통령서거, #대전시청, #서대전시민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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