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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교하도서관에서는 쉽게 인터넷을 이용할 수 없어, 똑딱이 카메라에 저장된 사진과 동영상을 빼내 편집하고는 바로 나왔습니다. 해가 서서히 저물기 시작했지만 날이 밝아 다시 중앙공원에 들러 땀을 식히고 우리밀 건빵으로 간단한 요기를 하고 나니 어느새 땅거미가 지고 어둠이 깔렸습니다.

그리고 거리는 가로등과 정신없이 내달리는 차량들의 노란 불빛으로 가득 찼고, 인근 상가와 아파트에서도 요란한 불빛들이 쏟아져나왔습니다.

가급적 야간 주행은 하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자전거 여행 첫날밤을 보낼 오두산 통일전망대까지는 한두 시간 더 가야 했습니다. 그래서 넋 놓고 앉아 있을 수만은 없어 작은 손전등을 배낭에서 꺼내 들고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 다시 자전거에 올라섰습니다.

교하 중앙공원
 교하 중앙공원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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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길 주행은 길 찾기가 힘들어...

역시 밤길 주행은 어려웠습니다. 무엇보다 길 찾기가 낮보다 몇 백배 어려웠습니다. 길눈·밤눈이 어두운 편은 아닌데 교하지구내 중앙공원에서 오두산 통일전망대까지 가장 짧은 거리의 길을 이어주는 송촌교를 찾는데 한번 길을 빙돌아야 했습니다.

곡릉천을 건너기 위해 송촌교를 이용했다.
 곡릉천을 건너기 위해 송촌교를 이용했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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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공원에서 나와 교하읍과 파주시내로 이어지는 56번 국도를 탔다가 송촌리로 들어가는 길을 찾는데 애 좀 먹었습니다. 가로등과 손전등 불빛에 의지해 지도를 살펴가면서 어두컴컴한 산길을 헤쳐 나가야 했습니다.

다행히 한강과 자유로를 대낮처럼 불밝힌 투광등과 철조망을 찾아냈고, 거기서부터 송촌교를 지나 통일동산까지는 편안한 길이었습니다. 차량 운행이 없는 한적한 곳이라서 맘껏 밤바람을 맞으며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밤마을 나온 아버지와 아이들도 만날 수 있었고, 쫄쫄이(자전거 의류)까지 챙겨입은 이들이 전조등을 밝히며 지나온 산길로 빗겨가기도 했습니다.

tip. 자전거로 중장거리 여행이나 야간 주행을 하시는 분들께서는 자전거용 전조등이나 후미등을 자전거에 부착하시거나 구비해 놓으시는게 좋습니다. 이번에 뼈저리게 실감했습니다.

자전거 후미등을 준비했어야 했는데...^-^::
 자전거 후미등을 준비했어야 했는데...^-^::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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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컴컴한 산길을 달려 나오니 자유로와 마주했다.
 어두컴컴한 산길을 달려 나오니 자유로와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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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광등 불빛
 투광등 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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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를 따라 줄지어 선 투광등이 낯선이의 접근을 경계하고 있었다.
 자유로를 따라 줄지어 선 투광등이 낯선이의 접근을 경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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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에 투광등 불빛이 반사되고 있다.
 한강에 투광등 불빛이 반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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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촌교를 건너면 통일동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는다.
 송촌교를 건너면 통일동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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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릉천 건너 오두산 통일전망대에 도착...

자유로를 따라 줄지어선 투광등 불빛을 불나방처럼 쫓아 나아가다보니, 어느새 송촌교에 다다랐습니다. 송촌교 아래로는 곡릉천이 소리없이 흐르고 있었는데 밤이라서 그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없었지만, 철조망 덕분에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아 그런지 주변에 습지가 잘 발달되어 있는 것은 선명히 눈에 들어왔습니다.

다음 기회에 곡릉천을 둘러보자는 생각을 뒤로하고 다시 페달을 밟아 오두산 통일전망대로 향했습니다. 송촌교에서 통일동산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습니다. 통일동산 주변을 휘감이 도는 4차선 도로를 따라 올라가니 지도에 나와있는 자동차 전용극장이 나왔고, 그 반대편에 오두산 통일전망대 정문이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주말이라 그런지 자동차 전용극장에서는 영화가 한창 상영중에 있었습니다.

드디어 오두산 통일전망대에 도착했다.
 드디어 오두산 통일전망대에 도착했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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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여행 첫날밤을 지샐 곳만 찾으면 되었습니다. 오두산 통일전망대에는 문이 잠겨 들어갈 수 없었고, 전망대 주변의 통일동산에서 잠을 청해야 했습니다. 한적한 도로를 빙빙 돌면서 잠자리를 찾다 보니 밤늦게까지 가족들과 연인들과 함께 공원에서 한적한 도로에서 토요일 밤을 즐기는 이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러다 눈에 띄는 곳이 있었습니다. 알고보니 축구국가대표팀 트레이닝 센터라는 푯말이 붙어 있더군요. TV에서 간혹 큰 경기를 앞두고 축구국가대표선수들이 연습하는 모습을 비춰주는 곳이 바로 여기였습니다.

파주 축구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
 파주 축구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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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주족 덕분에 자다깨다 자다깨다...

여행 첫날밤과 안성맞춤인 장소였지만 트레이닝 센터에서 밤을 지샐 수는 없었습니다.
다시 통일동산 주변을 둘러보다 인조잔디 축구장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출입이 가능한 곳이었고 축구장 한편에는 천막까지 쳐져 있었습니다. 긴 의자들도 여러 개 있었고 천막 문도 닫을 수 있어 그 안에서 첫날밤을 보냈습니다. 짊어지고 온 깔개를 긴 의자 두개를 붙인 위에다 깔고 침낭을 덮고 잠을 청했는데, 잠이 잘 오지 않았습니다. 새벽 늦게까지 통일동산 주변도로를 내달리는 질주하는 차량과 오토바이 덕분이었습니다.

통일동산 주변에 모텔이 잔뜩있었지만, 갈 형편도 안되고 이번 여행의 컨셉 중 하나가 바로 노숙이다.
 통일동산 주변에 모텔이 잔뜩있었지만, 갈 형편도 안되고 이번 여행의 컨셉 중 하나가 바로 노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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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축구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 옆 인조잔디 축구장에서 첫날밤을 보냈다.
 파주 축구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 옆 인조잔디 축구장에서 첫날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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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둘째날, 새벽 깨우는 힘찬 닭 울음소리에 길을 나서다!

결국 자다깨다를 반복하다가 새벽 4시 30분경 일어났습니다. 자전거 여행의 둘째날이 시작된 것입니다. 잠을 제대로 자지는 못했지만, 그리 춥지도 않았고(더웠습니다...) 몸상태도 그리 나쁘지 않았습니다.

암튼 재빨리 잠자리를 정리하고 배낭을 꾸려 오두산 통일전망대 휴게소 화장실에서 씻고 나와 여행 둘째날의 기착지인 파주시 문산읍, 임진각관광지로 향했습니다. 오두산 통일전망대 휴게소 앞에서, 참 오랜만에 새벽을 깨우는 힘찬 닭 울음소리를 듣고는 신나게 페달을 밟아 나아갔습니다.

자전거 여행 둘째날이 시작되었다.
 자전거 여행 둘째날이 시작되었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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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를 정리하고 오두산 통일전망대 휴게소를 찾아가던 길에서..
 잠자리를 정리하고 오두산 통일전망대 휴게소를 찾아가던 길에서..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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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길에는 풀벌레 소리만 요란했다.
 새벽 길에는 풀벌레 소리만 요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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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한가운데 서봤다. 왜 이 길을 나섰는지 잠시 생각에 잠겨보기도..
 길 한가운데 서봤다. 왜 이 길을 나섰는지 잠시 생각에 잠겨보기도..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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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자전거여행, #첫날밤, #노숙,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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