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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탄강은 상류에서 콸콸거리며 흐르는 급류 소리가 마치 폭포 소리처럼 시원하게 들리는 136Km의 긴 강입니다. 북한의 강원도 평강군 장암산에서 발원하여 철원평야에 젖줄을 대면서 흘러 종점인 임진강까지 흐르는 우리의 소중한 강입니다.

 

한탄강은 경기도 철원, 포천, 연천 등에서 만날 수 있으며 이번에 제가 찾아간 한탄강은 강의 하류 쪽으로 경원선 기차역 전곡역이 있는 경기도 연천군 전곡읍이라는 동네에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전곡읍은 6·25 전쟁 때 격전지이기도 했다는데 한탄강변에선 아직도 군부대와 사역을 나온 군인들을 드문드문 만날 수 있습니다.

 

한탄강에는 서울의 한강처럼 매끈하게 만들어놓은 산책길이나 자전거길은 없습니다. 임도라고 불리는 차가 한 대 지나갈 정도의 작은 길이 나있지요. 그나마도 비포장길이 나타나곤 해서 자전거를 타고 찾아간 저는 애마와 나란히 걷기도 합니다. 

 

다행히 낮은 언덕길 외에 오르막길은 거의 없으니 자전거나 도보여행에도 좋을 것 같은 강변 임도길입니다. 게다가 깨끗하고 물소리 시원한 한탄강과 더불어 주변의 소박하고 아름다운 자연경치까지 같이 할 수 있는 길이지요.  

 

1호선 전철을 타고 종점인 소요산역에 내려 잔차(자전거의 별칭)에 올라타고 전곡읍을 향해 북쪽으로 달립니다(소요산역에서 경원선 기차로 갈아 타고 전곡역에 내려도 됩니다).

전곡읍을 향해 가는 3번 국도는 다행히도 오르막이 심하지 않고 갓길이 넓어 뒤에서 추월해 오는 차량에 신경을 안 써도 되니 자전거 여행이 한결 편하네요.

 

국도를 달리다 옆에 작은 지방도로가 보여 길을 바꾸어 가보았더니 경원선 기차길과 나란히 달리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가을 햇살에 빠알간 고추를 말리고 토실토실한 밤이 달린 밤나무들이 풍성한 작은 동네들 사이로 지나가다 보니 달리는 속도는 좀 느려졌지만 국도보다 훨씬 좋은 코스네요.

 

드디어 전곡읍에 들어서면 고탄교라는 한탄강 위로 지나는 작은 다리가 있습니다. 다리를 다 건너가면 오른쪽에 한탄강 임도로 빠지는 차길이 나오지요. 강가에서 낚시를 하거나 캠핑을 즐기려는 사람들을 실은 차들이 드문드문 진입합니다.

 

한탄강 임도길은 정말 한탄강 바로 옆에서 강과 함께 흐르는 듯이 나있는 길입니다. 강가나 강 한가운데까지 들어가 낚시를 하는 사람들, 저녁 찬거리를 찾는 백로들, 나무에 앉아 노래를 부르는 매미들의 합창소리가 시끄럽지만 한탄강은 참 조용히 묵묵히 흐르네요.

 

한참을 달리다 보니 임도길은 점점 좁아지더니 이젠 차로도 가기 힘든 작은 길이 됩니다. 그래도 자전거는 예외여서 여유로이 가다 서다 하며 한탄강변을 실컷 감상했습니다. 한강처럼 개발된 강가가 아닌지라 매점 같은 것도 없고 간간히 보이는 작은 식당 외엔 시끌벅적한 가든이나 횟집도 없습니다. 하지만 한탄강의 건강한 생태를 위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가다가다 시간상, 체력상 이제 그만 가자하며 강물 흐르는 소리가 경쾌한 강가에 섰습니다. 신기하게도 바다의 모래 같은 보들보들한 모래가 펼쳐져 있어서 오늘 수고한 발에 모래찜질도 해주고 강가의 자갈에 지압도 해주니 피로도 풀리고 기분이 좋아집니다. 맑고 건강한 강에는 이렇게 부드러운 모래가 많다는걸 알게 되었습니다.

 

넓고 시원하게 흐르는 한탄강을 바라보며 실컷 달리거나 걷고 싶은 임도길을 오는 가을날에 한 번 가보길 바랍니다.

 

 


태그:#한탄강, #전곡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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