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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이야기하는 즐거운 그림책입니다.
▲ 겉그림 자전거를 이야기하는 즐거운 그림책입니다.
ⓒ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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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이름 : 자전거포 아저씨 라울 따뷔랭
- 글ㆍ그림 : 장 자끄 상뻬
- 옮긴이 : 최영선
- 펴낸곳 : 열린책들(1998.7.25.)
- 책값 : 6500원

 (1) 자전거를 타요?

엊그제 서울 나들이를 하며 하룻밤을 묵은 집에서, '서울 시내 자전거도로 안내 지도'를 보았습니다. '자전거길'을 알려주는 서울 시내 길그림인데, 자전거길이 '끊어지지 않고' 죽 이어진 데는 한강 한 곳뿐입니다. 다른 데에서는 자전거길이 얼마쯤 있다가도 툭툭 끊어집니다.

'자전거길 길그림'을 보면서 생각합니다. 이어지지 않고 '끊임없이 끊어지는' 자전거길을 그려 놓은 이 길그림은 누구한테 쓸모가 있을까 하고. 자전거길이 끊임없이 끊어지고 있는데 어떻게 걱정없이 즐겁게 자전거를 타고다니라는 말을 할 수 있겠느냐고.

.. 영 가시지 않는 침울함을 달래려고 따뷔랭은 자전거를 탈 줄 모른다는 단순한 사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때때로 입이 근질근질한 것을 참아 가며 그 일을 성공적으로 비밀에 붙여 왔다는 사실이 가져온 이로운 점들을 열거해 보았다. 그러나 이 방법은 효과가 없었다 ..  (91쪽)

여러 해 앞서부터 요즈음까지, 해마다 '자전거 문화를 북돋운다'는 정책이 쏟아집니다. 새로운 자전거길을 닦는다며 수십 억에서 수백 억에 이르는 돈을 들인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지자체마다 '우리 지자체가 자전거길을 몇 km나 늘렸는가'하는 이야기를 자랑삼아서 내놓습니다. 그런데, 자전거로 학교나 일터를 오가는 사람들 숫자는 좀처럼 늘어나지 않습니다.

값나가고 잘나가는 자전거를 장만하는 분들 숫자가 늘어납니다. 해마다 부쩍부쩍 늘어납니다. 나라밖 좋은 자전거를 수입대행 하는 분도 늘고, 몸소 나라밖에서 자전거를 사들이는 사람도 늡니다. 그러나, 자전거로 학교와 일터를 오가는 사람들 숫자 또한 그다지 안 늘어납니다.

인천에서 나고 자라며, 서울로 가서 열 해 가까이 살면서, 충주로 가서 네 해쯤 살면서, 다시 인천으로 돌아와 내처 지내면서, 봄 여름 가을 겨울에 걸쳐 어떤 사람이 어떤 자전거를 타고다니는가를 살펴봅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철 동안 고루 자전거를 타는 분은 늘 탑니다. 비가 와도 타고 눈이 와도 탑니다. 추워도 타고 더워도 탑니다. 그렇지만, 자전거를 안 타는 분은 비가 와도 안 타고 눈이 와도 안 탑니다. 따뜻해도 안 타고 시원해도 안 탑니다. 다만, 운동을 삼아서 타는 분이 있습니다. 취미를 삼아서 산을 타는 사람이 있습니다.

.. 봄이 되자 <프랑스의 어느 작은 마을>이라는 겸손한 제목을 단 예의 사진집과 병원에 있던 따뷔랭이 동시에 나왔다. 한 번 골절을 당해 본 팔다리가 더욱 튼튼해지듯이 따뷔랭과 피구뉴의 우정도 더욱 돈독해졌다. 그러나, 그것은 겉모습일 뿐이었다. 무의식과 오만, 영웅심리가 밑바탕에 깔린 이 영광으로 인해 기술자 양반은 영 거북했기 때문이다 ..  (80쪽)

수원 시내 자전거길이 이렇습니다. 길바닥에 페인트로 찍 하고 금을 긋고 자전거그림 박아 놓고... 이러면서 무슨 자전거 문화요, 자전거전용도로라고 명함을 들이밀 수 있겠습니까.
▲ 자전거길 1 수원 시내 자전거길이 이렇습니다. 길바닥에 페인트로 찍 하고 금을 긋고 자전거그림 박아 놓고... 이러면서 무슨 자전거 문화요, 자전거전용도로라고 명함을 들이밀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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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충주로, 또 충주에서 서울로 자전거를 타고다니는 동안 밉살맞은 자동차꾼을 꾸준히 만났습니다. 교통사고를 일으키고 뺑소니를 하는 자동차꾼도 서너 차례 만났습니다. 이리하여 제 어깨와 팔꿈치는 여느 때에도 삐걱거리는 반편이가 되었습니다.

1998년 9월 어느 날 새벽에는, 신문배달을 마치고 가벼워진 짐자전거를 몰며 신나게 집으로 돌아가는데 뒤쪽에서 자동차 한 대가 저를 와락 들이받아서 하늘에서 빙글빙글 두 바퀴를 돌다가 아스팔트 길바닥에 쿵 찧기도 했습니다.

자전거는 짜부라졌고 제 오른손목은 평생불구가 되었습니다(그래도 머리를 오른손으로 감싸서 손목만 깨졌으니 죽다가 살아난 셈입니다). 그러나 저를 친 자동차꾼은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했습니다.

한 달 내내 아픈 손목을 부여잡고 눈물을 흘리며 신문을 돌리니 아픔이 좀 가라앉더군요. 망가진 자전거는 신문사 지국장님이 여러 시간에 걸쳐 겨우 고쳐 주었습니다.

돌이켜보면, 뺑소니 사고를 겪을 때마다 '그러니까 자전거를 타지 말아야 한다고!' 하는 이야기를 하는 분이 있습니다. '저런 죽일 놈들이 다 있나? 그래, 못 잡았어?' 하고 화를 내 주는 분이 있습니다. '그래도 안 죽고 살았으니 다행이다' 하고 토닥여 주는 분이 있습니다.

둘레를 살피면, 자전거를 오래오래 타는 분들치고 크고 작은 사고를 안 겪어 본 분이 없습니다. 자기가 잘못해서 다치는 사고도 있으나, 자동차가 친 사고가 제법 많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나라 교통법은 '힘없는 걷는이와 자전거꾼을 지키는 쪽'으로 고쳐지거나 나아지지 않습니다.

우리 나라 교통 얼거리는 오로지 자동차가 막히지 않고 빨리빨리 오갈 수 있는 데에만 맞춰져 있을 뿐입니다. 버스만 다니는 길은 생기지만, 자전거만 다니는 길은 생기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걸어다녀야 하는 길을 반으로 뚝 잘라서 '여기에서 자전거와 사람이 함께 다니라'고 할 뿐입니다.

수원 시내 자전거길. 갑자기 뚝 끊기며 버스정류장과 만납니다.
▲ 자전거길 2 수원 시내 자전거길. 갑자기 뚝 끊기며 버스정류장과 만납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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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거님길(인도)을 뚝 잘라서 마련한 자전거길에는 턱이 많습니다. 깨진 길이 많습니다. 가게에서 내놓은 선간판이 있고 버스정류장이 있으며 구청이나 시청 따위에서 마련해 둔 모래상자나 염화나트륨통이나 배전반이나 가로등이나 전봇대나 교통표지판 기둥이나 거리나무나…… 자전거가 아늑하게 달릴 수 없도록 걸림돌을 잔뜩 올려놓고 있습니다.

.. "자 이제 달려 봐요!" 그러자 따뷔랭이 말했다. "어디를요?" 그리고 그는 꺼벙하게 웃기 시작했다. 막다른 골목에 이른 심정으로 그는 이렇게까지 말했다. "나, 자전거 탈 줄 몰라요!" 점점 더 화가 난 피구뉴는 그에게 소리쳤다. "그 농담 되게 웃기네요! 그러나저러나 뭘 걱정하고 그래요? 간호사와 결혼까지 한 양반이!" ..  (70쪽)

인천으로 돌아와 자리를 잡으면서 시내 구석구석을 자전거로 돌아다녀 보기도 합니다. 가까운 부천이나 서울까지 자전거로 오가기도 했습니다. 이러는 동안 찻길 형편을 헤아리니, 길마다 무단주차를 해 놓은 자동차가 가득가득입니다.

하염없이 서 있는 차를 단속하거나 치우도록 하는 교통경찰은 구경을 못합니다. 함부로 세워 놓은 차가 없는 길을 달리든, 함부로 세워 놓은 차 때문에 왼쪽으로 빙글 돌아서 가야 하든, 뒤따르는 다른 자동차들은 신나게 빵빵빵 울려댑니다. 때로는 자전거 쪽으로 큰 덩치를 밀어붙이며 윽박지르기도 합니다.

인천에서 소래 거쳐 오이도 가는 길에서. 여기에는 "사람이 걷는 길"이 아예 없습니다. 그냥 "자전거전용도로"라고 길바닥에 새겨 놓았습니다. 그러면, 여기에서는 걷는이는 어찌해야 할까요?
▲ 자전거길 3 인천에서 소래 거쳐 오이도 가는 길에서. 여기에는 "사람이 걷는 길"이 아예 없습니다. 그냥 "자전거전용도로"라고 길바닥에 새겨 놓았습니다. 그러면, 여기에서는 걷는이는 어찌해야 할까요?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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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자동차 100대가 자전거 옆으로 지나가면 이 가운데 10대쯤 이렇습니다. 다른 90대는 얌전히 지나가 주거나 널리 마음을 기울여 줍니다. 그런데 바로 그 10대 때문에 자전거로 다니기 아슬아슬하며, 목숨이 간당간당하기도 합니다.

자동차들이 자전거를 앞질러 씽하고 지나간다 한들, 도심지에서는 얼마 못 가서 신호에 걸리거나 밀려 있는 차에 막혀서 '저(자전거)'하고 다시 만납니다. 그러면 저는 막힌 자동차 사이로 느긋하게 앞질러 가고, 자전거한테 신나게 빵빵이를 먹인 자동차가 다시 자전거 옆으로 다가올 때 또 윽박질을 하다가 차에 막히고…….

.. 요즈음처럼 자동차들로 빽빽하지 않았던 골목이나 한길에서 따뷔랭은 시험의 종류를 늘려 갔지만, 그 불굴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끝내 자전거 위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법을 터득하지는 못했다 ..  (29쪽)

이마부터 눈을 거쳐 입술로 흐르는 땀을 후후 불어 떨구어 내면서 속으로 생각합니다. '저 딱한 자동차꾼, 지가 나를 윽박지르고 앞질러 간다고 해 보아야 몇 초나 더 빨리 간다고, 몇 초 더 빨리 가 보았자 지 앞은 꽉 막힌 자동차뿐인데.' 그래도 자동차를 모는 분들로서는 그 몇 초 더 빨리 달릴 수 있기 때문에 당신 삶이 더욱 살찌거나 아름답게 되거나 잘 살 수 있게 되나요.

인천에서 소래를 지나 오이도 가는 길목에 있는 자전거전용도로입니다. 이런 길은 자전거 지나갈 때에도 아슬아슬하지만, 걷기에도 몹시 나쁩니다.
▲ 자전거길 4 인천에서 소래를 지나 오이도 가는 길목에 있는 자전거전용도로입니다. 이런 길은 자전거 지나갈 때에도 아슬아슬하지만, 걷기에도 몹시 나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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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몸으로 타는 자전거

요사이는 오래도록 자전거를 쉽니다. 지난날 여러 차례 뺑소니 사고를 입으며 다쳤던 왼어깨와 오른팔꿈치와 왼무릎까지 몹시 쑤시고 저려서 그렇습니다. 자전거를 안 타고 날마다 틈틈이 주물러 주고 몸풀이를 하고 있으나 영 나아질 낌새가 없습니다. 그래서 그냥 아프면 아픈 대로 자전거를 탈까 싶기도 한데, 자전거에 몸을 실은 지 십 분이 지나면 이를 앙다물게 되고 눈에서는 눈물이 찔끔찔끔 흐릅니다. 어깨와 팔꿈치와 무릎이 너무 아파서.

아픈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와 오른어깨에 자전거를 메고 계단을 터덜터덜 밟고 올라와서 도서관 귀퉁이 한쪽에 자전거를 세워 놓습니다. 히유 한숨을 쉽니다. 어떡하나. 어떡하긴. 어쩌겠나. 또다른 내 몸뚱이로 여긴 자전거이지만, 지금으로서는 내 몸뚱이처럼 함께하기 어려우니 떠나보내야지.

그래도 모두 떠나보낼 수는 없어서 석 대를 남기고 두 대는 아는 분한테 '제 몸이 나으면 돌려받을게요' 하는 말과 함께 빌려 드립니다. 남은 석 대 가운데 한 대는 부속이 다 닳고 낡아서 못 타게 되었기에 바퀴 바람을 살짝 뺀 채 장식품처럼 세워 둡니다. 옆지기와 함께 탈 일을 생각해서 두 대만 집에 남겨 놓습니다.

.. 포르똥 영감님은 마음을 낚시 쪽으로 완전히 굳히고 가게의 경영권을 라울 따뷔랭에게 넘겨 버렸다. 따뷔랭은 잘 다린 푸른 작업복이 좋았고, 훌륭한 간호사이자 집에서는 좋은 아내인 마들렌이 준비해 주는 도시락이 좋았다. 마들렌은 남편이 걸어서 출근하는 것을 자기를 사랑하는 증거로 여겼다. (그녀는 자동차 교통량 증가로 인해 자전거가 당하는 사고가 증가한다는 사실에 말할 수 없이 불안해 하던 터였다.) ..  (49쪽)

자전거를 못 타게 되니 자전거 모임에 얼굴 디밀기 힘들어집니다. 그래도 자전거를 아끼거나 즐겨타는 사람들은 마음이 넉넉하고 좋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면서, 바깥모임이 있으면 술이라도 한 잔 함께 하고픈 마음입니다. 자전거 타는 사람이 자동차를 몰면 무턱대고 쓩쓩쓩 달리지 않고 좀더 느긋하게 차를 몰면서 자전거꾼한테 눈길 한 번 따숩게 보낼 수 있으리라 믿는 마음입니다.

골목길을 차로 몰 때에도 걷는이가 아슬아슬하지 않도록 살펴볼 줄 알겠지 하고 믿는 마음입니다. 아는 분들 자동차를 얻어타게 되면, 일부러 자전거 이야기를 꺼냅니다. 멀리 나다니지 않으신다면 접을 수 있으면서 값도 눅은 자전거 한 대를 마련해서 짐칸에 싣고 다니시면 더 좋다고, 일터나 학교까지 자전거로만 다니기 수월하지 않으면 자동차나 대중교통으로 어느 만큼 움직인 뒤, 자전거르 마무리를 지어도 좋다고 말씀을 드립니다.

때로는 아침에 좀 더 일찍 일어나서 느긋하게 자전거로 일터나 학교로 가노라면, 그동안 오가던 길에서 미처 못 보았던 여러 가지 모습을 보실 수 있고 느끼실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날이 풀려 따땃한 봄이 되면, 싱그러운 바람에 꽃내음을 느껴 보시라고, 잠깐 다리를 멈추고 길가 풀섶에 앉아서 풀기운과 흙기운을 맛보시라고, 그러면 일하면서 새 힘이 솟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문을 걸어 봅니다.

.. 왜냐하면, 따뷔랭은 자신의 실패의 비밀을 밝혀내 보려는 희망을 가지고 자전거의 모든 부분들을 방법론적으로, 줄기차게 연구했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사람들은 그에게 수리를 맡기기 시작했다 ..  (34쪽)

길을 넓게 깔아 놓으면 뭐 하나요. 주차장으로 만들어 버리는데. 게다가, 곳곳에는 두 겹으로 차를 세워 놓기도 합니다. 그리고 어떠한 단속도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이렇게 차를 함부로 세워 놓도록 하지 말고, 이 자리를 "자전거전용도로"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전거전용도로로 삼을 길은 넘치고 넘쳤습니다.
▲ 주차장? 길을 넓게 깔아 놓으면 뭐 하나요. 주차장으로 만들어 버리는데. 게다가, 곳곳에는 두 겹으로 차를 세워 놓기도 합니다. 그리고 어떠한 단속도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이렇게 차를 함부로 세워 놓도록 하지 말고, 이 자리를 "자전거전용도로"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전거전용도로로 삼을 길은 넘치고 넘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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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를 몰자면, 차를 새 것으로든 헌 것으로든 사야 합니다. 보험을 들어야 합니다. 기름값이 나갑니다. 따지고 보면, 자동차를 몰기보다 날마다 택시만 타고 다녀도 외려 찻삯이 남을 수 있습니다. 자전거를 굳이 좋은 녀석으로 장만해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만, 지금 바로 자동차와 '잘 가렴, 다음에는 보지 말자!' 하고 헤어진다면, 석 달치 '굳는 자동차 유지삯'으로 대단히 훌륭한 자전거를 한두 대 장만할 수 있어요. 차값으로 들였던 돈은 사회에 내놓거나 시민단체에 기부를 하거나 지역도서관에 책을 사줄 수 있을 테지요.

편도 30킬로미터 안쪽이라면, 자전거로 오가는 시간과 자동차로 오가는 시간은 그다지 벌어지지 않아요. 게다가 몸은 한결 튼튼해지지요, 찻삯이 어마어마하게 굳지요, 몸이 튼튼해지니 밥도 잘 먹고 똥도 잘 누고 얼굴에 핏기가 돌지요. 봄이면 봄을 여름이면 여름을 가을이면 가을을 겨울이면 겨울을 느끼니, 살아 있는 목숨붙이라는 느낌을 짙게 받을 수 있어요. 비기운을 눈기운을 구름기운을 바람기운을 느끼며 날마다 다른 느낌에 세상을 더 널리 껴안기도 하고요.

몸으로 타는 자전거이니, 우리 몸에 좋은 여러 가지가 돌아옵니다. 마음으로 타는 자전거라면, 우리 마음에 좋은 여러 가지가 깃듭니다. 돈을 생각하며 타는 자전거라고 해도, 우리 살림을 아끼고 여밀 수 있으니, 이런 생각이더라도 반갑습니다.

(3) <자전거포 아저씨 라울 따뷔랭>이라는 책

그림과 글이 어우러진 책 <자전거포 아저씨 라울 따뷔랭>을 덮습니다. 여러 번 읽고 난 뒤에도 책상맡에 고이 꽂아두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책상맡에서 끄집어내 '자전거 갈래' 책꽂이로 옮겨놓을 참입니다. 자리를 옮기기 앞서 한 번 더 죽 읽어 봅니다.

.. 사람들이 웃기는 사람들을 정말 피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호젓한 어스레함이 주는 무게를 갑자기 깨 버릴까 두려워하기라도 하듯 사람들은 이 웃기는 사람들로부터 약간의 거리를 둔다. 자신에게도 가슴이 있으며 이 가슴에는 영혼이 살아 있다는 것, 그리고 이 영혼은 때로는 남과 함께 나누고픈 비밀들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을 내놓고 말하고 싶어지는, 낭만이 과하게 들린 사람들이 자주 당하는 유혹을 따뷔랭도 느끼곤 했다 ..  (39쪽)

지난 설날, 가래떡 뽑은 다음 가래떡을 한 가득 싣고 날라 준 제 자전거. 저는 자전거 뒤에 짐수레를 붙이고 다닙니다.
▲ 제 자전거 지난 설날, 가래떡 뽑은 다음 가래떡을 한 가득 싣고 날라 준 제 자전거. 저는 자전거 뒤에 짐수레를 붙이고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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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책 <자전거포 아저씨 라울 따뷔랭>에 나오는 자전거집 아저씨 '라울 따뷔랭'은 자전거를 못 타는 분입니다. 온 힘을 다해 자전거를 타 보려고 애를 썼지만, 끝내 자전거를 못 타는 분입니다. 마지막에는 자전거를 다 뜯으며 연구를 했으나 그예 자전거를 못 타고 만 분입니다. 그러나, 자전거를 깊이깊이 살피고 공부를 하는 동안 '자전거 수리 박사'가 되었습니다. 자전거는 못 타는 신세이지만, 누구보다도 자전거를 잘 알고 자전거를 사랑하고 자전거를 아끼고 자전거와 함께 살아가는 몸이 되었습니다.

글쓰는 재주가 없으나 출판사에서 책 만드는 일을 훌륭히 하는 분이 있습니다. 책 지식은 없으나 새책방이나 헌책방에서 좋은 책을 아낌없이 알아보고 두루두루 사고파는 분이 있습니다. 그림 그리고 사진 찍는 재주는 없어도 늘 그림과 사진을 곁에 두며 즐기는 분이 있습니다. 학교를 다니지 못하셨어도 아이들을 훌륭히 가르치고 이끈 어버이가 있습니다.

성서를 100만 번 읽었다고 하여 하느님 사랑을 고루 받을 수 있지는 않아요. 배워서 얻은 앎(지식)이 바다처럼 넓지만 남들한테 두루 베풀지 못하는 사람이 있어요. 그동안 벌어들인 돈이 어마어마하지만 이웃하고 오순도순 나누지 못하는 사람이 있어요. 누구보다 세고 큰 힘(권력)을 누리지만 사랑스럽고 애틋하게 펼치지 못하는 사람이 있어요.

우리 나라를 쥐고 흔드는 무기(펜, 신문, 방송, 인터넷 따위)를 가지고 있으나 더 즐겁고 아름답고 살갑고 푸진 이야기를 담아내지 못하는 사람이 있어요. 자전거집 아저씨 '라울 따뷔랭' 씨는 자전거를 탈 줄 몰라도 '자전거 타는 모든 이를 아끼고 사랑하며 돌보는' 일을 자기 보람으로 여기며 웃으면서 살아가고 있는데.

저잣거리에 자동차가 못 들어오게 하려고 자전거로 막아 놓은 모습. 이런 저잣거리에는 두 다리로 좀 와 주면 고맙겠습니다. 인천 중앙시장에서.
▲ 자동차 막는 자전거 저잣거리에 자동차가 못 들어오게 하려고 자전거로 막아 놓은 모습. 이런 저잣거리에는 두 다리로 좀 와 주면 고맙겠습니다. 인천 중앙시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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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인터넷방 <함께살기 http://hbooks.cyworld.com> 나들이를 하시면 여러 가지 책 + 헌책방 + 우리 말 이야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 제가 몸이 안 좋아져서 자전거를 못 타지만, 인천/부천/수원에서 자전거를 즐기는 사람들 모임인 <작은자전거 http://cafe.naver.com/inbusu> 바깥모임에는 틈틈이 어울리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라울 따뷔랭 - 작은책

장자끄 상뻬 지음,최영선 옮김, 열린책들(1998)


태그:#자전거, #책읽기, #장 자끄 상뻬, #자전거포 아저씨 라울 따뷔랭,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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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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