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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우는 낙타 몰이를 직접 하는 바인무랏. 이미 환갑을 넘긴 나이지만 여전히 낙타와 말은 그가 직접 살피고 키운다.
 키우는 낙타 몰이를 직접 하는 바인무랏. 이미 환갑을 넘긴 나이지만 여전히 낙타와 말은 그가 직접 살피고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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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인무랏 가족은 300마리의 양을 키운다. 양 한 마리의 가격은 400위안. 바인무랏 집안은 알타이에서도 중산층에 드는 유목민이다.
 바인무랏 가족은 300마리의 양을 키운다. 양 한 마리의 가격은 400위안. 바인무랏 집안은 알타이에서도 중산층에 드는 유목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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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나스의 명성이 중국 각지에 퍼지면서 지난 2, 3년 사이에 외부의 관광객들이 몰리고 있지요. 저는 더 많은 관광객들이 카나스를 찾도록 해, 더 큰 사업 기회를 얻고 재부를 쌓고 싶습니다." (다 스타인·25, 카자흐족)

"대학에 꼭 진학해서 선진 문화와 중국어를 제대로 배워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서 일하고 싶어요. 제 고향인 카나스 사람들과 동포인 투와(圖瓦)인들보다 나은 삶과 생활을 누렸으면 해요." (랑케·여·19, 몽골인)

"대지에서 유목을 하며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것은 카자흐민족의 전통적인 생활방식이지요. 내 두 아들과 자라나는 세 손자 모두 저처럼 조상 대대로 살아온 유목 생활을 이어서 살아갔으면 합니다." (바인무랏·62, 카자흐족)

"우룸치(烏魯木齊) 같은 대도시 생활보다 초원의 유목 생활이 훨씬 즐겁습니다. (대도시는) 사람 살기 편리하다고 하지만 공기도 탁하고 생활의 여유가 없어 제가 보기에는 사람 살 곳이 못 되어요. 저는 영원히 유목을 하면서 살렵니다." (니카친·20, 카자흐족)

신장위구르(新疆維吾爾)자치구 알타이(阿勒泰)지구 부얼진(布爾津)현 카나스(喀納斯)진. 아름다운 호수와 울창한 산림을 지닌 카나스진은 금세기 들어 '중국의 스위스'라 불리며 해마다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북적댄다.

카나스의 지명은 '협곡 중의 호수'라는 몽골어에서 유래했다. 카나스는 해발 1374m, 남북 24㎞, 수심 188.5m에 달하는 중국 최대의 고산 호수이다. 푸른 옥과 같은 물빛, 호수 주변을 품고 있는 설산, 푸름을 한껏 뽐내는 울창한 산림…. 카나스는 사시사철 아름다운 자연풍광을 찾는 이들에게 선보인다.

중국에서 유일한 남시베리아계 자연환경을 품고 있는 카나스는 798종에 달하는 식물과 39종의 동물, 117종의 새, 7종의 어류, 300여종의 곤충류가 서식하는 생명의 보고이기도 하다. 춥고 사나운 바람이 몰아치는 고산 지대이지만 풍요로운 자연을 담고 있는 카나스는 오래 전부터 유목민족인 카자흐(哈薩克)족과 몽골족의 방계인 투와인이 터를 잡고 살아온 땅이다.

현재 중국 내에는 55개 소수민족이 있고 신장자치구에만 12개의 민족이 어울려 살고 있다. 이미 정착민족화한 위구르인들과 달리 카자흐족과 몽골족은 유목민족의 전통과 풍습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은 유목민들을 도시로 강제 이주케 하려는 중국정부의 정책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예부터 내려오는 생활방식을 버리지 않고 있다.

울창한 산림과 빛깔이 다른 호수의 아름다운 조화. 카나스 풍경구는 '중국의 스위스'라 찬미되면서 수많은 관광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울창한 산림과 빛깔이 다른 호수의 아름다운 조화. 카나스 풍경구는 '중국의 스위스'라 찬미되면서 수많은 관광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 모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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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1600m의 카잔춈쿠르 초원에 유목 생활을 하는 카자흐족들. 그들에게 유목은 조상 대대로 내려져 오는 생활방식이자 삶 그 자체이다.
 해발 1600m의 카잔춈쿠르 초원에 유목 생활을 하는 카자흐족들. 그들에게 유목은 조상 대대로 내려져 오는 생활방식이자 삶 그 자체이다.
ⓒ 모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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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스위스'에서 살아가는 유목민 카자흐족

카나스진은 신장에서도 최북단에 자리 잡고 있다. 카나스가 속한 알타이지구는 1개 시와 6개 현으로 구성되는데, 북동아시아에서 중앙아시아에 걸쳐 있는 알타이산맥의 중국 쪽 입구다.

알타이지구는 2005년 현재 전체면적 11.8만㎢, 총인구 62만3천명인 땅은 넓고 인구밀도는 극히 낮은 지역이다. 알타이는 전형적인 대륙성 한대기후의 고산지대로, 몽골·러시아·카자흐스탄 등 3개국과 국경이 맞닿아 있어 군사적으로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이기도 하다.

알타이지구는 위구르인과 한족이 절대 다수인 다른 신장자치구 지역과 달리 카자흐족이 31만 명으로 인구 비율에서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카자흐족은 겉모양새는 몽골인과 유사하고 언어는 투르크계의 카자흐어를 쓰고 있다.

오래 전 중앙아시아 스텝지역에서 살던 카자흐족은 투르크족의 한 계열로, 실크로드 무역 거래를 하던 상인들에게 두려움의 존재였다. 카자흐 사람들은 작은 눈에 광대뼈가 나오고 키가 작지만 바람을 가르는듯한 뛰어난 기마술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은 용맹함으로 상인들을 노략질했기 때문.

카자흐족은 겨울에는 전체 부족이 한 곳에 집합하여 정주 생활을 하지만 봄부터 가을까지는 가족과 친척끼리 이동하면서 유목생활을 해왔다. 중앙아시아를 무대로 양과 소를 주로 키우면서 평화롭게 살던 카자흐족은 20세기 러시아혁명과 스탈린 통치 기간에는 극심한 박해를 당하여 카자흐스탄·러시아·중국·몽골 등 여러 나라로 흩어졌다.

갖은 정치적 격변과 주변 강대 민족들의 박해를 받았지만 카자흐족은 여전히 자신만의 언어와 문화, 풍습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16세기경부터 받아들인 이슬람교가 카자흐 사람들이 전통적인 문화와 가치를 지키는 데 큰 몫을 차지했다. 또한 조상 대대로 내려온 유목생활은 카자흐족의 민족 정체성을 유지토록 한 중요한 요소였다.

유목민족은 목축을 생업으로 하여 풀과 물을 따라 옮겨 다니며 사는 민족을 가리킨다. 본래 유목민족들은 중앙아시아, 페르시아, 아라비아, 몽골 등지의 건조·사막지대에 넓게 분포해 살아왔다. 한때 스키타이왕국, 돌궐왕국, 몽골제국 등과 같은 대제국을 형성하기도 한 유목민들은 오늘날 유목민족으로서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다.

중국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소수민족 가운데 유목생활을 유지하는 민족은 몽골인, 티베트인, 카자흐족, 키르기스족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내몽골자치구를 중심으로 중국 북부지방에 거주하는 몽골인은 급속한 사막화와 그에 따른 황사 현상으로 거주지에서 유목생활을 점점 금지당하고 있다. 이와 달리 알타이산맥, 톈산(天山)산맥의 울창한 산림과 드넓은 고산초원은 신장자치구의 유목민족에게 여전히 유목생활을 가능케 했다.

카자흐족의 주식은 양고기와 빵인 난, 우유, 초원에서 난 야채이다. 어릴 때부터 유목생활을 하고 동물과 함께 살아온 카자흐족에게 양 잡기는 종교의식을 치르는 듯 경건했다.
 카자흐족의 주식은 양고기와 빵인 난, 우유, 초원에서 난 야채이다. 어릴 때부터 유목생활을 하고 동물과 함께 살아온 카자흐족에게 양 잡기는 종교의식을 치르는 듯 경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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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나스의 특산물 중 하나인 잣. 산림에서 그대로 따온 잣은 독특한 잣 고르기를 거쳐 카자흐족 사람들이 직접 먹거나 시장에 팔려져 나간다.
 카나스의 특산물 중 하나인 잣. 산림에서 그대로 따온 잣은 독특한 잣 고르기를 거쳐 카자흐족 사람들이 직접 먹거나 시장에 팔려져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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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한 도시생활보다 전통적인 유목생활이 행복한 사람들

지난 9월 중순 기자가 찾은 카나스진 북부 카자흐스탄과 접경지역인 카잔춈쿠르 초원에서도 유목 중인 카자흐족이 생활하고 있었다. 알타이산맥의 카자흐족들은 5, 6월부터 9, 10월까지 중국정부의 허가 아래 목초지를 찾아 유목생활에 나선다.

겨울 주거지에서 살림살이를 꾸려 낙타에 짐을 실은 카자흐 사람들은 보통 모든 가족이 친척, 이웃과 함께 무리를 지어 다닌다. 키우는 양과 소, 말을 충분히 먹일 수 있는 목초지를 찾으면 카자흐족은 2시간 동안 자신들이 묶을 '유르트'라고 불리는 둥근 천막집을 짓는다. 몽골인의 '파오'와 유사한 유르트는 겉보기에는 허름한 천막 같지만 안은 따뜻하여 고산의 추위를 완벽히 막아준다.

부인과 아들 둘, 며느리 둘, 손자 셋 등 3대가 유목 생활을 하는 바인무랏은 "유목생활은 카자흐족의 일상생활"이라고 말했다. 부얼진에 있는 겨울 주거지를 떠나 가족과 함께 카나스 주변 초원을 옮겨 다닌 그는 알타이에서도 중산층에 속한다.

바인무랏은 "현재 낙타 6마리, 말 15마리, 소 30마리, 양 200마리를 키우는데 한 해 수입은 5만 위안(한화 약 600만원) 정도 된다"고 말했다. 그는 "초원 위에서 가족들과 함께 말, 소, 양을 키우면서 지내는 유목생활은 그 무엇보다 즐겁고 행복하다"면서 "옛날에는 유목생활이 힘든 점도 있었지만 지금은 이동식 발전기에 전화, TV까지 있어 겨울 주거지의 생활보다 훨씬 더 편하다"고 전했다.

친구들과 함께 양몰이를 하던 니카친은 "고등학교 졸업 후 우룸치에 나가 직장을 구하고 일을 해보았지만 전혀 행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니카친은 큰아버지인 바인무랏 가족이 묶는 유르트에서 50여m 떨어진 곳에 부모, 동생과 함께 유목을 하고 있었다.

니카친은 "어릴 때는 도시 생활에 대한 동경이 있었지만 막상 우룸치에서 생활해 보니 공기도 탁하고 하고픈 일자리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아 살기가 편치 못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초원의 유목 생활은 무엇보다 여유가 있고 즐거움이 넘친다"면서 "다시는 고향을 떠나지 않을 생각"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카잔춈쿠르 초원에서 만난 카자흐족들과 달리 카나스 풍경구에서 가이드를 하는 다 스타인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15살 때부터 가이드를 하면서 운전기사와 마부로도 악착같이 일한 그는 "유목 생활보다는 관광업을 해야 더 많은 돈을 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 스타인은 "나 또한 여느 카자흐족처럼 전통적인 삶과 생활방식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면서도 "오직 초원 위에서 말, 양, 소나 키우면서 살아가는 건 바보나 하는 짓"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관광객들을 상대로 유목 생활을 체험하게 해주면 돈도 벌고 카자흐족들의 문화와 풍습도 보여줄 수 있어 더욱 좋다"면서 "해마다 많은 외지 관광객들이 몰리는 기회를 잡아 더 많은 돈을 벌고 싶다"고 했다.

낙타는 사막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카자흐족에게 낙타는 목초지를 찾아 이동하는데 중요한 교통수단이다.
 낙타는 사막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카자흐족에게 낙타는 목초지를 찾아 이동하는데 중요한 교통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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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나스 풍경구에 나와 관광객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카자흐족 부부. 유목 생활을 버리고 장사와 관광업을 매진하여 살아가는 카자흐족들이 늘어나고 있다.
 카나스 풍경구에 나와 관광객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카자흐족 부부. 유목 생활을 버리고 장사와 관광업을 매진하여 살아가는 카자흐족들이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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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바람과 전통생활 사이에서 고민하는 유목민들

신장대학을 나와 카나스 풍경구 관리사무소에서 일하는 제나르(26)는 "전통적인 가치관과 생활방식을 지켜가면서도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를 잡으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소개했다. "지금 카나스 카자흐족 사이에선 유목만을 하려는 사람들과 관광업에 매달린 사람들 간의 사상이 충돌하고 있다"는 것.

가족들과 함께 사는 '파오' 안에서 관광객들에게 몽골인들의 문화와 풍습을 소개하는 랑케도 "카나스에 사는 몽골족 투와인들은 절반은 관광업을 하고 절반은 여전히 유목생활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관광객들과 접촉하면서 외부의 선진 문화를 접하고 여러 경험도 할 수 있어 좋다"면서 "카나스의 개발이 투와인들과 카자흐족에게 많은 기회와 큰 부를 가져다주었다"고 즐거워했다.

일부 현지 주민들의 바람에 호응하듯 중국 정부도 카나스 개발에 발 벗고 나섰다. 지난 13일 탄웨이핑(譚衛平) 카나스풍경구관리위원회 주임은 "현 풍경구 면적을 지금보다 10배 넓은 1만30㎢로 확장할 계획"이라며 "발전 계획이 완료되면 9000여㎢인 미국의 옐로스톤 국립공원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큰 국립공원이 된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작년 알타이지구 정부는 3억8500만 위안(약 462억원)을 들여 카나스공항 건설과 풍경구 주변 초지 및 위락시설 증설에 나섰다"면서 "지속적으로 관리 능력을 제고하여 올해 들어 9월까지 91만여 명의 관광객이 카나스를 찾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나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폭증하는 관광객으로 카나스 현지민인 카자흐와 투와인의 수입은 늘어나지만 유목생활만 하는 현지인들의 불만도 팽배하고 있다. 유목을 끝내고 겨울 주거지로 복귀하던 바이무라티(46)는 "풍경구가 생긴 뒤 유목생활에 제한이 너무 많아졌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바이무라티는 "카나스 풍경구 내는 다른 지역보다 드넓은 목초지가 널려있는데 곳곳에서 유목을 금지하고 있어 해가 다르게 더 먼 곳으로 이동하여 목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에서 유목할 수 있는 기간을 제한하고 유목 가능한 지역도 갈수록 줄여서 경제적 소득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 불만을 쏟아냈다.

카나스 개발을 적극 지지하는 다 스타인도 "새로 살 집을 신축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살던 집을 보수하는 것도 관리위원회의 허가를 일일이 받아야 하는 등 불편함이 너무 많다"면서 "말을 타는 것도 지정된 지역에서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마나르 벡크(22)는 "일부긴 하지만 젊은이들 사이에서 관광업에 종사하면 돈을 벌 수 있어 도시 정착생활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아직도 전통적인 카자흐의 문화와 풍습을 지키고 오직 카자흐어만 구사하고 독실한 무슬림으로 살아가며 유목을 업으로 생활하는 카자흐인들이 대부분이다"면서도 "경제적인 이익 추구와 변화하는 생활방식을 좇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기사 내 대부분 인명과 지명은 위구르어 현지 발음대로 적었습니다.



태그:#카자흐, #유목, #신장위구르, #알타이, #카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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