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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저는 그날 아침 눈을 뜨자 뭣에 홀린듯이 시계를 보았었습니다.

"어이쿠, 이거 큰일났네. 지각이다. 지각이야"

허겁지겁 옷만 입고 후다닥 달려 나가는 저를 어머니는 "와 저라노?" 하면서 쳐다 보았습니다. 저는 달렸습니다. 우리집은 산 속에 있었고, 버스도 없는 길이었습니다. 걸어서 20분 걸어야 큰 길이 나오고 다시 20여 분 걸어야 제가 다니는 직장이 있었습니다. 아파트를 지나고 사택을 지나고 큰 도로로 나가 걷다, 뛰다를 반복하며 헐레벌떡 사원증을 가슴에 달고 출입문을 지나 현장으로 갔습니다.

보통 같으면 기계 소리도 윙윙 거리며 나고 차량과 사람들이 지나 다녀야 할 회사안은 이상하게도 조용했습니다.

'오늘 무슨 일이 있나. 왜이리 조용하지?'

저는 그렇게 생각하며 제가 일하는 작업장 안으로 들어 갔습니다. 불이 모두 꺼져 있었고 아무도 없었습니다. 공장 안은 조용했습니다. 이상했습니다. 지각인 줄 알고 헐레벌떡 뛰어 갔건만 쥐죽은듯 조용하니 뭔일 났나 싶었습니다. 공장 안 휴게실에서 숨을 고르고 걸어 정문으로 가보았습니다.

"오늘 무슨 일 있나요? 왜 아무도 없죠?"

저는 정문 경비에게 물어 보았습니다. 경비의 한마디를 듣고서야 제가 착각을 해서 출근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오늘 일요일 아닌교. 창기씨는 와 출근했는교? 뭐 할 일 있는교?"

그랬습니다. 전체 휴무날이었는데 제가 그만 그 사실을 잊고 말았던 것입니다. 창피해서 얼른 수고하라 인사하고 털레털레 집으로 간 기억이 납니다.

20대 후반으로 기억나네요. 하도 오래되어 잊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사라진 회사입니다. 그땐 현대그룹 계열이라 종업원이 3000여 명이나 있었던 대기업 이었습니다. 1990년대 후반 IMF라는 보도 듣도 못한 경제 공항 사태가 발생하면서 '현대종합목재'라는 기업은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그후 모두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습니다. 그 업체에 정규직으로 10여 년 다니면서 결혼도 하고 자식도 생겨 그럭저럭 살아 왔었는데 IMF 사태로 그만 일자리를 잃고 말았습니다. 그 이후 지금까지 이런저런 직장을 얻고 잃고를 반복하며 어렵사리 살고 있습니다.

이제 어느덧 제 나이가 오십줄로 접어 들게 되었네요. 목재회사 다니면서 노동조합이란 것에 눈도 떴고요.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지만 젊은 시절 참 재미 있었던 회사 생활이었습니다. 지금은 추억으로 돌이켜 질 뿐, 되돌아 갈 수는 없는 현실이 되고 말았습니다.

정치 상황도 바뀌고 경제 상황도 바뀌고 사회 현상도 많이 바뀌었으나 그때 같이 직장생활하던 동료들과 가끔 만남을 갖곤 하지요. 그때 그 추억을 이야기하며 간단하게 식사나 하는 자리지만 그 동료들 보면 참 좋습니다. 순수했던 젊은 시절로 되돌아 간 거 같아서요.

그때 그사람들 모두 잘 살고 있겠지요? 모두 나이도 들어가고 해서 모습이야 늙어가고 있겠지만요.

덧붙이는 글 | '출.퇴근길의 추억'



태그:#지각 출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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