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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내려간 시골집에서 아빠와 식사를 마치고 드라마 <세 번 결혼하는 여자>를 보았다. 도입부에 부케가 떨어지면서 '세. 번. 결. 혼 하는 여자'라는 문구가 문제였다. 아빠는 세 번 결혼 이라는 단어에 꽂히신 거다.

"어떤 여자는 세 번이나 하는 걸..."

<세번 결혼하는 여자> 포스터.
 <세번 결혼하는 여자> 포스터.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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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 말을 더 이상 이으시진 않으셨지만.... 생략된 말이 무엇이었는지는 짐작을 하고도 남는다. 나이에 서른이 붙기 전부터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부르며, 서른이 되고 나면 인생의 많은 것들이 명확해져 있겠지 라며, 혼란스러운 이십 대를 지나왔지만, 인생은 생각보다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혼란스러웠고, 현실은 참담했다.

횟수로 8년 정도 연애를 하니 주변의 시선들을 따가워했고, 지나가며 아무렇지 않게 하나씩 던지는 말(돌)맹이에 상처 입어 가고 있었다. 어느 순간,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삶에 대해 사랑에 대한 나름의 정의가 필요했다. 그 놈의 '사랑이 뭐길래~' 때문이었다.

'이케아 세대'... 가정 꾸리기 힘든 싱글 족을 지칭하는 말

'이케아 세대' 단군 이래로 가장 높은 스팩을 가지고 있지만, 사회에서는 대접받지 못하는 저임금의 시대에 살고 있어 부모 세대처럼 정상적으로? 가정을 꾸리기 힘든 싱글 족을 지칭하는 말이란다.

디자인이 우수하면서 가격도 저렴한 가구 브랜드 '이케아'와 닮았다고 붙힌 이름이다. 처음 들었을 때 고개가 끄덕여지는 그러면서도 서글퍼졌다. (경제적 부흥기에 몸이 성하고 성실하면 어디든 시작해서 밥 벌어먹고 살던 부모세대들 같이 10년 넘게 쓸 수 있는 가구들이 아니라, 2년 월세로 옮겨 가야 할 때에는 언제든 미련 남기지 않고 버리고 갈수 있는 이케아 가구. 슬프지만 우리들의 자화상 같았다.)

서글프지만 어쩌겠는가? 그것이 내 앞에 놓인 현실인데, 한 직장에서 10년 '무기'라는 명칭을 달고는 있지만, 그것이 도리어 무기가 되어 선뜻 박차고 어디로도 갈 수 없는 족쇄가 되어버렸다. 현실에 슬슬 안주하기 시작하는 시점에 8년의 연애는 사람들이 "언제 결혼해요?"라는 질문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의 결혼 소식에 덩달아 그 질문들은 배가 되어 돌아왔고, 그런 시간 속에 스스로에게 묻기 시작했다.

"결혼? 인생? 사랑? 그것들이 내 삶에 어떤 의미인지?"

많은 사람들이 결혼을 선택하는 이유는 여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내가 선뜻 선택하지 못하는 것은 그것들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가장 두려운 것은 모든 것에 대한 가능성이 줄어들거나 사라지는 일이다.

다툼이 생길 수도 있지만, 내 입장에서만 생각해 버리고 말면 상대에 대한 이해의 가능성은 사라진다. 의견 차이는 생길 수도 있지만, 서로의 의견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그 사람의 의견을 인정하기 보단 무시해버리게 된다. 문제는 항상 생길 것이고, 그 문제들을 문제로 놓아두는 불편한 관계가 아니라 조금은 적극적으로 바라보고 이해하려고 하는 노력하는 지속 가능한 사랑이 나에게는 필요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연애는 결혼을 종점으로 생활이라는 이름의 감옥이 되어버리는 사례를 종종 목도하게 되었고, 지속 가능한 사랑이라는 것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회의론적인 이야기들은 나에게 결혼도 연애도 어렵게 만드는 장애물이었다.

속된 말로 "잡은 물고기에 먹이 안 준다"는 말이 제일 싫다. 뭔가 인생의 숙제처럼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것도 싫지만, 강요된 의무감으로 살아야 한다거나 한쪽에만 짊어지게 되는 책임감 같은 것도 싫다. (개개인의 차이는 있겠지만, 남자는 생계, 여자는 육아) 결혼도 아이도 행복해지기 위해서 하는 거라면 나는 즐겁고 행복한 방향을 찾아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 속에 수많은 어려움과 힘겨움이 탑재되어 있다고, 매순간 행복한 순간들은 분명히 있을 것이고 그것들이 버무려지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 하는.

결혼도 육아도 이젠 선택의 시대에 들어섰다. 당연하던 것을 하지 않을 수 있게 된 시대에 많은 사람들은 기존의 것들에 대한 강요를 하기도 한다. 물론 그들이 나보다 오래 살아왔고 많은 것들을 알고 있겠지만, 그들과 똑같이 살면서 새로운 삶을 꿈꾸는 것은 불가능 할지도 모른다.

아빠는 말씀하셨다.

"이 세상에 혼자 태어나 적어도, 하나를 이 세상에 놓아두는 것. 그게 당연한 셈법이 아니냐?"

물론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셈법은 미래를 위한 셈법이다. 지금 현실을 사는 나에게는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지금의 하나가 진정한 하나가 되어야만 다음 세상의 하나를 놓아둘 수도 있는 것이다. 불효의 말일지도 모르겠지만, 부모님이 원한다고 해서 부모님이 원하는 생을 살 것인가? 라는 질문을 던져보면 답은 아니다.

내가 아닌 타인의 시선이 덕지덕지 쳐 발라진 껍데기로 살다가 생을 마감하고 싶지는 않은 아주 이기적인 생각을 하는 하고 있다.

내가 나를 사랑하는 것, 그런 내가 다른 이를 사랑하는 것. 그렇게 건강하게 현재를 살고 싶은 나의 바람을 다른 사람들은 비웃을지도 모르겠다. 다른 이들에게는 꽃이 핀 것만 중요할지 모르지만, 나한테는 꽃 피기까지의 과정이 얼마나 숭고하고 아름다운지가 중요하다. 꽃이 피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내가 그 꽃을 피우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니까.

연애라는 알찬 내용물 만들어가며 성장하는 삶을 꿈꾸어 본다

8년 만에 화이트데이 때 막대사탕 한 통을 선물로 받았다. 워낙 각자의 생일이외에는 의미를 두지 않기에 기대도 안하고 있던 선물을 올해에 받게 된 것이다. 뭔 일인가 싶을 정도로 어안이 벙벙하지만 "이벤트 매일 해주면 좋을 것 같지? 아니야 이렇게 생각지도 모르게 가끔 해줘야 감동적 인거야"라며 웃는 그가 참 마음에 든다.

결혼이라는 형식에 알맹이 없는 내용을 담기보다는 아직은 연애라는 알찬 내용물을 만들어가며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성장하는 삶을 꿈꾸어 본다. 지독히도 나를, 그리고 그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똑같은 과정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하는 사람은 정신병자다"라고 아인슈타인은 말했다. 나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삶을 꿈꾸고 있기에 다른 길로 걸어가는 것뿐이다. 다른 길로 간다는 것 분명히 힘들겠지만, 또 그만큼 새로운 길 아니겠는가?하는 마음으로 나는 오늘도 묵묵히 나의 사랑의 길을 걸어가련다.

덧붙이는 글 | 공모- 사랑이뭐길래에 송고합니다.



태그:#사랑이뭐길래, #다른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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