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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호등대오름길
▲ 묵호등대오름길 묵호등대오름길
ⓒ 김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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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무척 좋아하는 지인이 여행 중 문득 말했다. 우울할 때나 생각을 정리하고 싶을 때 서울에서 기차를 타고 무작정 묵호등대로 온다고, 묵호등대에 앉아 하염없이 푸르른 동해바다를 바라보면 어느새 우울했던 기분이나 머릿속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던 문제들은 사라지고 다시 가벼운 마음으로 서울로 올라가게 된다는 말, 그 말은 내 기억 속에서 묵호등대라는 장소를 지워지지 않는 여행지 중 한 곳으로 만들어버렸다.

왜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을까? 한 사람에게 중요한 여행지로 남겨진 묵호등대가 무척이나 궁금했기 때문일까? 그날 묵호등대를 찾은 이유를 뭐라고 말하면 좋을까? 그 묵호등대로 지난 1월 13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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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묵호등대오름길 묵호등대오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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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호등대오름길
▲ 묵호등대오름길 묵호등대오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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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호항에 도착하자 푸른 바다와 바람을 타고 다가온 짠 바다 냄새가 나를 반긴다. 묵호 어시장과 묵호등대 두 곳 중 한 곳만을 둘러볼 시간이 있다는 말에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묵호등대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이제 여기서 10분 남짓한 거리를 걸어 저 멀리 보이는 묵호등대로 가면 되는 것이다. 과연 묵호등대에 무슨 매력이 있었기에 지인은 이곳을 자주 찾았던 것일까?

묵호등대로 가는 길은 오르막길의 연속이다. 오르고 올라도 등대까지 평평한 길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묵호등대로 가는 오르막길은 등대오름길이라는 이름이 붙어있다. 살아온 시간보다 앞으로 살아갈 시간이 많은 나이에 여행을 다녀서 그런지, 여행을 가서 함께한 사람들에게 많은 것들을 배운다.

그 중 한 여행가분이 했던 말이 등대오름길이라는 글자를 보자 떠오른다. 매화와 은행나무 등을 무척 좋아하는 여행가인데, 그 분이 말했던 알려지지 않은 매화와 노거수 은행나무들을 찾는 방법 중 하나가 지도에서의 마을 이름을 유심히 살펴본 후 여행코스에 넣는 것 이었다. 마을 이름이 매화와 은행나무와 관련된 이름으로 되어 있으면 십중팔구는 옛날에 유명했거나 그것이 많았던 장소라는 것이다.

그래서 일까? 등대오름길도 묵호등대까지 가는 길이 오르막길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 일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등대오름길은 묵호등대 아래에 있는 마을의 길이다. 이 마을은 뱃사람과 시멘트, 석탄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모여 살면서 만들어진 마을인데, 마을이 참 아름답게 가꾸어져 있다. 낮은 집들 사이로 구불거리며 난 골목길은 산비탈을 따라 동해바다와 연결되는 듯한데, 이 골목길을 보고 사람들은 바다로 가는 골목길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골목과 어우러진 집의 담벼락과 계단 등에 오징어와 파란 하늘, 구름, 풍차 등 파스텔 톤의 어여쁜 벽화들이 있으니 바다와 함께 어우러지는 벽화는 오르막길인 등대오름길을 보는 재미로 인해 행복한 마음에 걷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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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묵호등대오름길 묵호등대오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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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묵호등대오름길 묵호등대오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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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피랑 벽화마을, 문현동 벽화마을 등 수많은 벽화마을을 여행했지만 바다와 어우러진 등대오름길 벽화마을은 '이것이 보는 것만으로도 아름답다고 느끼는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등대오름길을 10분 남짓 오르자 드디어 묵호등대가 눈앞에 들어왔다.

높이 12m의 새하얀 등대 1963년에 건립된 묵호등대는 만들어진지 약 50년이나 되었다는
생각이 전혀들지 않는다. 그리고 등대에서 바라보는 묵호항과 동해바다의 풍경은 막힌 가슴을 탁 트이게 만든다. 이 시원한 아름다움 때문에 지인은 이곳을 우울할 때나 정리가 되지 않는 일들이 있으면 찾았던 것일까? 탁 트인 바다가 주는 시원함과 푸른 동해바다가 주는 아름다움에 빠져 나도 모르게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해진다.

'아, 나도 우울하거나 머릿속이 복잡해지면 묵호등대로 와야지'란 생각이 머릿속에 메아리친다. 

묵호등대
▲ 묵호등대 묵호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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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블로그에 기재된 글입니다.



태그:#묵호등대, #등대오름길, #묵호등대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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