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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그 어느때보다 기차를 타고 떠나고 싶은 계절입니다.
 가을은 그 어느때보다 기차를 타고 떠나고 싶은 계절입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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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지쳐있었나봐.. 쫓기는 듯한 내 생활 ♬
아무 계획도 없이
무작정 몸을 부대어보네
힘들게 올라탄 기차는 어딘고 하니 춘천행
지난일이 생각나 차라리 혼자도 좋겠네
...
           
바쁘고 팍팍한 도시생활에 파묻혀 지내다 '가을은 남자의 계절', '사색의 계절'이란 누군가의 말에 언뜻 나를 돌아보는 '가을'입니다. 돌아보기가 무섭게 흐르는 세월처럼 잠깐 주의를 게을리하면 떠나가 버리는 가을은 그래서 더욱 아쉽고 아까운 계절입니다. 짧아서인지, 나를 위해 무엇인가를 더 해야할 것 같고, 무언가 나만의 추억을 남기고픈 생각도 들지요.

그런 제 마음을 잘 알아주는(?) 노래가 김현철의 <춘천가는 기차>입니다. 밥벌이를 위해 쫓기듯 살아가는 내 생활이 어느 덧 기차를 타는 것과는 점점 멀어지고 아무 계획도 없이 떠나는 여행은 생각하기 어려운 삶이 돼가고 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나만 그런것은 아니구나 공감이 가기도 합니다.

이 노래는 기차 여행을 부추기는 것이 아닌 애잔한 멜로디의 노래인데도, 가을에 들으면 무작정 기차에 몸을 싣고 싶은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요. 예전에 춘천가는 기차를 타고 뒷문이 열려있는 맨 뒤칸으로 가서 발을 밖으로 내밀고 바닥에 앉으면 손에 잡힐 듯하다가 멀어지는 철길과 풍경이 좋아서 자주 춘천행 기차에 올라타곤 했습니다.

나이를 먹고 사회생활에 바빠지면서 잠시 잊었던 기차여행. 하지만 고맙게도 김현철씨는 이맘 때면 노래로 가을이 왔음을 알려줍니다. 그리고 속삭이죠. 어서 아무 계획 없이 기차를 타라고.

이제 나만의 시간을 내기 어려운 처지이지만 그 와중에 생각해낸 것이 심야기차여행입니다. 서울 청량리역이나 용산역에서 늦은 밤에 출발하는 막차를 타는 것이지요.

그래서 몇 해 전 처음 심야기차여행을 시도한 것이 전라도 여수여행이었습니다. 늦은 밤 네온사인과 가로등이 내는 도시의 환한 불빛들을 지나 점점 심야의 어두움 속으로 들어가는 심야기차여행은 지난날을 생각하며 혼자 가기 좋은 여행길이죠. 이른 새벽에 도착하여 TV에서나 보았던 여명을 생생하게 목격하며 일출을 감상하는 기쁨도 크고요.

요즘 억새꽃들로 장관인 민둥산에 갈때도 심야열차를 타고 강원도 증산역에 내려서 가곤합니다. 이른 아침산행을 하면 가을 산행의 기쁨이 더욱 커지거든요. 증산역 앞엔 큰 호텔이 있는데 호텔 안에 저렴하고 시설좋은 찜질방이 있으니 새벽기차에서 지친 심신을 녹이기에 충분하지요.

덥지도 춥지도 않아 여유로이 상념에 젖어 산책하기 좋은 가을바다와 짭조름한 삶이 가득한 새벽의 항구가 그리울 때면 동해행 심야기차도 좋습니다. 저는 묵호역행 심야기차를 타곤 합니다. 동해바다의 일출과 물고기들을 가득 싣고 묵호항으로 몰려오는 작은 어선, 상인들이 벌이는 한 판 경매도 참 정겹습니다.

노래도 좋고 가사도 좋고, 저와 나이도 비슷한 데다 요즘 자전거로 일을 보러 다닌다해서 더욱 맘에 드는 김현철의 <춘천가는 기차>. 이 가을에 한 번 들어보면서 혼자라도 좋으니 기차에 몸을 부대어보세요.

흘러가는 한강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고
그곳에 도착하게 되면
술 한잔 마시고 싶어
저녁때 돌아오는
내 취한 모습도 좋겠네 ♪

사람들이 별로 없는 심야기차는 혼자서 지난날을 생각하기 좋아요.
 사람들이 별로 없는 심야기차는 혼자서 지난날을 생각하기 좋아요.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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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동해바다와 이웃하며 가는 기차여행도 상념에 젖기 좋습니다.
 가을의 동해바다와 이웃하며 가는 기차여행도 상념에 젖기 좋습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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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밤에 김현철의 노래를 들으며 춘천가는 기차를 타보세요.
 가을 밤에 김현철의 노래를 들으며 춘천가는 기차를 타보세요.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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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나의 가을노래'



태그:#기차여행, #김현철, #춘천가는 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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