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화성 봉담초 정문 뒷골목 떡볶이집 바로 옆에 지난 1월 1일 문을 연 '돌고래 상점'은 화성지역 유일한 '제로웨이스트 숍'이다. 현재 단독 매장으로 운영 중인 화성시 1호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많은 우려 속에 탄생한 돌고래 상점의 창업스토리를 지난 13일 그의 매장에서 들어봤다. 배두리 대표는 화성환경운동연합 상임 활동가로 3년여간 지역에서 활동했다. 봉담에서 산 지는 24년 차다.
"지역 주민들이 제로 웨이스트라는 용어를 좀 어려워하세요. 우리 가족들도 몰랐어요. 제로웨이스트(zero waste) 상점은 포장을 없애고 재활용 가능한 재료를 사용해 쓰레기를 줄여 환경을 생각한 상품을 파는 곳을 말해요."
차분하지만 또박또박 야무지게 말하는 배두리 대표는 환경 운동의 연장선에서 매장을 오픈한 걸까?
"어렸을 때부터 환경에 관심이 많긴 했어요. 대학교 전공은 동물생명이고, 졸업하고 나서는 사회복지, 대학원에서는 ESG 경영정책을 전공했어요. 동물을 좋아해서 사육사도 꿈꿨고, 지역 환경운동연합에서 일하면서도 환경과 지구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어요. 환경련을 퇴사하면서 오랫동안 꿈꿔왔던 창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후회한다 해도 해보고 후회하는 것과 안 해보고 미련이 남는 것은 다르니까요."
그가 오픈한 매장 이름은 돌고래(來) 상점이다. 돌고래 두 마리가 돌고 있는 상표 이미지도 있다. 모두 배두리 대표의 머릿속에서 탄생했다.
"돌고래 상점의 래는 올 래(來)자를 사용하고 있는데요, 이를 통해 '돌고 돈다'를 의미를 나타내고 있어요. 우리가 어떻게 생활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미래 세대에 돌아오는 거죠. 조금은 불편해도 환경을 위해 실천하면 우리 미래 세대는 깨끗한 세상에서 살아가고, 편한 것만 추구하면 우리 미래 세대는 우리가 싼 똥을 치우게 되겠죠. 이렇게 우리 삶은 '돌고 돈다'고 생각해요.
돌고래 상점 로고는 넓은 바다를 자유롭게 헤엄치는 돌고래 두 마리를 의미해요. 세상 모든 돌고래들이 좁은 수족관이 아닌 넓은 바다에서 자유롭게 헤엄쳤으면 하는 마음을 담았고요. 돌고래 두 마리가 도는 모습을 통해 돌고 도는 자원순환을 표현했습니다."
"즐겁고 재미있게, 지구에 해롭지 않은 존재로"
그가 이제 매장을 운영한 지 3개월 차가 됐다. 제일 잘나가는 상품이 무엇일까.
"주력 상품은 공정무역 상품인 네팔에서 온 양모 키링, 그리고 천연 수세미, 다용도로 사용 가능한 브러시인 것 같아요. 아무래도 요즘 키 링이 대세이고, 귀엽다 보니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세요. 천연 수세미는 신기하기도 하고, 거품도 잘나고, 미세 플라스틱 발생이 없다 보니 애용해 주시고 있어요."
돌고래 상점은 마치 배두리 대표의 '아지트' 같은 느낌도 있다. 특히 매장 뒤편에 작은 공간은 응접실처럼 꾸며져 있고 미싱도 있다. 대표가 작정하고 놀고 싶어서 만든 상점일까? 그는 대답하기 전에 손으로 입을 가리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들켰다(웃음). 맞아요. 사실 저는 잘 노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아무 의미 없이 노는 것보다는 지역에서 다양한 사람들이랑 머리를 맞대고 지구에도 좋고 환경에도 좋고 우리에게도 좋은 일을 이 공간에서 작당모의하고 실행하고 우리 모두가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노력을 즐겁게 놀면서 하고 싶은 마음도 커요.
제로 웨이스트에 대해 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도록 만드는 매개체가 되고, 돌고래 상점에서 환경 관련 이야기도 나누고, 마을 환경에 대해 작당 모의하는 장소가 됐으면 좋겠어요. 환경에 관심 있는 봉담주민이 모이는 사랑방이요.
저는 '두리'라는 이름처럼 두루두루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 만남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고, 그 아이디어를 두루두루 사용하는 쓰임 받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돈을 버는 것도 정말 중요하지만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궁금한 것도 많다 보니 하고 싶은 것 하고, 즐겁고 재미있게 살아가고 싶어요. 그리고, 지구에 해롭지 않은 존재로 남고 싶습니다. 구경 한번 와 보세요. 보기엔 작지만 있어야 할 건 다 있고요, 없을 건 없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화성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