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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혁명 당시 모습.
 4월 혁명 당시 모습.
ⓒ 4.19혁명기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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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4.19혁명 전후만 해도 대학교수는 사회의 존경받는 그룹이었다. 어용교수들이 이승만 독재에 부역하고, 이른바 정비석의 소설 <자유부인>파동으로 물의를 빚고, 3.15부정선거에 자유당 후보인 이승만과 이기붕을 지지하는 등 아첨배들이 적지 않았지만, 그 희소성과 함께 대학교수는 여전히 존중의 대상이었다.

3.15부정선거에 침묵했던 교수들이 4.19 시위로 많은 학생들이 희생되자 꿈틀댔다. 더 이상 침묵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희승도 나섰다. 4월 25일 교수단모임에 참석하고, 시국선언문 기초위원으로 선임되었다. 그리고 시위에 앞장섰다.

4월 25일 계엄령하에서 진행된 교수단의 시국선언 발표와 가두 시위는 이튿날 시민·학생들의 대규모적인 시위를 촉발하는 계기가 되고, 이승만 정권 붕괴를 가져왔다. 이희승 등이 기초한 <대학교수단 4.25 시국선언문>이다.

부정불의에 항거하는 민족정기의 표현

대학교수단 4.25 시국선언문

이번 4.19 참사(慙死)는 우리 학생운동사상 최대의 비극이요, 이 나라 정치적 위기를 초래한 중대 사태이다. 이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규정(糾正)이 없이는 이 민족의 불행한 운명은 도저히 만회할 길이 없다. 우리 전국대학교 교수들은 이 비상시국에 대처하여 양심의 호소로써 다음과 같이 우리의 소신을 선언한다.

1. 마산·서울 기타 각지의 데모는 주권을 빼앗긴 국민의 울분을 대신하여 궐기한 학생들의 순수한 정의감의 발로이며 불의에는 언제나 항거하는 민족정기의 표현이다. 

2. 이 데모를 공산당의 조종이나 야당의 사주로 보는 것은 고의의 왜곡이며 학생들의 정의감의 모독이다.

3. 합법적이요 평화적인 데모학생에게 총탄과 폭력을 주저없이 남용하여 공전의 민족참극을 빚어낸 경찰은 자유와 민주를 기본으로 한 대한민국의 국립경찰이 아니라 불법과 폭력으로 권력을 유지하려는 일부 정치집단의 사병(私兵)이다. 

4. 누적된 부패의 부정과 횡포로써 민권을 유린하고 민족적 참극과 국제적 수치를 초래케 한 현 정부와 집권당은 그 책임을 지고 물러가라. 

5. 3·15 선거는 부정선거다. 공명선거에 의하여 정 부통령을 재선거하라.

6. 3·15 부정선거를 조작한 자는 중형에 처하여야 한다.

7. 학생살상의 만행을 위해서 명령한 자와 직접 하수한 자는 즉시 체포 처단하라.

8. 깡패를 철저히 색출 처단하고 그 전국적 조직을 분쇄하라.

9. 모든 구속된 학생은 무조건 즉시 석방하라. 설령 파괴와 폭행이 있었더라도 이는 동료의 피살에 흥분된 비정상 상태하의 행동이요, 파괴와 폭동이 그 본의가 아닌 까닭이다.

10. 공적 지위를 이용해서나 관청과 결탁하여 부정축재한 자는 군·관·민을 막론하고 가차없이 적발 처단하여 국가의 기강을 세우고 부패와 부정을 방지하라.

11. 경찰의 중립화를 확고히 하고 학원의 자유를 절대 보장하라.

12. 곡학아세의 사이비 학자를 배격한다.

13. 정치도구화한 소위 문화인, 예술인을 배격한다.

14. 시국의 중대성을 인식하고 학생들은 흥분을 진정하여 이성을 지키고 속히 학업의 본분으로 돌아오라.

15. 학생 제군은 38 이북에서 호시탐탐하는 공산괴뢰들이 제군들의 의거를 백퍼센트 선전에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경계하라. 또 이남에서도 종래의 반공 명의를 도용하는 방식으로 제군들이 흘린 피의 댓가를 정치적으로 악이용하려는 불순분자가 있음을 조심하라.

​구호

-. 이대통령은 즉시 물러가라.
-. 부정선거 다시 하라.
-. 살인귀 처단하라.
  
 1960년 4월 25일 (주석 1)


주석
1> 김삼웅, <민족민주민중선언>, 21~22쪽, 일월서각, 1984.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 딸깍발이 선비 이희승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태그:#이희승, #이희승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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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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