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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방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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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께서 사건 브로커) 성○○씨 통화기록을 증거물로 제출하도록 할 수 있는지요? 성씨와 탁씨의 통화기록을 알아야지 수사 기밀이 누구를 통해 빠져나갔는지 정확히 알고 변호할 수 있습니다."

1일 광주지방법원 202호 법정에서 형사8단독 김용신 부장판사 심리로 서울경찰청 수사부장 출신 장아무개(60) 전 경무관의 변호사법 위반 사건 속행 공판이 열렸다.

증인신문 등 본격적인 공판 절차에 들어가기에 앞서 재판장은 피고인(장 전 경무관) 측과 검사 측을 상대로 증거조사를 이어갔다.

피고인석에 앉은 장 전 경무관은 사건 브로커 성아무개(63·구속 재판 중)씨로부터 2023년 6월 4000만원을 받고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 수사 상황을 알려주는 등 수사 편의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서울청 금수대는 당시 성씨와 친분이 있던 코인 투자사기 피의자 탁아무개(45·별건 구속 재판중)씨 수사를 하고 있었다.

이날 재판에서는 브로커 성씨 사건의 '판도라 상자'가 될 수도 있는 성씨 통화기록 증거물 제출 여부를 놓고 재판장과 변호인, 검사가 한참이나 얘기를 주고 받았다.

변호인은 피고인을 제대로 변호하려면 성씨에게 18억원의 검경 로비자금을 건넨 탁씨와 브로커 성씨의 통화내역이 재판부에 증거물로 제출되고, 이를 변호인이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브로커 성씨 검경·정관계 유력 인사 '막강 인맥'...통화기록 증거 제출 검찰 '난색'

성씨는 경찰 최고위 간부를 포함한 전현직 경찰관 수십명, 현직 검찰 관계자, 검사장을 포함한 검찰 출신 다수 변호사뿐 아니라 지역 유력 정관계 인사와의 친분을 쌓아온 인물이다. 20년가량 다진 폭넓은 인맥을 앞세워 검경을 상대로 사건 무마 로비는 물론 경찰 인사 개입, 관급 계약 비리, 유력 정치인 불법 정치자금 제공 등 각종 비리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변호사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사건 브로커’ 성아무개(63)씨
 변호사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사건 브로커’ 성아무개(63)씨
ⓒ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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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전 경무관을 재판에 넘긴 검찰은 장 전 경무관이 탁씨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 소속 후배 경찰관 박아무개 경감을 통해 수사 정보를 받았다고 보고 있으며,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반면 장 전 경무관 측은 "수사 정보가 장 전 경무관을 통해서 빠져나간 게 아니라 다른 비호 인물이 있을 가능성이 있지 않느냐"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그러면서 관련 수사를 수개월간 지속한 검찰이 이 사건 핵심인물들의 통화기록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봤다. 휴대전화 통신사들은 가입자 통화기록을 통상 1년간 보관하며, 수사기관이 법원의 영장을 제시하면 이를 제공하고 있다. 가입자가 누구에게 전화를 걸었는지, 반대로 누구로부터 걸려왔는지는 물론 통화 시간, 통화 위치도 함께 제공한다. 

이날 장 전 경무관의 변호인은 브로커 성씨의 통화기록을 검찰이 증거로 제출해 줄 수 있는지 재판장을 통해 줄기차게 물었다. 성씨뿐아니라 탁씨의 통화기록도 증거물로 제출할 수 있는지도 물었다.

재판장이 피고인 측에 "추가로 제출할 증거가 있느냐"고 묻자 내놓은 답변이었다.

재판장은 "녹취록 등이 제출된 사정을 보면 통화기록도 있을 것 같다"면서도 "성씨와 탁씨 형제 통화기록을 증거로 냈으면 한다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피고인 측에 유리한 증거가 아닐 수도 있지 않느냐는 취지의 질문이다.
  
코인투자 사기 피의자 탁아무개(45)씨 측이  2021년 '각종 수사 사건 편의 제공'을 청탁하며 사건 브로커 성아무개(63)씨에 제공한 차량과 동일한 차종.  광주지검은 성씨와 공범 1명이 탁씨 측으로부터 받은 검경 수사 로비 명목 자금은 18억 5400만원이라고 특정해 브로커 둘을 2023년 8월 기소한 바 있다.
 코인투자 사기 피의자 탁아무개(45)씨 측이 2021년 '각종 수사 사건 편의 제공'을 청탁하며 사건 브로커 성아무개(63)씨에 제공한 차량과 동일한 차종. 광주지검은 성씨와 공범 1명이 탁씨 측으로부터 받은 검경 수사 로비 명목 자금은 18억 5400만원이라고 특정해 브로커 둘을 2023년 8월 기소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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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장 전 경무관 측은 "탁씨 형제가 여러 사람으로부터 수사 정보를 받은 것으로 안다. 제3자로부터 수사 정보를 제공받았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를 정확히 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검사는 부정적으로 답변했다. 재판장이 "성씨, 탁씨의 녹취록을 재판부에 제출하기로 하셨는데, 통화기록도 확보하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서다.

이 사건 수사를 맡았던 최정수 검사는 법정에서 "성씨 구속 사건은 조금 오래된 것이라 수사기록이 어디에 있는지 지금은 모르겠다"며 난색을 표시하면서도 "확인은 해보겠다"고 했다.

재판장이 "그럼 재판부에 그 통화기록을 증거로 제출할 계획은 있느냐"고 거듭 묻자, 최 검사는 "현재로서 증거를 신청할 계획은 없다"고 답했다.

재판장이 성씨 통화기록을 증거물로 제출할 것을 강제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이야기하자, 장 전 경무관 측은 "검찰이 증거물로 제출하지 않는다면 통화기록을 살펴볼 수 있도록 '사실 확인 신청'을 하겠다, 검토해달라"고 재판부에 거듭 요청했다.

재판장은 사실 확인 신청 수용 여부에 대해서도 난색을 표하면서도 최종 판단은 유보했다. 통화기록에 이 사건과 직접 관계없는 이들의 정보가 담겼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이달 27일 오후 4시 공판을 다시 열어 증거조사를 마치고 3월 12일 3차 공판부터는 탁씨 등을 상대로 본격적인 증인신문에 나서기로 했다.

광주지방검찰청 반부패강력수사부(부장 김진호)는 지난해 8월 브로커 성씨를 체포해 재판에 넘긴 뒤 그를 둘러싼 검경 수사 무마 로비, 경찰 인사 개입, 지방자치단체 계약 비리, 정치인 불법 자금 제공 등 각종 비리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이날 현재까지 성씨 등 브로커 3명을 포함해 모두 10명이 구속기소됐고, 4명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브로커를 제외한 11명은 검찰 수사관 2명, 전현직 경찰관 8명, 민간업자 1명이다. 혐의에 따라 구분하면 코인 투자사기 피의자 탁아무개(45·구속 재판중)씨 수사 편의 제공 관련자 3명, 경찰 인사 비리 연루자 8명이다.
 
광주지방검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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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사건브로커, #경무관, #수사기밀유출, #광주지검, #탁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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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라본부 상근기자. 제보 및 기사에 대한 의견은 ssal198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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