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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5일, N개의 기후정의학교에서 한노보연은 쿠팡물류센터지회, 마트산업노조와 함께 작업중지권과 노동시간 단축, 야간노동 철폐가 어떻게 기후 위기와도 관계를 맺는지에 대한 강좌를 진행했다.
 지난 10월 5일, N개의 기후정의학교에서 한노보연은 쿠팡물류센터지회, 마트산업노조와 함께 작업중지권과 노동시간 단축, 야간노동 철폐가 어떻게 기후 위기와도 관계를 맺는지에 대한 강좌를 진행했다.
ⓒ 체제전환을 위한 기후정의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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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9.23 기후정의행진에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한노보연)를 비롯하여 시민사회단체, 노동조합, 정당 등 600여 단체와 3만여 명의 개인들이 참여하였다. 수많은 사상과 정체성이 행진을 통해 교차하며 수렴되었다. 행진 전 각자 생각하는 기후정의의 의미와 지금 필요한 이유를 더욱자세히 알기 위해 지난 9월부터 두 달간 한노보연 등 행진 참여를 결의한 단체들이 함께 준비한 연속 강좌 'N개의 기후정의학교'가 열렸다.   자본주의는 어떻게 기후 위기를 초래하는가

한노보연은 10월 5일 쿠팡물류센터지회, 마트산업노조와 함께 작업중지권과 노동시간 단축, 야간노동 철폐에 대한 기치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기치는 사실 기후위기와 무관하게 노조가 요구하던 것들이었다. 그러나 기후위기의 근본 원인과 노동자의 권리를 박탈한 원인은 공통적으로 '자본주의'에 있다. 착취와 파괴를 성장 연료로 삼는 자본주의는 지구를 황폐화하며, 수많은 생명체들의 삶을 위험하게 만든다. 노동자들은 자신의 몸을 자본의 속도에 맞출 것을 요구받으며 위험한 작업 상황에 노출되어도 자신의 업무를 통제할 권리를 온전히 지니지 못하게 되었다. 여가와 일상이 사라져 일하기 위한 삶으로 전락하는 것은 물론, 야간 노동과 과로로 인해 뇌심혈관계질환이나 정신질환을 앓기도 한다.

특히 옥외 노동자나 물류창고 노동자들은 기후 위기로 인해 폭염·한파, 자연재해 등의 위험 요인에 노출될 가능성이 늘었다. 작년 6월 코스트코 하남점의 29세 노동자가 폭염 속 야외 주차장에서 일하다 폐색전증으로 사망했다. 쿠팡 물류센터에서도 여름철 실내 온도가 평균 30도를 초과하며, 고용노동부의 폭염 대비 휴게시간 가이드라인도 지켜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물류센터의 냉난방시설이 노동자를 고려하여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름에는 바깥보다 더욱 덥고, 겨울철에도 온도가 바깥과 차이가 나지 않는다.

대형마트들의 상황도 심상치 않다. 온라인화를 추진하며 빠른 배송 속도를 강조하고, 2010년대 전처럼 야간 영업을 부활시키고 월 2회 일요일 의무휴업을 폐지하려 나서고 있다. 자본의 이익만을 위해 추진되는 불필요한 생산과정이 일과 삶의 균형을 무너뜨리는것은 물론, 더 많은 탄소배출로 기후 위기를 악화시킬 것이 분명하다.

그러기에 작업중지권과 노동자의 노동과정 통제, 노동시간 단축과 야간노동 철폐는 자본주의와 노동자의 삶과 직결된 것은 물론, 기후위기와도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맥락으로 한노보연은 12월 16일, 다음과 같이 기후정의선언문을 발표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기후정의선언문

이윤을 최우선 목적으로 작동되는 자본주의의 무한 착취는 지구도 황폐화시켜왔고, 높은 노동강도와 교대노동, 심야노동을 강요해오며 노동자들의 몸과 마음을 위험으로 내몰았습니다. 국가와 자본의 존재하지도 않는 '선의'에 기대는 것은 허상이라는 걸,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작업중지권과 노동자의 노동과정 통제로, 노동자의 몸과 삶에 맞춘 생산을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사회를 재조직할 수 있는 핵심 계급은, 다양한 몸을 지닌 노동자들입니다. 고용 형태나 사업장 규모 등에 관계없이 모든 일하는 사람들이 주체가 되어 생산을 통제하고, 위험이 예측될 때 작업을 중지할 수 있는 권리가, 기후위기 시대이기에 더욱 중요합니다. 노동자 작업중지권은, 기후위기로 인해 더 심해질 폭염이나 혹한 등 '정말로' 재난 직전을 마주하는 상황을 포함합니다. 더 나아가 일터의 위험을 예방적으로 통제하고, 현장의 기준을 이윤이 아니라 노동자의 몸과 삶에 맞출 수 있는 매개체로서의 노동자 작업통제라는 권리 발휘로 만들어 가야 합니다.

노동시간 단축으로 기후정의 실현!

밤에는 충분히 잠을 자면서 천천히/적게 노동하는 것도, 기후위기 시대에 더욱 필요하고 강조되어야 합니다. 한국처럼 야간노동과 주말 노동, 초장시간 노동이 만연한 곳에선 이들 노동이 전-사회적으로 규제되는 것만으로도 노동시간이 많이 감소할 수 있습니다. 일터에 매이는 시간이 감소함에 따라, 서로 잘 돌볼 수 있는 기회가 더 주어질 수 있습니다. 24시간 돌아가는 생산과 소비, 유통의 사이클에 제동을 검으로써, 탄소배출 역시 줄일 수 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노동자와 자연을 착취하고 죽음으로 내몰아 온 기업과 정부에, 이들이 만들어 온 다단계 지배구조에 맞섭시다. '빨리빨리'와 '효율'이 아닌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기준으로 일터와 일상에서 쉴 권리를 쟁취해 나가는 우리의 투쟁이, 자본주의 무한 생산/가속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합니다. 노동자의 몸과 삶에 맞춘 생산 방식과 속도를, 전 사회에 정착해 가는 싸움을 함께 만들어 갑시다!

이유는 달라도, 기후정의를 외치는 목표는 같다!

한노보연의 강좌 외에도 N개의 기후정의학교에는 흥미로운 강좌가 많았다.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SHARE)가 담당한 강좌에서는 생태계 파괴로 인해 남반구 여성들이 식량과 물을 위해 장시간 노동·이동에 노출되며 폭력에도 함께 노출되는 사례, 폭염 속 노동이 유산·조산 등 태아 건강까지 영향을 미친 사례,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며 여성이 가정폭력에 더욱 노출되고 자연재해로 인해 이동이 어려워 의료접근권이 저하된 상황 등을 소개했다.

SHARE는 이러한 사례들을 통해 성차별과 젠더 불평등이 기후 위기와 연결되어 있고, 이 상호관계가 다시 기후위기의 대응과 달라진 기후에 적응하기 위한 역량을 악화시킴을 말했다. 나아가 성·재생산 건강과 권리가 보장되기 위해서는 성장보다 탈성장, 생산보다 재생산, 경제보다 비경제에 초점을 둔 체제 전환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노동, 빈곤, 여성 등 다양한 분야의 단체들이 각자의 이유로 기후정의를 외친다. 그러나 이유는 달라도 목표는 같다. 바로 건강과 안전을 지킬 수 있고, 주거와 이동이 보장되며, 누군가를 착취하거나 차별하지 않으며, 서로가 서로를 돌보고 함께 즐기면서 살 수 있는 사회 변혁이다. 기후는 물론 사회 전반이 위기에 놓인 지금, 모두 모여 목소리 내고 사회를 정의롭게 바꿔 나가야만 진정한 위기 탈출이 가능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유형섭 님은 한노보연 회원으로 기후정의팀에서 활동합니다. 이 기사는 한노보연 월간지 <일터> 24년 1월호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태그:#기후정의노동자건강권, #기후정의작업중지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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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모든 노동자의 건강하게 일할 권리와 안녕한 삶을 쟁취하기 위해 활동하는 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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